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재각
76만 5,000볼트의 초고압 송전탑이 밀양 땅에 들어서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 자결하셨고, 고 유한숙 어르신이 음독으로써 유명을 달리하셨다.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시간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지나갔다. 깊게 팬 주름, 태연하다 못해 초연한 어르신들의 웃음은 그간의 일들이 당신의 몸에 남긴 흔적들일 것이다.
산속 움막 앞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저 멀리서 커다란 바람이 밀려 올라왔다. 눈을 감으면 능선을 타오르는 그 역동적인 움직임이 들렸다. 살아 숨 쉬는 것들의 저항, 나무와 산새들, 산을 가로지르는 바람마저 하나가 되어 싸우고 있음을 나는 보았다. 숲을 지키는 정령들. 그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이 땅을 수호하는 신령이었다.
**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켄로치 감독의 아일랜드의 독립 전쟁을 다룬 영화 제목을 따 쓴 것입니다.
사진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선구매 문의 beatles8403@gmail.com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북 콘서트
일시: 7월 16일(토요일) 5시
장소: 벙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