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정원은 빨간 신발을 신고 싶었다. 그러나 엄마는 검정신에 사내아이 옷을 입혔다. 남동생이 태어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 남동생에 이정원은 지고 싶지 않았다. 어떤 불안을 느꼈을지 모른다. 이정원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챘다. 그런 감수성으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가 이정원의 눈가에 놓이던 순간, 대상들은 편안하게 그 속에 자리 잡은 듯 보인다.
이정원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작은책>, <노동자의 힘>,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참세상>에서 사진기자를 했다. 건강 때문에 활동을 그만두고도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사진 아카이빙을 했다. 2014년 11월 말 종양이 장기에 침투해 절제수술을 받았고 두세 번의 고비를 넘기며 투병생활을 시작해 이듬해 7월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겼다. 그해 9월 26일 밤 이정원은 친정어머니가 사는 집 침대에서 임종했다.
— 황정일, 이정원을 기억하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