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국장)
8월 중순까지만 해도 룰라 전 대통령은 옥중출마도 불사하겠다고, 브라질 민중과 노동자들의 편에 언제나 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룰라는 브라질 대선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8월 31일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피샤 림파(Ficha Limpa)’라는, 형사 처벌 경력이 있는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브라질 국내법에 의거해, 룰라의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9월 11일, 룰라는 페르난두 아다지를 자신의 과업을 이어갈 후보라고 공식 선언했다.
마르크스 이론가이자 전 상파울루 시장이었던 아다지 후보
낮은 대중적 인지도에도 29.28% 득표율 달성
브라질 연방법원이 룰라의 출마를 저지한 이후 노동자당은 9월 11일, 쿠리티바 연방경찰서 앞에서 룰라의 서신을 대독한 대변인 루이즈 에두아르도 그린할을 통해 아다지의 공식 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아다지는 10월 7일까지 1억4천7백만 브라질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와 이름을 알려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에 접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를 앞두고 3주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 국민의 1/3 이상이 아다지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룰라의 편지와, 노동자당이 상황상 급조할 수밖에 없었던 선거구호 – ‘아다지가 룰라, 룰라가 아다지’ – 등을 통해서, 룰라의 이미지와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유세 셔츠와 현수막들을 대동한 노동자당과 공산당의 연합전선은 결국 29.38%라는 적지 않은 득표율을 달성하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가디언지와의 9월 18일 인터뷰에서 브라질 전국 각지의 노동자들은 “룰라가 하라면 하겠다”며 아다지를 위해 투표하겠다는 의견에서부터, “아다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노동자당이니까 투표한다” “룰라를 존경하지만 아다지가 누군지 모르겠으니 투표할 수 없다” 등의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일부는 아다지의 집회 발언을 듣고 난 뒤 “(룰라처럼 카리스마가 넘치지는 않지만 열정적인 발언을 들으니) 아다지를 위해 투표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기도 했다. 아다지는 룰라와 함께 테메르 보수정권이 입안한 긴축정책과 민영화를 뒤집고 400억 달러 상당의 브라질 외환보유금을 활용한 토목사업, 빈곤층 세제와 부유층 세금 증액, LGBT 등 성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법적 보호 강화, 원주민 토지의 보호 등을 공약하며 노동자당의 강령을 공동작성한 바 있다.
부통령 후보에는 브라질 공산당(PCdoB)에서 급진적 학생운동을 거쳐 기자생활을 이어온 37세의 마누엘라 다비야가 나섰다. 그는 중장년 남성 중심의 브라질 정치계에서 여성이자 청년이라는 자신의 특수성을 내세우며, 급진적이고 선명한 정치적 입장을 앞세워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공산당에서 출마한 모든 선거에서 승리를 이어왔다. 브라질에 현존하는 두 개의 공산당 중 다비야가 속해 있던 PCdoB는 1962년 중소분쟁 이후 마오주의를 견지하며 공산당(PCB)과 분리했다. PCdoB는 1968년 군사쿠데타 이후 아마존에 기반을 둔 무장봉기를 기획하다가 무참히 진압당한 패배를 인정하고 전략을 변경하여 1978년부터 마오주의와 결별, 1980년 학생운동과 노동조합운동을 조직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선회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을 지닌 마누엘라가 급진적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채 노동자당과의 연대를 선언하고 심지어 노동자당의 후보로 등록하게 된 것은 노동자당이 전반적으로 급진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10월 28일 경선까지 며칠 남지 않은, 룰라의 후광을 입고서도 민중을 설득시키기에 시간이 너무나 촉박한 시점에서, 브라질 대선의 결과가 어떠할지는 사실 오리무중이다. 극우반동세력의 훼방을 이겨내고 노동자당은 가까스로 보우소나루의 과반 득표를 0.7%포인트차로 막았지만, 경선 승리까지 가기에는 지형이 너무나 불확실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우소나루가 차기 대통령직에 오르게 된다면 브라질 민중의 미래는 극도로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처: Brasil de F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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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숙청” 외치는 보우소나루
극우적이고 반동적인 공약에도 1차 경선에서 49.03% 득표
1차 경선에서 50%의 득표율을 넘었더라면 곧바로 브라질의 차기 대통령직을 거머쥐었을 보우소나루는 “좌파 숙청”을 공약하는 전직 낙하산부대원이다. 이런 그는 소수인종과 성소수자,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를 앞세우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고문을 제도적으로 부활시키겠다거나 총기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등의 극우적 공약을 내세우고 “브라질을 위대하게! 고국의 영예에 자부심을!”이라는 극우민족주의 구호를 통해 ‘브라질의 르펜’ ‘브라질의 트럼프’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사다. 좌파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흉악범죄’를 무자비하게 단속해 근절하고, 긴축재정을 이어가겠다는 등의 입장뿐 아니라 1964-1985 브라질 군부독재의 시절을 ‘영예로운 선두의 과거’라고 재정의한 보우소나루의 출마를 저지하려는 절박함은 그에 대한 반동적 지지 못지않게 거세다. 10월 2일, 후이즈지포라에서의 유세 과정에서 보우소나루는 지나가던 행인이 휘두른 칼에 복부에 자상을 입고 병상에서 유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실제로 이러한 암살시도가 보우소나루에 대한 연민을 끌어내 1차 경선의 득표율을 높였던 효과도 있었다.
극우적이고 반인권적인 보우소나루가 약속하는 철권정치의 모습은 브라질 민중의 미래에 흑운을 드리울 뿐이다. 보우소나루가 당선된다면 노동자당과 브라질 민중은 더욱 어두운 현실에 봉착할 것이며, 보우소나루가 당선되지 않는다할지라도 반동세력이 건재하게 집결한 상황에서 노동자당과 브라질 민중은 더욱 거센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워커스 47호]
[출처: Brasil de F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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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룰라는 브라질지파투(Brasil de Fato) 신문에 브라질 민중과 동지들에게 자신의 뜻을 이어받을 페르난두 아다지를 소개하며 그에게 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실었다. 이 신문은 브라질 무토지농민운동(Movimento dos Trabalhadores Rurais Sem Terra, MST), 비아캄페시나(Via Campesina) 등이 공동으로 창간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동지들에게. 여러분은 이미 브라질 연방법원이 나의 대통령직 출마를 금지한 것을 알게 됐을 것입니다. 사실 법원이 한 짓은, 브라질 민중이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자유롭게 투표하는 것을 막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저는 불의를 용납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40년이 넘도록 저는 브라질 민중 곁을 걸어왔고, 브라질을 보다 나은, 보다 정의로운 나라로 변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평등을 주창해왔습니다. 그리고 전국을 활보하며 저는 우리 민중의 눈빛에서 고통이 얼마나 영혼을 불태우는지, 희망이 얼마나 빛나는지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소망과, 끔찍한 불의 앞에서의 분노를 보았습니다.
이 수많은 문제들을 고쳐나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부활시키기 위해 저는 대선출마를 결의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파의 모략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민중은 거리에서 우리와 함께했고 우리가 모든 여론의 1위를 달리게 되는 결과를 안겨 주었습니다. 저는 5개월이 넘도록 부당하게 투옥돼 있습니다. 저는 범죄를 저지른 일이 없습니다. 재판정에 서기도 전에, 우파 언론에 의해 공개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라바 쟈또 검찰관들, 세르기오 모루 재판관, 상고법원 TRF-4에게, 저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의 편린을 단 하나라도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지르지 않은 범죄, 빼돌리지 않은 자금, 확증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의 유죄판결은 사법농락입니다. 정치적 보복입니다. 언제나 저를 대상으로 저들은 법을 넘어선 조치들을 취합니다. 단지 일개 시민인 루이즈 이냐시오 룰라 다 시우바를 체포하고 구금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4회 연속 대선에서 브라질 민중 다수가 동의한 ‘브라질’이라는 거대한 과업을 체포하고 구금하려는 것입니다. 이 과업은 합법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쿠데타로 멈춰섰습니다. 이 대통령은 책임을 추궁해야 할 만한 범죄를 저지른 바가 없습니다. 이 쿠데타로 인해 브라질은 혼돈 속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은 저를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 또한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저의 동반자이자 동지였던 마리사를 잃었습니다. 마리사는 저희 가족에게 벌어진 일들에 대한 충격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마리사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법을 근거로 저에 대한 모든 혐의에 맞섰습니다. 저는 모든 재판정에서 권력의 남용과 거짓말들을 소리 높여 규탄했습니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제가 선거에 출마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국내·외 법률가들은 세르기오 모루와 뽀르또알레그레 재판정이 저지른 사법농단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저의 재판과정이 민주주의에 대한 피격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국제 언론은 이미 글로보(브라질의 미디어그룹 – 역주)가 숨기려고 했던 사실들을 모두 폭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브라질 국내법원은 저에게 헌법상 어느 시민에게라도 보장돼야 할 권리를 부정했습니다. 제 이름이 루이즈 이냐시오 룰라 다 시우바 때문일 것입니다. 브라질 국내법원은 유엔의 결정을 거부했고, 브라질이 비준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브라질 사법부는 모든 정치세력이 대변될 수 있는 선거과정을 브라질 민중들로부터 앗아갔습니다. 민중이 자유로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무화시켰습니다. 이제는 심지어 제가 브라질 민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텔레비전에 모습을 비치는 것마저 금지하려 합니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그러했듯이 저를 검열하고 있습니다.
제가 모든 선거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지만 않았더라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후보자격을 포기하기로 받아들였더라면 저는 투옥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저 개인의 자유를 위해 저의 존엄을 맞바꿀 일은 없습니다. 제가 브라질 민중에게 서약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피샤 림파’ 법에 저촉되는 인사로 급작스레 추가됐고 임의적으로 대선에서 축출됐지만, 저는 이런 이유로 우파가 브라질의 미래를 감금할 수 있도록 내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임의적으로 급작스레 부여된 기한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저는 노동자당과 “O Povo Feliz de Novo” 연대체(‘민중을 다시 행복하게’라는 뜻으로, 룰라의 대선출마를 지지하던 연대체-역주)에게 저의 동지 페르난두 아다지가 저 대신 대선후보로 출마하게 해줄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아다지는 지금껏 부통령 후보의 역할을 충실히 이어왔습니다.
페르난두 아다지는 저의 정권하에서 교육부장관을 역임했으며 브라질의 거대한 변화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400만 명의 공립학교 출신 학생, 흑인, 원주민, 노동자의 자녀들에게 대학의 문을 역사상 최초로 열었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PROUNI 국가장학금, 새로운 Fies 연방학자금대출제, ENEM시험제도, 국민교육제도, 할당제, 직업교육제도 PRONATEC도 함께 만들었고, 지난 백년 동안 건설된 직업학교의 네 배 이상을 증건했습니다. 우리는 브라질의 미래를 만들었습니다.
아다지는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계획의 코디네이터로서 수천 명의 제안을 받아 각 세부사항을 저와 논의해 왔습니다. 아다지는 우리 나라의 방향을 발전과 사회정의를 향해 되돌리기 위한 이 투쟁 속에서 저의 대변인이 되어줄 것입니다.
저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브라질을 위한 우리의 과업을 좌절시킬 수 있으리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민중의 마음과 기억 속에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름은 이제 ‘아다지’입니다.
아다지의 곁에서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있는 우리의 동지는 마누엘라 다비야입니다. 마누엘라의 출마를 통해 우리는 브라질 공산당과 브라질 노동자당이 역사적으로 이어 온 동지적 관계를 확인하고, PROS, PSB 산별 조직과 다른 좌파정당의 대표자뿐 아니라, 다른 무엇보다도 모든 사회운동 동력, 도시와 농촌의 노동자들, 민중적이고 민주적인 세력의 힘을 끌어모았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아다지와 마누엘라는 민중에게 충심을 다합니다. 밥상에 밥이 오르고, 고용이 안정적이고, 생활임금이 보장되고, 일하는 이들에게 법적 보호가 보장되는 나라,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보장되고 청년들에게는 미래가 보장되는 나라, 모든 가족이 자가용과 집을 가지고 꿈을 꾸며 성과를 거머쥐는 그런 나라를 만들고자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의 충심은 향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모두가 기회를 가질 것이며 누구에게도 어떤 특혜가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언젠가 진정한 정의가 이루어지고 저의 무결함이 인정받을 것임을 압니다. 그날이 오면 아다지와 함께 민중의, 희망의 정부를 이룩하기 위해 함께 설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브라질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그 자리에 설 것입니다.
저에게 편지와 메시지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 저의 자유를 위해 집회를 조직하고 기도해 주신 많은 분들, 전 세계에서 탄압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하는 이들, 그리고 제가 있는 곳 밖을 매일같이 지켜주는 그 많은 분들의 연대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자 합니다.
한 사람은 불의하게 투옥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신념은 감금될 수 없습니다. 민중보다 거대한 억압자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념과 사상은 민중의 목소리를 통해 모두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글로보가 퍼뜨리는 거짓말들보다 거대하고 강력하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저를 위해 투표하고자 했던 모든 분들께 저의 동지 페르난두 아다지가 브라질의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도록 투표해달라고 간곡히 요청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각 지역의 대표직에 출마하는 우리의 모든 동지들에게도 투표해달라고 요청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다 민주적인 나라, 주체적인 나라, 공기업의 민영화가 없는 나라, 사회 정의가 보장되는 나라, 더 많은 교육과 과학기술과 문화가 풍족한 나라, 고용안정, 생활임금과 토지개혁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함께 건설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오늘날 우리는 수백만 명의 룰라가 되었으며, 이제부터 페르난두 아다지는 수백만 명의 브라질 사람들을 대변하여 룰라가 되어줄 것입니다. 승리의 그날까지 동지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영원한 당신들의 동반자로부터, 포옹을 드리며, 루이즈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으려면 국가가 공산주의 국가가 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우파를 숙청해야만 참 좌파의 민주주의가 펼쳐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