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8 점토, 레진, 씨앗들, 사진, 텍스트, 워크숍,
장소: 아른헴(네델란드), 경상남도 김해(한국), 버밍엄(영국)

 

*난민신청자의 신분인 사람들은 사진으로 얼굴을 밝히기를 꺼린다. 우리는 워크숍 말미에 믹스푸릇을 사진에 담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손을 촬영하게 되었다. 얼굴은 없지만 마음이 담긴 그들의 점토과일과 손동작들은 지금 이순간을 말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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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푸릇’은 믹스라이스가 만난 이주민들, 난민신청자들이 빚어낸 과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러 장소에서 실행한 워크숍의 결과는 엉뚱한 과일들로 나타난다. 그것은 이주(immigration and migration)이야기의 꺼내는 한 방법으로 쓰인다. 또한 믹스라이스의 열매들은 이주의 상황과 이주의 영향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워크숍에는 아프리카, 중동, 서남아시아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주로 참여하였다. ‘믹스푸릇’의 과육이 우리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면, 그 씨앗은 뿌리를 내릴 우리의 ‘안착’된 미래를 꿈꾼다.

우리는 텃밭을 방문한다.
오래 전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과 이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텃밭이 시작됐다고 들었다. 텃밭은 도시 외곽에 띄엄띄엄 위치한다. 한국에서 이주민들 역시 공장 주변에 작은 상자텃밭을 가꾸고, 자기 나라의 식물을 키운다. 우리는 쿠싱가 가든(난민들이 참여하는 버밍엄의 한 텃밭의 이름) 식물들의 생기를 기억한다.
씨앗을 나누거나 자라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텃밭에는 각자의 기억에 포함된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다.
고추가, 호박이, 오이가, 어려운 이국적 이름을 가진 식물이 해마다 자라고 열매가 열릴 것이다.
이 식물을 키우는 이유들이 구체적이지 않지만, 주민들은 결국 자기 생활과 가까운 식물들을 키운다.
중국 아줌마가 가꾸는 배추와 청경채, 이탈리아인이 가꾸는 아티초크, 터어키 아저씨가 가꾸는 여러 종류의 고추, 방글라데시 친구가 키우는 오크라…
텃밭에서 식물들이 자라는 동안 아이들은 점토와 씨앗으로 열매를 만들어 본다. 각자의 상상 속에서 좋아하는 열매들은 변화하고, 다른 이름을 붙히고, 자기의 친구와 나누어 먹는 상상을 한다. 워크숍이 끝날 무렵에는 점토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아이들도 자라면 언젠가 그들만의 식물을 키울 것이다.
김해에서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가족과 나누었던 과일의 에피소드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침마다 일터로 나가는 엄마가 약속한 사과의 향기는 우리에게 어떤 그리움을 일깨운다.
우리는 쿠르디쉬 여성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뚜렷한 그들의 얼굴에는 삶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녀들은 정말 우리가 한번도 보지 못한 열매들을 알려주었다. 쿠르디쉬들이 사는 마을 주변에 그 열매들이 열린다고 한다. 그녀의 노랗고 작은 열매는 향기가 너무너무 진하고 달콤하다. 시고 작은 연두와 노랑이 섞인 열매는 가족과 산에서 딸 수 있었다.
우리는 본적도 없고 만져본 적 없는 열매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 맛과 냄새를 전해 듣는다.
전쟁으로 사라진 고향에서 그 열매를 따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그 열매를 가져 온다 . 워크숍이 끝나고 진한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었을 때의 기운이 아직도 우리를 멤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열매들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한다.

 

작가소개

믹스라이스 (조지은, 양철모) 는 ‘이주’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여러 흔적과 과정, 경로, 결과, 기억들에 대해 탐구해온 팀이다. 현재는 식물의 이동과 진화, 식민의 흔적과 더불어 이주 주변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과 맥락에 대해 사진과 영상, 만화를 통해 작업하고 있다. 주요 참여 전시로는 Cosmopolis-Collective Intelligence( Pompidu Center, Paris), 12 Sharjah Biennale (Sharjah, UAE), (아뜰리에에르메스, 서울, 2013), <제 7회 아시아 퍼시픽 트리에날레>(Gomma 현대미술관, 브리즈번, 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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