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밖의 세계(Hyperspace)-민북마을 양지리 아카이브

  • FOR GOTT EN|최찬숙 (사진:Torben Hoeke)

  • FOR GOTT EN|최찬숙 (사진:Torben Hoeke)

  • 양지리 아카이브|최찬숙(사진:김재범)

    난 분홍색 좋아해

  • 03_7

  • 양지리 아카이브|최찬숙(사진:김재범)

    집 싸게 주고 땅 싸다고...해서 그래서 입주했지...
    이길리 사람도... 대마리 사람도... 이 근처 다... 돈가지고 와 땅들 사고...
    나는 사기를 당했어.
    어떤 놈이 땅 사준다고 그러고는 돈 털어서 도망가서.
    완전히 그지처럼 살았어.
    그래서 땅도 잃고 집도 잃고 나가서 살게 되어있던 것을...
    고생이 너무 많았지.
    그걸 어떻게 지났는지 몰라. 갈곳도 없고.

  • 양지리 아카이브|최찬숙(사진:김재범)

최찬숙 작가


 

족보가

서사, 노래 : 김정겸
가사 : 이여진

평강고향, 등을지고
피난길로 들어선다.
산도 높고 골도 깊어
가는길은 멀고멀다
쉬이권 족보뭉치
꿈에라도 잃을까봐
어머님의 머리맡에
큰강가 넘으려다
모레밭에 뭍어두네
사라지네 모레속에
족보위에 산그림들
족보안에 내이름들
사라졌네 모레 속에

 


 

작가노트 중

민북마을 ‘양지리’는 대북 선전용으로 군사적 통제아래 조성 된 이주민 공동사회이다. 이주민들의 삶은 소규모 주택 9평 1가구 2주택, 콘크리트 날림공사로 지어진 100채의 집안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노인들만 남아 역사의 축이 그어놓은 텅 빈 무대와 같은 비현실적인 공간이 됐지만, 무대가 아닌 땅 위에서 삶의 공간을 쌓아온 80세 이상 주민 70여 명이 이곳에 남아있다.

민북마을의 주택은 모든 창과 문이 북으로 향해 있고 사방이 무대처럼 조성돼 있다. 자신의 소유 혹은 점령한 땅의 우위성을 드러내기 위해 국가가 택한 방식이다. 이주민들은 소유할 수 없는 땅 위에 지어진 이 집을 오랜 세월 동안 증축하고 변형하며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 왔다. 나는 이들의 ‘덧집’을 마치 포르말린에 담긴, 과거에 사라져버린 도시의 박제된 유물처럼 설정했다. 이주민들의 변위된 정체성의 서사를 반영하며 물질화된 자아의 공간이다.

 

작가소개

작가는 2016년 여름, 리얼 엠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철원에 위치한 민북마을 ‘양지리’에서 70세 이상의 이주여성 인터뷰 작업을 진행했다. 2010년부터 2차 세계 대전 후 독일, 일본,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 특히 역사의 틈새에서 사라져가는 이주 여성의 인터뷰 작업을 해왔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