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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워커스 26호] 시평
2016년 11월 22일Leave a comment26호, 시평By workers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개헌과 몇 번의 사과 담화문으로 넘어가려던 박근혜 정권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스스로 저지른 비리와 국정농단을 애써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누적되고 곪았던 비리들은 툭툭 튀어나온다. 연이어 민중총궐기대회를 치른 지금, 박근혜 정권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권력을 내려놓고 퇴진하는 것 외에 없어 보인다. 민중총궐기대회가 100만이 넘는 민중의 집결로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우자, 공중파 방송조차 역사적인 의미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중의 분노가 현실정치를 압박해 가며 사태는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이에 따라 제도 정치권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낡은 유물’ 같은 영수회담을 운운하다 뒤늦게 ‘즉각 퇴진’을 당론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 내부도 균열의 틈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들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속에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느라 분명한 입장을 정하기보다는 간 보기에 여념이 없다. 청와대를 향한 100만 민중의 외침에 청와대는 허울뿐인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거리에서는 ‘혼이 나간 대통령’이라는 한탄이 도처에서 쏟아져 나온다. 박근혜 정권은 이미 때를 놓쳤다. 이번 사태를 세월호의 유병언처럼 최순실을 향해 모든 초점을 맞추려 수작을 부렸으나,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더러운 배설물을 쏟아부은 주역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고리는 재벌이다

민중총궐기대회 분위기는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요구와 주장은 큰데,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 건 감성의 빈약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대중적인 집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는지도 모르지만, 필자가 접한 느낌은 그렇다. 집회하고 행진하는 민중의 모습에서 투쟁공간이라기보다는 축제의 현장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궐기대회 연단에서 투쟁사업장 노동자가 외쳤던 절규가 ‘비폭력 평화 질서’ 프레임에 갇혀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생존의 절박함으로 솟구치는 노동자들의 분노는 ‘질서와 비폭력, 평화’를 주장하는 시민과 상충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반노동자적 정책에 현혹된 재벌은 박근혜 정권 수립에 일등공신인 동시에 박근혜 게이트를 이끈 주체이기도 하다. 아울러 노동법 개악의 혜택으로 달콤한 열매를 따 먹으며 사내보유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곳도 재벌이다. 이런 사실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검찰도 뭔가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재벌에 대해서는 수사가 아닌 조사를 했고, 그것도 비밀리에 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그마저도 뒷북이다. 검찰 자신도 박근혜 게이트의 수사 전반이 뒷북이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과 박근혜 정권은 이런 뒷북 수사로 사안의 중대함을 털고 위기 국면을 극복하겠다는 발상인데, 역시 개수작이다.

대선을 향한 노동자 계급의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12일 민중총궐기대회는 역사적이다. 또한, 대통령 지지율 5%도 역사적이다. 이것들은 정세의 역동성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제도정치권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반면, 노동자의 조직적 대응과 그에 따른 포괄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일관되게 하야와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박근혜 퇴진 이후 정치적 진로와 방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혹자는 박근혜 퇴진 후에 논의해도 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다양한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노동운동 내부에서 정치적 진로와 방향을 모아낼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비상국민행동이 여는 대규모 집회에서의 주장과 요구는 대통령 하야와 퇴진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쉽게 물러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위기 탈출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국민행동에 참여한 세력 중에는 각각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이 깔렸고 그 이면에는 정치적 입장에 따른 전략도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일정과 관련된 입장은 비상국민행동으로 통일된 것이 아니라 제각각이다. 다만 박근혜를 향한 일관된 분노는 박근혜 퇴진 요구로 자리잡았다. 서울 도심에 모인 민중의 분노와 요구는 우선 박근혜는 내려오라는 것까지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 이후의 정치적 노선과 입장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사상 최대의 인파가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역사적 집회 시위에서 노동자 계급의 이후 정치적 전략은 무엇일까. 박근혜가 물러나든 버티든 박근혜 이후의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단순하게 세력의 이합집산으로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가질 때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가능하며, 나아가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이념과 정책이 없으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지난 수십 년 경험의 결과다. 87년 투쟁에서는 ‘죽 쒀서 개 줬다’라는 한탄과 함께 ‘노동자가 조직화 되지 않았기때문’

이라는 원인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민주노총도 있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다양한 정치조직도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긍정적인 조직만이라도 투쟁 현장에서 박근혜 이후의 공동입장을 분명히 하고 정치세력화에 대한 공론화를 벌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87년의 한계와 오류를 줄이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커스 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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