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만(참세상연구소)
로봇과 독점
독점은 자본주의 발전의 고유 속성이다. 19세기 말 독점자본주의가 출현한 이후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독점을 규제하고 자유경쟁을 촉진했지만 독점기업들은 더욱 크게 성장해 초국적 자본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런 독점은 생산이 세계화 되고, 디지털 경제가 확산하고, 생산과 소비가 네트워크화 되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 이후 인간 노동의 로봇대체가 확산되면서 독점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 첫 번째 연재 글에서도 소개한 고용동향 그림을 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위 그림은 2008년 경제위기 전후 기업 간 노동력 이동의 특징을 말해준다. 고용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미국, 일본, 독일 모두 제조업 고용률은 오르지 않았다. 고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경우1) 일본과 독일에서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고용이 크게 늘어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고용은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에 그쳤다. 미국은 저부가가치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고용이 함께 증가했지만, 저부가가치 부문이 더 크게 증가했다.
요약하면 대기업에서 고용이 줄고 같은 업종 중소기업에서 고용이 늘었다는 얘기다. 자본집약적인 독점대기업들은 중간 숙련 노동자를 줄이고 고숙련의 노동자들을 고용해 더 많은 수익을 걷었다.2)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들은 여기서 밀려난 중간 숙련 노동자들을 더 낮은 임금으로 고용했다. 이에 따라 산업의 독점이 더욱 커지고 노동시장도 양극화 되고 있다.3)
위 그림은 1982년에서 2012년까지 30년 동안 미국 업종별 상위 4개 회사의 시장점유율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유틸리티 부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업종에서 평균 10% 가까이 시장점유율이 올라갔다.
인간 노동의 로봇 대체, 디지털 경제의 확산은 이런 독점 경향을 더 확대하고 강화한다. 일반적으로 자본편향적(노동절약적) 기술발전은 전체 기업의 평균이윤율을 하락시킨다. 그에 따라 특별잉여가치(독점이윤)를 둘러싼 자본 간 경쟁은 격화된다. 구글, 우버 등 IT 기업이 자동차나 전자 등 제조업으로 진출하고 전통산업에서도 스마트 팩토리의 확산과 SCM(공급망 관리)의 도입 등 산업간, 업종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여기에 생산과 유통의 경계도 옅어져, 생산 기업이 유통을 책임지기도 하고 유통기업이 생산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생산과 유통, 서비스 방식이 모두 변하는 플랫폼 경쟁 국면이다. 이런 플랫폼 경쟁은 승리한 기업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사회(승자 독식 사회)를 정당화하며 이를 부추긴다.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독점의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인다.
가령, 아마존은 ‘아마존 포비아(공포증)’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전체 유통산업을 장악해 들어가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 클라우드컴퓨팅(서버 임대 서비스)에 이어 오프라인 식료품 판매에도 뛰어들면서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전 세계 5억 명의 고객에게서 모은 방대한 데이터를 AI(인공지능)로 분석해 경쟁자를 초토화시킨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1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계화율이 가장 높은 한국 재벌기업들은 산업독점력은 물론 노동비를 절감한 기계도입의 효과와 ICT 부문의 장비 독점 등으로 엄청난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재벌 외에 이윤을 남기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다.
불평등
독점의 확대는 전 세계적인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과 불평등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IMF와 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불평등 확대를 우려하는 보고서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하고 있다. 소득분배율은 노동과 자본 간 국민소득분배의 차이이기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은 곧 자본소득분배율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원인으로 선진국 경제에서는 자동화(로봇대체)와 세계화(공장 이전)가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신흥국 경제에서는 금융통합(금융세계화)과 자동화로 인한 폐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4) 로봇대체와 공장 이전, 금융화에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것이 바로 독점 기업(슈퍼스타 기업)이다. 다시 말해 독점이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에 가장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고 반대로 그들이 가장 큰 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독점의 확대로 노동소득분배율뿐 아니라 전체적인 소득격차도 전례 없이 확대됐다. 토마 피케티 등이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의 평균 국민소득은 61%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 조정 후 하위 50%의 평균 세전소득은 성인 1인당 약 16,000 달러로 정체됐다. 반면 소득 상위 10%에서 121%, 상위 1%에서 205%, 상위 0.001%에서 636%로 소득 분배 최상위 수준에서는 급상승했다.5)
1980년 상위 1%는 하위 50%보다 평균 27배의 소득을 벌었다. 오늘날 그들은 81배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이 소득격차율은 전쟁으로 파괴된 콩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및 부룬디 등 가장 가난한 나라의 평균 소득 격차와 유사하다. 그리고 지난 15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높은 소득 집중의 증가는 자본 소득, 즉 임금이 아니라 배당, 이자 및 임차 소득으로 인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창출된 가치의 전가는 자본의 순환과정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 간의, 특히 독점자본과의 계급투쟁에 달려있다. 전 세계의 노동조합은 최근 반세기 동안 반(反)노동조합법, 고용보호의 종식, 복지 삭감, 불완전 노동의 확대 및 세계화 등의 압력으로 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 그 결과가 이 같은 불평등의 확대를 낳았다.6)
‘고용 없는 이윤의 성장’ 그리고 소유
이처럼 디지털 전환과 로봇 대체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독점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독점기업들은 전체 이윤율 하락에도 독점이윤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더욱 키워 나가고 있다. 로봇기계 도입률이 가장 높은 한국 재벌기업들은 산업독점력은 물론 노동비를 절감한 기계도입의 효과와 ICT 부문의 장비 독점 등으로 엄청난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재원 논란에서도 재벌사내유보금 800조원에 대한 환수요구는 확대되고 있고, 정부와 여당에서는 재벌기업의 법인세 인상과 최고소득자들의 소득세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기본소득 논의에서도 결국 주요 재원으로 재벌의 독점이윤을 사회화하는 방식 이외에는 오히려 불평등을 더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처럼 경제위기와 디지털 경제가 확산하면서 독점 이윤에 대한 사회화 요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로봇생산(고정자본 중심의 생산)이 진척되면 로봇소유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로봇이 벌어다 주는 막대한 이윤을 거둬들이게 된다. ‘고용 없는 이윤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생산 가능한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청난 사회적 부를 독차지 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가 사회적 부의 절대적 크기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불평등이 극단화한 사회로의 진입이 우려된다.[워커스 36호]
[각주]
1) 선진국 경제에서 제조업 고용비중은 서비스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의 서비스업 고용비중은 80% 전후다.
2)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 독점 기업들은 로봇 대체를 늘려 중간 숙련 고용을 줄였고 상대적으로 고숙련 노동자들의 비중이 늘어났다.
3) Concentrating on the Fall of the Labor Share, American Economic Review: Papers & Proceedings 2017
4. https://blogs.imf.org/2017/04/12/drivers-of-declining-labor-share-of-income/
5)) http://equitablegrowth.org/research-analysis/economic-growth-in-the-united-states-a-tale-of-two-countries
6) https://thenextrecession.wordpress.com/2016/12/10/trump-trade-and-tech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