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홍석만 편집장
선거 때 여기저기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을 ‘철새 정치인’이라 한다. 특히 거물급 정치인이 당적을 옮기는 것은 변절 또는 전향으로 여겨진다. 손학규 더민주당 고문은 2007년 한나라당을 수구 정당이라 비판하며 탈당해 민주당으로 적을 옮겼다. 2012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전 의원이 박근혜 캠프의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추대받아 넘어갔고, 이어 동교동계 좌장인 한화갑 전 의원은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이 양상은 이번 총선에서도 다르지 않다. 더민주당은 당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셨다. 박근혜 정부에서 복지부 장관을 했던 진영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더민주당이 영입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 수석과 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강봉균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부산에서 야당으로 3선을 한 조경태 의원은 간판을 바꿔 달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여기까지는 그저 흔한 ‘철새’ 이야기다.
그런데, 누가 바뀐 것인가?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경제 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만들었고 또 그 공로로 더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됐다. 김종인은 비대위원장이 되자 “노조가 사회 문제에 집착하면 근로자 권익 보호에 소외된다”며 노동조합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계속 피력했다.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10년 전인 2006년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을 맡았다. 당시 강봉균 위원장은 “미국의 핵우산을 보장받기 위한 최고의 방책은 한미 FTA 성사”라며 한미 FTA를 밀어붙였던 장본인이다. 조경태 의원도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 민주당 내 종북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고,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선포하자 이를 반대하기도 했다.
문제는 철새 도래지다.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과 더민주당의 김종인이 다르지 않듯,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강봉균과 새누리당 선대위원장 강봉균이 서로 다르지 않다.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고 어디에 있든 자연스럽다. 또 이들은 연홍지탄(燕鴻之歎)이란 말처럼 노선이 달라 만날 수 없는 제비와 기러기도 아니다. 한 정당에 몸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의 색깔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같은 조직 내에서 자리만 바꾸는 회전문 인사처럼 두 당은 대표급 인사와 핵심 정치인을 돌려 막기식으로 나눠 쓸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수권 정당이 되겠다며 변모의 변모를 거듭하고 수혈에 수혈을 더한 결과다. 선거는 누군가를 뽑는 일이다. 회전 초밥집에 같은 초밥만 돌고 도는데 그 집에 앉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제는 판을 갈아엎자는 희미한 일성조차 들리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