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필리핀 정치 체제 밖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또 이번 선거 운동을 진보 연합 건설을 위한 장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좌파 대안을 위한 추진력은 어디서 나왔나?
애초 2개 단체와 정당이 내게 상원 선거 출마를 제안했다. 이들은 필리핀 좌파 세력을 상당히 못마땅해했다. 좌파 한편에는 의회 마카바얀 블록 민족민주전선(NDFP)1)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불행히도 사실상 자유당 내 좌파 분파가 된 악바얀이 있다. 나의 선거 운동이 대표한 것은 더 깊은 정치적 역량 강화와 반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에게 추상적이어서 우리는 이를 ‘존엄을 위한 투쟁 연합’이라고 표현했다.
디그니다드 연합의 사회 기반은 무엇인가?
주로 5개 정당과 농민, 여성, 노조, 원주민 단체 등 다양한 시민 사회단체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단체와 사람을 화합하게 하는 우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전에는 조직되지 않았으나 이제 나서고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다.
당신의 선거 전략은 무엇이었는가?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 현지에서 선거 운동원이 될 수 있는 도시 빈민과 노동자, 농민, 중산층 같은 다른 기층 집단에 흥미를 불어넣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시도했다. 또 사회 운동의 동학은 매우 다르므로 이를 선거 조직으로 꾸릴 수 있는지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대기업 후원금이나 ‘이글레시아 니 그리스도’ 같은 종교적 킹 메이커에 의존하지도 않으려 했다. 다른 후보들은 많은 경우 일말의 진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도 선거 과정에 돈을 많이 쓰려고 한다. 그리곤 결국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레드 라인이었다.
필리핀에선 많은 사람이 당신의 선거 운동과 버니 샌더스 캠페인을 비교한다. 어떤 유사성과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우선, 샌더스 캠페인은 확실히 나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미국의 많은 유권자에 다가갔다. 둘째, 샌더스 캠페인의 언술은 여기 우리 보다 많은 방면에서 더 진전해 있다. 그는 이미 사회주의에 관해 얘기하고 있고 대안으로서 이를 제시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여기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와 연관된 나쁜 이미지뿐 아니라 이곳 사람들은 그것을 매우 추상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셋째, 버니 샌더스는 좌파 블록의 지지가 아니라 주로 리버럴한 진보적 공동체 개인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나는 좌파 사회 운동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 둘 다 본질에서 실제 민주주의의 역량 강화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유사성이 있다. 우리는 불평등이 사람들을 파괴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두테르테는 자신이 필리핀에서 첫 번째 사회주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어떻게 보나?
그가 말한 것은 ‘사회주의적 포퓰리즘’과 더 가깝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그는 자신이 소외된 대중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진보 진영이 사용하는 방식대로 사회주의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사회주의에 대한 그 자신의 이해이고 자기 특유의 방식으로 말하고 있을 수도 있다. 확실히 그는 반엘리트적인 선동으로 인기를 구가했다. 심지어 그가 깨닫지 못했다고 해도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이 때문에 실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여러 계급에 통용될 수 있는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대중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와 도시 빈민이었다. 이들은 선거 권력으로부터 그리고 엣쟈 혁명(EDSA III)3) 기간 등장한 자유주의 담론 모두에 소외된 이들이다.
그러면 당신은 두테르테가 신자유주의를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가?
알렉스 드 종(Alex de Jong)4)은 그의 리더십 스타일에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나는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본다. 그 이유는 두테르테가 실제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향한) 상당한 기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신자유주의를 변칙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재분배 반대, 낮은 인플레이션,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 반대 등 보수적인 속박에서 떨어져 나와야 한다. 그러한 규칙을 틀지 않고 기대에 부응할 방법은 없다. 마카티 비즈니스 클럽5),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이를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주의에 대해 염려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나 신자유주의-보수주의의 경제 정책과는 동떨어진, 차베스식 포퓰리즘에 대해 우려한다. 그런 상황은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며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두테르테가 신자유주의 규칙을 사회주의 방식이 아니라 포퓰리즘 방식으로 뒤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
그의 권위주의적 성향은 어떤가?
여기선 범죄 척결 의제가 많은 상류층과 중간 계급 또는 심지어 더 낮은 계급에도 통한다. 그리고 두테르테는 자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느끼고 있다. 불행히도 그는 인권과 적법 절차를 무시하며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을 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단지 중산층이나 상위층만을 위한 의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마약 밀매상과 범죄 조직과 거래해야만 하는 많은 빈민에게도 매력적인 의제다.
이 나라 자유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인권과 법치 문제들이 지극히 신성하고 정치 체제에 일정하게 제도화됐다고 생각하며 꽤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의심스러운 가정이다. 두테르테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담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들 다수도 개의치 않는다. 뿐만 아니라, 박수까지 친다! 이는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가 지배 계층과 중간 계급의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완전히 제도화됐거나 내면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테르테는 자신에 대한 지지자들의 기세를 느끼는 한, 원하는 것을 할 만큼 오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세는 결국 경제 전선에서의 싸움을 통해서만 지속할 수 있다. 그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그 기세는 빠르게 시들어버릴 수 있다. 그가 초기 6개월에서 1년 사이 일부 주요한 재분배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곳의 자유 민주주의는 실제로 곤경에 빠질 것이다.
그가 무엇에 의존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군대와 경찰이 있지만 누구도 그들이 순응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다. 많은 야심가가 군대와 경찰 내외에 있다. 군대와 경찰을 반범죄 정책의 도구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과두 정치의 어떤 파벌이 두테르테의 범죄 척결 의제를 묵살할 것으로 보는가?
그가 범죄 척결과 동시에 일부 재분배 정책을 통과시킨다면, 그는 지배 계층 일부와 충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이더라도, 그가 기존 경제 체제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빈곤 정책만 확대한다면, 아마도 그들은 “그래, 이건 괜찮아”라고 할 것이다. 그들은 빈곤 정책에는 동의하겠지만 실제 재분배 정책에는 반대할 것이다. 그들에게 재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원주의와 부르주아 민주주의, 인권과 법치 등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동일시하는 필리핀 최대 야당이 된 자유당(LP)도 이 나라 지배 계급을 이루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1차 엣쟈 혁명6)을 주도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 모두가 자유주의 가치의 부정적인 관점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히 로하스(필리핀 초대 대통령)와 이끼노 정부 모두 인권과 법치에 대단히 열광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부패하면서 보수화됐다.
그것이 여기 자유주의의 엘리트다. 두테르테는 지난 선거에서 이들의 약점을 잡았다. 그들은 두테르테에 반대할 것이다. 진보 진영이 이 자유주의 엘리트에게 주도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 필리핀 대중은 지난 선거에서 자유주의 엘리트 진영을 결정적으로 거부했다. 진보 진영이 이들에 주도되는 것으로 보인다면 이는 자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두테르테가 이전 대통령과 얼마나 다를까? 그가 지속 가능한 무언가를 구축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다른 정치인과 다른 한 가지는 정당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지도자와 대중이 힘을 연합한, 고전적인 보나파르트주의이다. 그가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는 한,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차기 6년 동안 무언가를 건설할지, 그의 지배 아래 전 엣쟈 체제가 사라져 갈지는 힘의 상호 작용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좌파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특히 브라질 좌파의 실패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브라질과 관련해 나는 아마도 빗나간 많은 사태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나는 노동자당이 2002년 집권했을 때 깨끗한 반부패 정당으로서 매우 강한 명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들은 타협의 측면에서 실제로 잘못된 결정을 했다. 첫 번째 부패 스캔들은 2002년과 2004년에 벌어졌다. 그들이 성장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매수해야 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런 굴복은 이 당의 핵심을 부패하게 했다. 둘째는 노동자당이 정부에 흡수됐다는 것이다. 그들은 독립적인 세력으로서 자신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셋째는 신자유주의와의 타협이다. 이 정당은 자본주의 체제의 보수적인 경제 정책을 공격하지 않고 회피했다. 대신 빈곤을 완화하는 볼사 파밀리아에 의존하면서 보다 평등한 브라질로 고통 없이 이행할 수 있는 것처럼 보았다. 나는 그것이 큰 실수라고 본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차베스 기간 그들이 할 수 있었음에도 석유에 대한 의존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고 본다. 두 번째 문제는 물론 정부가 군대에 계속 의존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진보적인 군대이든 아니든, 그것은 진정한 대중 정치 정당의 대용품이 됐다. 셋째는, 대중 정치 정당의 연속성 문제다. 카리스마 이전은 매우 드문 일이다. 단지 막연한 접근이 아니라 정책을 계승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과정을 조직해야 한다. 그것이 베네수엘라와 브라질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고 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좌파는 이들 두 나라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우리는 기층에 다가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이보다 훨씬 더 앞서 있다. 그들이 이를 어떻게 성취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들은 필리핀뿐 아니라 모든 좌파에 교훈이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에서 발생한 일은 좌파에 지구적으로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우리는 적절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그들이 브라질에서 이긴다면 우리는 이길 것이다. 그들이 미국, 베네수엘라에서 승리한다면 우리도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시점에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에 달려 있다. 이것은 실제로 지구적인 투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적용할 수 있는 좌파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기 처음 15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의 경험은 매우 중요한 영감을 제공했다. 그 후 2008년부터 경제 및 금융 위기는 실제로 현 체제가 얼마나 파산해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은 후퇴했고 그리스에서도 큰 좌절이 있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위기이며 지금도 위기 속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본주의의 소생 능력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대안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이 위기에 더욱 착목하고 스스로를 가다듬어야 한다. 역사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경우, 우리 고유의 조건에서 이 상황과 씨름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좌파가 개입해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우파가 반자본주의 수사까지 동원해 하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두테르테 현상이 필리핀 종속 자본주의 위기와 씨름하려는 시도를 나타내는가 그리고 다수 대중이 두테르테가 상황을 변화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표현했기 때문에 그에게 끌렸는가이다.
미국 트럼프에 대해 동일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불행히도 우파 전체는 이 점에서 유리하다. 그들은 항상 서로 다른 것들을 생각해 그것을 묶어서 서로 다른 부문에 호소할 수 있다. 합리성과 정치적 일관성은 좌파의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서적 일관성 측면에서는 이치에 맞지만 이성적 합리성 측면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모순된 파시스트적 인물들을 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길을 갈 수 없다. 그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해가 될 것이다. 그런 길을 걸어간 좌파들이 있다. 무솔리니 같은 자 말이다. 하지만 그의 결말이 어떠했는지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