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다혜


나의 (羅衣)


羅 그물 나 衣 옷 의
羅衣 비단으로 만든 옷

기억은 식물의 잎이 마디마디 방향을 달리하여 하나씩 어긋나는 모양새다. 그 모양이 흔쾌히 표류한다. 이야기는 3년 전 치매 때문에 요양원에 가게 된 할머니에서 시작된다. 응시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보았다. 어쩌면 좀 더 가볍게.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비중이나 가치, 책임이 적고 죄 따위가 없다. 언제나 기억의 모양은 들기 좋을 정도로 가볍다. 다시 응시한다. 당신은 내가 아직 가지지 못한 늙음과 죽음, 질병 사이에서 가볍게 표류한다. 망각은 자연스럽게 치열한 삶을 잘도 빗겨간다. 자각하지 못하는 삶이다. 그 모양이 아이러니하게 경쾌하다. 그리고 그 몫이 온전히 당신 것이어서 나는 자주 슬프기도 하다.(워커스 51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