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8월 21일 아마존 화재가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보도가 시작된 것은 불이 난 지 3주째였다. 다시 말해 아마존에 화재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나도록 언론은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다. 3주 만에 이슈로 떠오른 것은 #prayforamazonia 해시태그 캠페인 덕분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을 붉은 점으로 시각화 한 위성사진이 SNS를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마침 프랑스에서는 G7 정상회담이 개최 중이었는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화재 진압을 위해 2천만 달러를 브라질 정부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며 G7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구의 허파’가 타들어 가는데 진화에 소극적인데다가 도움의 손길까지 거부하자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제야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화재 진압에 군 병력을 투입했고, 국제사회의 지원금을 받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9월 23일 개최되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적인 기후파업이 있었다. 2018년 8월 그레타 툰베리가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또 그가 스웨덴 정부를 향해 이행을 촉구했던 파리기후변화협정(2015)이 체결된 지 4년만이며, 교토의정서(1997)가 채택된 지 12년 만이었다. 유엔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1992)이 체결된 후로는 27년만이었다. 이 협약은 192개국 대표들이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문제로 인정하고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맺은 약속이었다.
전 세계 시민들은 현재 SNS를 통해 아마존의 화재를 전 지구적 문제로 자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후 파업에 동참했다.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재정의하고 있는 이때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는 정치적 윤리적 당위에 가깝다. 이 시대의 정치적 윤리적 당위를 민감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태도는 그래서 안타깝다.
그럼에도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국제적 비난에 억울해하면서, 아마존에서는 언제나 화재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사실 말 그대로만 본다면 틀린 것은 아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특히 이 시기에 불타곤 했다. 자연발화도 있지만 인간의 방화가 대부분이다. 브라질에서는 건기가 끝나는 8~9월경을 께이마다(queimada) 시기라고 부른다. 포르투갈어로 ‘태우기’를 뜻하는 케이마다는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화전을 뜻한다. 환경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케이마다가 아마존 삼림을 파괴한다고 우려했다. 브라질 정부도 환경부 산하 ‘환경·재생가능천연자원연구원’(IBAMA)과 ‘항공우주연구원’(INPE)을 통해 아마존 지역 화재를 감시 감독해왔다.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케이마다가 올해 전 세계적 이슈가 된 이유는 작년에 비해 그 면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INPE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불탄 면적이 7,536㎢인데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6,833㎢가 불에 탔다. 께이마다가 아마존 밀림 재생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소규모로 이뤄지는 화전은 아마존에서 쉽게 회복된다. 께이마다가 원시림을 파괴하지만 아마존 지역은 수량이 풍부해 빠른 속도로 2차림이 형성된다. 현재는 께이마다의 속도와 규모가 2차림 형성의 속도를 추월하고 있다.
아마존에서 숲을 태우는 행위는 대부분 불법이다. 불법 점유한 땅에서, 위조문서를 가지고, 뇌물을 사용하여 다양한 수단으로 불을 피운다. 돈이 될 만한 나무는 베어서 목재로 판매한 후 불을 질러 벌목한다. 그렇게 손쉽게 벌목한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거나, 광물을 채취한다. 그러나 화전으로 농사를 짓는 땅의 지력은 오래가지 못하기에 그 땅은 곧 버려진다. 가축 방목장으로 변한 땅에서 더 이상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 불법광산에서 사금 채취를 위해 사용되는 수은은 주변의 토양과 강을 오염시킨다. 이렇게 아마존이 파괴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 다양한 방식의 출발에 께이마다가 있다. 아마존에 인간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식이다. 그러나 손 쉽지만 회복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상품의 생산과 소비의 연쇄 고리가 빠르게 회전할수록 께이마다의 속도도 빨라진다. 브라질에서 생산하고, 전 세계가 소비하는 소고기와 콩이 케이마다의 규모와 속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2018년 브라질은 160만 톤의 소고기와 소 2천만 마리를 수출했다. 그 가운데 40%이상이 중국에 도착했으며, 브라질 정부는 유럽,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브라질의 또 다른 주요 수출품은 콩이다. 콩 역시 목축업에서 주로 소비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콩의 70% 이상이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2019년 1월 RAISG(Amazon Geo-Reference SocioEnvironmental Information Network)가 위성자료를 통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에서는 2천 건 이상의 불법 광물 채취가 이루어진다. 건별로 보면 베네수엘라에서 불법행위가 가장 많이 포착됐지만, 위성사진에서 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불법 광산의 수는 브라질에 가장 많다. 불법광산에서 사용되는 수은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야노마미(yanomami)인 거주지역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200명의 야노마미인의 머리카락을 분석한 결과 92%에서 수은이 검출되었다.그러나 께이마다를 강력하게 처벌해 근절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감시 관리 시스템의 무능이나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마존을 관리 감독하는 일은 광장 하나를 건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브라질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지역은 5백만㎢다”라는 브라질 환경부 장관의 하소연에는 일리가 있다. 브라질 아마존은 대한민국 면적 5배의 열대우림이다. 넓은 면적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이 열대우림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그곳은 법의 영토가 아니다. 아이러니하지만 효율적인 법 집행이 가능해진다면 그것은 이미 아마존이 파괴됐음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아마존은 아마존강 유역을 의미한다. 1978년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기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8개국이 체결한 ‘아마존협력조약’(Tratado de Cooperacion Amazonica, TCA)에서는 아마존강이 흐르는 물길과 그 물길을 따라 형성되는 유역을 기준으로 아마존의 경계를 규정했다. 해발고도 5597m의 페루 안데스 산맥의 발원지에서 시작되는 물길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40%를 거미줄처럼 연결시킨다. RAISG와 같은 환경단체들은 아마존의 경계를 더 넓게 본다. 강과 유역이라는 지형적 요소를 넘어서 생태계로서 아마존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인간 사회와 분리된 오로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오해다. 아마존을 인간 사회로부터 격리시킴으로써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수천만 명이 아마존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간다. 2번째 그림의 주황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원주민 영토(Territorios indígenas)’로 지정한 곳들이다. 이곳 주민들은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아마존의 자원을 활용해 살아간다. 국가마다 다른 명칭을 사용하지만, 녹색으로 표시된 곳은 보호지역이다. 자연자원 이용이 완전히 금지된 곳부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제한적 개발이 허용되는 곳 등으로 구분된다.
아마존은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하나의 생태계이다. 그 생태계는 자신을 위협하는 위험요소인 인간까지 포용하고 있다. 지금 아마존의 위기란 위험요소까지 포용할 수 있는 생태계의 허용치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들이 있다. 그러나 그 노력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마존을 하나의 생태계로서, 지구 생태계의 일부로서 파악하려는 의지의 결여와 하나의 생태계로서 규정하지 못하는 무능력에 있다. 아마존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존재하는데, 인간은 그것을 개발하든 보호하든 국가 단위로 접근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아마존을 인류의 자산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주권 침해라고 받아치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을 소소한 에피소드로 치부하기 어렵다. 실제로 아마존은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나 국제관계에 따라 개발되고 보호됐다.
이른바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프랑스 9개국이 아마존강 유역에 대한 일종의 ‘권한’을 갖는다. 여기에 프랑스가 포함된 것은 표기의 오류가 아니다. 남아메리카 기아나가 프랑스령이기 때문이다. 국토의 90% 이상이 숲이며, 그 숲은 아마존의 끝자락에 해당된다. 숲의 대부분이 200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나, 이곳에서도 경제발전을 위한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각 국가 내부적으로 아마존을 규정하는 방식은 앞서 설명한 것들과는 매우 다르다. 브라질은 1953년 법령을 통해 자국 영토 내 아마존에 해당하는 9개주를 묶어 아마조니아 레가우(Amazonia Legal)를 설립했다. 아마존 지역 개발을 위해 새로운 영토 단위를 규정하는 법률적 근거를 만든 셈이다. 볼리비아 역시 2009년 헌법 개정 이후 발전주의 모델을 따라 일부 주의 경계를 기준으로 아마존을 규정한다. 각국 내부에서 아마존은 생태계로 인지되지 않는다. 그곳은 행정적 정치적 공간으로 사고되고 거론된다.
1978년 프랑스를 제외한 8개국이 아마존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적으로 아마존협력조약기구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41년이 지난 2019년 9월 6일 베네수엘라와 프랑스를 제외한 7개국이 아마존 밀림 보호와 관리를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레티시아 협약(Pacto de Leticia)을 체결했다. 8월의 아마존 화재가 이슈화된 결과였다. 그러나 아마존 보호를 위한 국제협력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이끌어냈던 힘을 국제관계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서 인용한 아마존 불법광산의 규모와 위치 등을 파악하는 자료를 국제기구가 아닌 시민단체가 작성했다는 점은 아마존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무적 협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한다. 원론적인 방향만을 적시하고 있는 8개 조항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아마존 보호를 위해 레티시아 협약에 정부들이 서명했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까.
“9개국으로 분할돼 있는 ‘하나의 생태계’를 함께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인류는 정치적 역량을 갖추었는가”가 이번 아마존 화재가 남긴 물음이다.
[참고자료]
Minería ilegal: la peor devastación en la historia de la Amazonía
https://g1.globo.com/sp/sao-paulo/noticia/2019/08/26/salles-diz-que-fiscalizacaoda-amazonia-nao-resolve-questao-de-desmatamento-nao-e-como-fiscalizar-umapraca.ghtml
https://www.bbc.com/mundo/noticias-america-latina-49552983
https://elpais.com/internacional/2019/06/28/actualidad/1561741765_367243.html
http://weeklytrade.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36&item=&
no=56690
https://www.pagina12.com.ar/214746-evo-morales-saludo-este-pequenisimoaporte-del-g-7
https://www.infobae.com/america/america-latina/2019/09/21/jair-bolsonaroprorrogo-por-otros-30-dias-la-presencia-de-las-fuerzas-armadas-en-el-amazonas-
-para-combatir-los-incendios/
https://www.nuso.org/articulo/brasil-depredacion-aborigenes-amazonas-bolsonaro/
https://www.aa.com.tr/es/mundo/-en-qu%C3%A9-consiste-el-pacto-de-leticiapor-la-amazon%C3%ADa-firmado-en-colombia/1575206
https://www.eumed.net/rev/caribe/2019/02/delimitar-amazonia-bolivi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