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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지


네 몸이라 해서 내 몸이라 했던가. 나에게 깊게 배인 습도와 얼굴들에 도망치고 싶어 먼 나라로 향하는 티켓을 샀다. 쉬고 싶다는 마음, 나를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에 훌쩍 떠났지만 도처에 오차만이 스산하게 널려있었다. 친구가 다쳤고 지갑과 차가 사라졌고 비행기와 기차는 우리를 쌩쌩 잘도 지나쳤다. 순조롭지 않은 걸음이 이곳저곳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은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safety 라는 단어를 sweety로 잘못 읽었다. 순간 이 오독이 필연처럼 느껴졌다. 도피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고 나는 나를 학대하는 일이 가끔 달게 느껴지기도 했었다는 것을 사실은 알고 있었다. 몸과 몸 사이. 얼굴을 보이지마, 너는 망령이 되기도 하고 성녀가 되기도 할 거야 ㅡ 주문을 외우며 반대로 흐르는 시간을 부지런히 거역했다.(워커스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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