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2014

  • 경부고속도로, 청원휴게소, 2015

  • 경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 2014

  •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 2015

  • 서해안고속도로, 군산휴게소, 2015

  • 호남고속도로, 정읍휴게소, 2015

  • 경부고속도로, 경산휴게소, 2014

  • 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 2015

  •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 2014

  • 서해안고속도로, 고창휴게소, 2015

홍진훤 – 마지막 밤(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면 가능한 많은 휴게소를 들렀다. 그 무책임한 무질서가 좋았다. 누구도 정주하지 않는 공간이자 누구에게도 목적지가 되지 않는 그곳은 고속도로에서 허락된 조악하지만 유일한 해방구였다. 속도에 구겨진 몸을 잠시 쉬게 하는 곳, 궤도에 다시 오르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사회적 속도의 상징인 고속도로 사이 조그만 틈들이 휴게소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그 덕에 우리는 멈출 수 없을 듯 뻗은 이 길 언저리에서 잠시나마 궤도의 이탈을 허락받는다. 대한민국에서는 1970년 조국 근대화의 상징이라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 37개의 고속도로가 운영 중이며 추풍령 휴게소를 시작으로 210개의 휴게소가 운영 중이다. 지도에 표시된 고속도로 휴게소를 모두 돌아다니며 그 풍경을 응시했다. 해가 지고 휴게소의 조명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사라지고

 

우리에게 허락된 ‘속도 유예 공간’의 민낯이 드러난다. 하지만 순진한 나의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아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질주에서 벗어나 잠시 숨 돌릴 공간을 찾겠다고 왔지만 정작 적막한 휴게소의 풍경을 바라보자면 이내 숨이 차고 멀미가 난다. 어지러운 상징과 이해할 수 없는 빛으로 가득 찬 그곳은 쉼을 선택한 이들의 일시적 해방구라기보다는 차라리 속도에 떠밀린 존재들이 모여 사는 외딴 섬마을처럼 보였다. 제자리가 아닌 곳에 부유물처럼 떠다니다가 밤이 되면 축축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신과 상관없는 빛 아래 서서 먼 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결국 그걸 지켜보는 나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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