독일 청년들,“국가주의는 대안 아니다… 독일대안당 반대”
정은희 기자
독일에서 최근 부상한 극우 국가주의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에 대한 좌파의 반격이 거센 가운데 경찰이 좌파의 시위에 과잉 대응해 인권 침해 논란이 뜨겁다. 특히 녹색당 소속 시장이 이끄는 슈투트가르트 시에서 벌어진 경찰의 인권 침해로 “반파시스트 시위를 탄압하는 녹색 경찰국가”라며 녹색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독일 사회주의 일간지 〈노이에스 도이칠란트〉에 따르면, 슈투트가르트 시 경찰은 약 2000명의 시위대가 4월 30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독일대안당 전당 대회를 봉쇄하자 대대적인 검거와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전당 대회 장소 인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연좌시위를 벌였다.
오후엔 시위대가 4000명까지 불어났고, 이들은 슈투트가르트 시내에서 “난민이 아니라 나치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시위를 벌였다.
“파시즘은 독일에서 위기와 봉쇄를 심화하는 독재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대안당의 위험은 그들의 집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류가 더욱 공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사회의 우경화에 있다. 독일대안당에 맞선 시위는 이러한 국가주의적 합의를 깨는 행동이다.” – 시위를 주도한 ‘NIKA(국가주의는 대안이 아니다)’의 독일대안당 전당 대회 봉쇄 시위 제안 성명 중
기마 부대 포함 경찰 1000여 명 투입
시위는 성공적이었지만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논란이 거세다. 〈노이에스 도이칠란트〉 등에 따르면, 경찰은 기마 부대원 1000여 명과 최루 가스, 물대포 등의 장비를 동원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시위에서 연행돼 구금된 인원만 500명이 넘었다. 언론인 3명도 연행됐다. 연행자들은 최소 5시간 이상 구금됐으며 일부는 경찰에 구타당했다. 또 경찰과 대치 중 언론인 1명을 포함해 최소 61명이 부상했다. 활동가들은 애초 슈투트가르트 법원에 행사 경호 취소 명령을 내달라고 신청했지만, 법원은 공공 안전과 질서가 우려된다며 거부했다. 독일 통합서비스노조(ver.di)는 경찰 당국의 인권 침해를 문제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시위대는 특히 경찰의 과잉 대응과 관련해 녹색당을 비판하고 있다. 플로리안 좀머 NIKA 대변인은 “수백 명의 반파시즘 활동가들은 오늘 녹색당이 이끄는 정부의 ‘실제적인 휴머니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몸소 체험했다. 이 정부는 독일대안당같이 인종주의적인 국가주의 정당을 위해 심각한 폭력을 자행하며 수백 명의 자유를 빼앗았다”고 밝혔다. NIKA는 지난 1월 인종주의와 파시즘에 반대하는 지역 단체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조직으로 그동안 독일대안당에 대응해 왔다. 슈투트가르트는 2011년 독일 최초로 녹색당 주지사가 들어선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속해 있다. 최근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 선거에서 승리한 녹색당은 기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독일대안당, 난민뿐 아니라 노동자도 공격”
한편, 독일대안당이 1일 채택한 강령은 발표되자마자 격렬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독일대안당은 전당 대회에서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강령을 채택하고 이슬람이 독일 헌법에 부합하지 않으며 부르카와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금지하는 내용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강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과 이주민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극우 노선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독일 사회에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강령에 대해 이슬람뿐 아니라 유대교를 비롯해 노동, 인권 등 다양한 단체가 비판하고 있다. 독일 이슬람 중앙위원회는 “이슬람 혐오 정책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킬 뿐이다”라고 논평했다. 정치권에서도 기민·기사당 연합, 사민당과 좌파당 정치인들 모두 비난하고 있다.
독일대안당은 강령에 우파적 입장도 분명해 했다. 대표적으로 징병제 재도입과 함께 소득세 등급제 도입, 상속세 폐지 등 세법 개정, 터키 유럽연합 가입 반대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했다. 이외에도 유로존 탈퇴 국민 투표 실시,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반대, 모든 파병지에서 철군, 독일 핵무기 배치 반대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총 위원장은 “독일대안당이 난민에 반대할 뿐 아니라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세금 정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3년 전 창당한 독일대안당은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도한 기독·기민당 연합의 난민 환영 정책을 비판하며 최근 크게 부상했다. 연방의회에는 진입하지 못했으나 지난달 독일 지방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동부 작센안할트 주를 포함해 3개 주에서 12~24% 사이의 지지를 얻었다. 현재 독일 전체 16개 주의 약 절반에서 독일대안당 지방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전국 평균 지지율은 13%며 기사·기민당 연합, 사민당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당원은 약 2만 명이며 지난해 520만 유로(약 68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았다.
독일대안당은 그동안 소시민을 위한 대안 정당으로 자칭해 왔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유한 상위 계층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쾰른 독일경제연구원의 조사를 인용 보도한 일간지 〈디벨트〉에 따르면, 독일대안당 지지층은 고소득자이며 교육 수준도 평균 이상이다. 독일대안당 지지자의 34%는 독일에서 소득 최상위층에 속한 반면 15%만 최하위층에 속했다. 전통적인 우파 자유민주당(FDP) 지지층은 소득 수준이 더 높았다. 이 당은 독일대안당 부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신나치국가민주당(NPD) 지지층의 소득 수준은 훨씬 낮았다. 국가민주당 지지층에선 4%만 소득 최상위층에 속했고 31%가 최하위층에 포함됐다.
독일대안당에 대한 노동자들의 지지는 평균 이상이었다. 독일노총은 당시 선거 결과에 대해 “저임금 노동자, 실업자와 함께 노동조합원 다수가 독일대안당을 지지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독일 독립 언론 〈운텐 인디미디어〉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독일대안당 전당 대회 참가자 2100명의 이름과 주소, 이메일 등 개인 정보를 공개했다. 독일대안당은 이 사건에 대한 사법 조사와 페이지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독일대안당 측 자료가 〈운텐 인디미디어〉에 어떻게 전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