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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도태평양전략’에 줄 선 문재인과 그 이후

기해왜란과 총알받이(2)
2019년 8월 24일Leave a comment58호, 연재/칼럼By 이종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방한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났다. 세계적으로 생중계된 그 화려했던 번개모임에 가려져 정작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내용은 그리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가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협력 심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한미 정상은 강력한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미는 태국,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메콩강 지역 국가들의 경제적 독립과 주권을 위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메콩강 지역을 개방하고 혁신적인 지역 디지털 경제를 촉진한다는 목표를 공유했다고 한다. 아울러 미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스마트시티 파트너십 등을 통해 사이버 보안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1) 액면 그대로 본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반화웨이전선에 한국이 줄서기를 한 것이다.

한편 지난 7월 10일 전경련이 주최한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 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에서 나온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발언을 주목해 볼 만하다. 그는 “일본의 조처가 갑작스럽다는 여론이 있지만, 지난 4월 전경련에서 개최한 한일관계 진단 세미나에서도 자민당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한다는 언급이 나올 만큼 오래 전부터 심각한 상황을 알리는 신호가 여러 번 있었으나 (정부)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2) 그리고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이러한 언론보도를 배경으로 볼 때 문재인 정권은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해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전후 일본을 선두로 하는 기러기편대에서 이탈하여 독자적으로 날 수 있다는 판단을 말한다. 미국의 최혜국 대우에서 졸업한 지 오래된 현재,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 경제·군사부문 등과 관련하여 일본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계열화를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그동안에는 경제와 남북 관계 등의 문제로 중국과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조건이었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유보적이었지만 이번에 결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제제재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에 중재를 요청해왔다.

법조인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관여했던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노동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계산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이번 입장은 한일청구권협상과 관련한 분쟁을 근본적으로 매듭 지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기러기 편대에서 벗어나려 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국가보호권 소멸일 뿐 개인청구권은 유효하고, 1991년 일본 외무성 야나이 슌지 국장이 그리고 지난 해 한국 대법원 확정 판결 당시 일본 외상 고노 다로가 재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판결은 정당하며, 일제강점기를 불법으로 인정할 수 없어 억지를 부리는 경제제재라는 부당한 처사는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입장이다. 그리고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뺐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판도라 상자가 열리다

그러자 갑자기 손님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 각각 2대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 등 총 5대의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한국 공군은 전투기 18대를 출격시켜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고 방송, 차단 비행 단계를 거쳐 경고 사격을 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국 전투기가 타국의 군용기에 대해 경고 사격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일본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들어왔다고 소련에 항의하고, 전투기를 출격시켜 사격까지 한 한국에도 항의를 했는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지경일 터다. 독도를 포함한 한국방공식별구역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미태평양공군이 설정했고 독도가 빠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은 1969년 일본이 자위대법에 따라 설정했다는 점에서도 아이러니다.

그리고 중국은 7월 말 국방백서에서 처음으로 사드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지역 전략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했고 지역 국가의 전략 및 안전 이익을 크게 훼손했다”고 명시했다. 한편 미국은 중거리핵전력(INF)조약 탈퇴 다음 날인 8월 3일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내 배치구상을 발표했다. 그리고 “어떤 나라도 인도·태평양을 지배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미국 국방장관은 해당 지역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의를 거쳐 배치할 것이라고 한 후보지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다. 중국 환구시보는 “이 미사일은 명확한 공격형 무기이기 때문에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한 충격보다 심각할 것”이고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 전날 8월 2일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가 미국에게 태평양전쟁 참전 조건으로 내걸었던 섬이자, 지금도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쿠릴열도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를 방문했다. 아베 정부는 4개 섬 전체를 돌려달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등 2개 섬만 돌려받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쪽으로 목표를 낮춰 잡았지만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아베 정권의 기대와 정반대로 러시아는 남쿠릴열도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레이더 기지를 새로 설치했으며, 지대함 미사일 증강 배치 계획을 추진하는 등 실효적 지배를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다.3)

결국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계기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렸다. 묻혀있던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이 전면에 나온 것이다. 식민범죄를 묻겠다는 의도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무릎 꿇고 전쟁범죄를 사죄한 독일조차도 식민범죄에 대한 사죄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서 지금 한일전은 그 끝을 예상하기 어렵다. 독도, 댜오위다오, 쿠릴열도는 모두 지금까지 영토분쟁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이번에 문제가 된 방공식별구역은 한일, 중일, 한중, 그리고 한・중・일 세 나라 공히 겹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끼어들었다. 다음에 또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온다고 또 총질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줄 선 대가

한국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한 이후 방한한 존 볼턴 미국가안보보좌관은 앞서 예상한대로 중재를 외면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을 청구하고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즉 파병을 요청했을 뿐이다. 그리고 정부는 청해부대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돌아간 직후 7월 25일 한국은 수직이착륙기인 F-35B를 탑재하는 차세대 대형 수송함 건조계획을 내놓았다. 사실상 경항공모함 계획이고 인도태평양전략에 줄 선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숙원사업이던 핵잠수함 건조계획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방부는 향후 5년 동안 군사력 건설, 운용에 29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내년 국방예산으로 올해보다 8% 증액한 50조 원을 편성했다고 한다. 이즈음에 독도 군사훈련이 발표되고 ‘독립군’들도 다가올 선거에 표가 된다고 판단을 한 것인지 불매운동 나서듯 군사훈련도 지지하고 청주 F35A 군사기지도 찬성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미 알려진 그대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도 군비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북한도 보란 듯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동북아시아가 분쟁지역이 되고 본격적으로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 글로벌파이어파워(GFP) 기준 군사력 1, 2, 3위이고 일본과 한국은 6, 7위 국가이다.

한미동맹을 통한 미국에 줄서기를 통해 일본의 경제 제재를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하든, 아니면 한미동맹과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한 대응이 별도로 진행됐든, 샌프란시스코 체제라는 전후체제의 역사적 배경에 더하여 동북아시아에서의 정치·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북미간의 핵협상에 따른 이후 한반도 정치군사적 지형변화가 그 정점이기도 하다.

결론은 똑같다. ‘노동자 총알받이.’ 조만간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이에 따른 동북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동북아 평화지대는 더 멀어지고 있다. 지금 불매를 넘어 한일뿐만 아니라 동북아 노동자민중연대가 의미 있고 더 절실하고 더 강화돼야 하는 이유이다.[워커스 58호]

[각주]
1) 美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전략의 린치핀”… 中견제 공조 시사. 동아일보. 2019.7.4.
2) 전경련 “수차례 일본 최악 시나리오 검토 경고…정부 방관” 주장. 한겨레. 2019.7. 23
3) 사방 꽉 막힌 아베 외교…”풀리는 게 하나도 없네”. 연합뉴스 20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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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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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주의대중화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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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19년 8월 24일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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