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실과 보수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노동운동의 전환점, 합리적 노사관계를 위한 방향’ 세미나에서 모든 사장님은 사회적 약자다. 반면 노조는 타락한 사회적 강자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 있게 “구국의 세미나”를 준비했다. 하태경 의원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강성해진 노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쳐서 부패하고 타락했다. 금수저 노조가 노동자 양극화를 만들었고 청년들을 절망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한국의 노사관계가) 자다가 깰 정도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노동자 임금과 자신이 다니는 명지대 조교수의 초빙 비용을 비교했다. 노동자가 교수보다 임금을 더 받는 게 억울해 자다가 깼을 수도 있겠다. 조동근 공동대표는 “노동자의 창을 막을 사측의 방패를 다 뺏겼다. 사측은 파업권을 인정하는데 경영권과 조업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사용자의 유일한 방패는 대체근로다.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아프리카 말라위뿐”이라며 “미국은 경제적 파업인 경우 근로자를 영구 대체할 수 있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파업은 근로자를 임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을 반박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용노동부다. 고용노동부 오영민 과장은 “한국은 필수 공익 사업장의 경우 이미 50%의 대체인력을 허용하고 있다. 또 미국과 다르게 한국에서 부당노동행위 파업은 법적으로 정당성이 없어 불법으로 본다. 이렇듯 사례를 들 때 단순하게 제도만 보는 게 아닌 전체의 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노조 위원장 2~3년 하면 집 한 채 산다는 얘기는 다 안다”며 “전쟁 안 하는 군대는 부정·비리가 들끓는다. 노조는 1987년(노동자 대투쟁)부터 2000년 초까지 전쟁을 했다. (지금은) 노조가 전쟁을 안 하니 수많은 문제가 불거졌다”고 했다. 그는 2003년 자료를 제시하며 “전체 노조의 2.7%만이 회계 감사 결과를 조합원에 공개했다”며 “노조는 1987년 체제의 상징이자 모순 부조리의 집약체”라고 비판했다.
김대호 소장은 “노조를 노동인권의 보루이자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의 선봉 부대로 생각하는 낡은 관념”이 노동개혁을 막는다고 했다. 이 관념이 과연 낡았을까?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은 3년 연속 한국의 노동자 권리지수를 최하위로 발표했다. 노동을 더 유연하게 만들 목적이라면 틀림없이 낡은 관념이지만, 그나마 비정규직의 권리를 지키고 조직하는 것도 결국은 노동조합이다. 그리고 노조가 전쟁을 안 하고 있다니?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중총궐기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전면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세미나를 “구국의 세미나”라 평하며 “(사측이) 침해당한 권리를 회복할 수 없다면 정의가 실종된 사회”라고 말했다. 노조에 대항할 무기를 빼앗긴 ‘우리 사장님’이 많이 속상한 듯하다. 그래서 노동자에게 1,521억 원의 손해배상(민주노총 20개 사업장에서 2016년 8월까지 집계한 금액)을 청구했을까. 1,521억 원. 이 자본이 ‘우리 사장님’들의 거대한 무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