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사랑은 여전하다. 한국갤럽은 11월 넷째 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조사결과를 4%로 발표했다. 앞선 3주 동안 5%였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 더 떨어진 결과다. 역대 대통령 중 최저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4%는 활발하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박사모)은 11월 30일 이재명 성남 시장의 형인 이재선 씨를 성남지부장으로 임명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확인되며 움츠렸던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11월 19일 집회가 대표적이다. 박사모와 한국자유총연맹 등은 ‘대한민국 헌법 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이라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서울역 광장에서 남대문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주최 측 추산 7만여 명, 경찰 추산 1만여 명이 모였다. ‘대통령 하야 절대반대’, ‘법치주의 수호하자’ 등의 손 팻말이 광장에 휘날렸다.
박근혜는 헌법이다
박사모는 ‘헌법’을 중요한 가치로 내걸고 있다. 헌법은 곧 박근혜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는 것은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것과 같다. 박사모를 비롯한 구미희망포럼,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보수대연합이 주최하는 12월 3일 집회는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을 내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죄가 인정되기 전,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은 헌법, 법치가 무너지는 것으로 본다.
‘박근혜=헌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정세분석과 대응으로 이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박사모는 대응책을 분주히 마련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를 한 11월 30일 야권은 ‘즉시 탄핵’ 방침을 확고히 했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12월 9일 탄핵’ 방침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 4월 퇴진’을 놓고 여야 대표가 협상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박사모 역시 가장 작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의견을 모았다. 박사모 중앙회장인 정광용 씨는 국회가 선택할 세 가지 가능성으로 탄핵통과와 탄핵 부결, 야권의 탄핵 포기를 점쳤다. 그는 박사모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야권의 탄핵 포기는 일어나기 어렵지만 어떤 것에도 가능성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촛불의 행동 양상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우리(박사모)가 해야 할 일을 묻기도 했다.
논의는 활발히 이뤄졌다. 박사모 회원들은 탄핵을 막기 위한 행동을 고심했다. 언론, 검찰, 국회 세 분야를 집중 공격해야 한다며 비박계 의원들의 사무실을 일일이 찾아가 시위하자고 촉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누리당 당사와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지역 의원실을 점거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시위보다 언론과 종북 세력을 향해 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위나 점거, 집회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이고 있는 동시에 언론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고 있다. 허위 보도로 민심을 왜곡하고 박 대통령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박사모가 ‘허위/왜곡보도 감시센터’를 운영하는 이유다.
손석희의 거짓말을 낱낱이 밝혀라
“바람직한 사회에서 미디어의 태도는 다양한 정보와 견해를 펼쳐야 한다. 독점해서도 함부로 차단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미디어들은 정보와 견해의 편향성이라는 중병에 걸렸다.”
“한국의 언론은 스스로 거대화하여 자신의 언론권력과 수익을 지키는 목적에만 충실하다. 언론 자신을 위한 이해관계가 맞는 권력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한다.”
박사모가 운영하는 ‘허위/왜곡보도 감시센터’는 언론의 편향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언론이 오만과 광기로 ‘박근혜 대통령 죽이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언론이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수를 부풀린다는 것이 대표적인 불만이다. 11월 26일 집회를 비롯해 종북좌빨들이 광화문 촛불시위에 100만 명이 모였다고 뻥튀기를 하는데, 언론이 이들의 주장만을 고스란히 받아쓴다는 것이다. 언론의 참가인원 부풀리기를 지적한 한 박사모 회원은 게시글을 통해 “미 국방성이 인공위성으로 분석한 사진에 고작 11만 3,374명만 참가했다는 것이 나와 있다”라며 “100만, 190만이라고 뻥튀기 조작하는 한국의 언론들은 작정하고 한국을 망하게 하려고 덤비는 놈들 같다. 선동, 조작, 음해 펜으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라고 했다. 20분 만에 광화문 인원이 60만 명에서 80만 명, 다시 또 20분 만에 8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늘어나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라 단언한다.
언론이 초중고대학생을 선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아름다운 시민문화의 장착’, ‘시위대의 문화적인 퍼포먼스’를 사진과 영상으로 미화해 어린아이들을 매혹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때 함께 보수의 길을 걸었지만 박사모 집회를 보도하지 않고 데모를 포장하는 TV조선과 조선일보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현재 이들은 손석희 JTBC 사장이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입수한 것이 아니라 조작해 보도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순실이 버린 PC를 입수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태블릿 PC를 넘겨받아 독일에서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손석희 사장이 10월에 며칠 동안 방송을 하지 않았고 당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있는 걸 본 사람이 있다는 목격담을 전하기도 한다.
2030의 활동도 분주하다. ‘박사모 2030청년포럼’이 구성됐고 이들은 시뻘건 깃발을 보기 싫다며 태극기를 달고 집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논의하거나 애국청년으로서의 삶을 고민한다. 각자 바쁜 삶 속에서도 조국의 어려움에 등 돌리지 말자며 서로를 다독인다. 20대 리더와 30대 리더를 선출해 단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다. 박사모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을 이끄는 것도 이들이다. 박사모 2030 청년포럼의 한 회원은 “좌파들이 박사모를 비웃을 때 많이 하는 말이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골방 늙은이들, 퇴물들이란 말을 한다. 좌파들의 커뮤니티를 보면 상호작용이 잘 되어있다. 이런 것은 보고 배워야 한다”라며 “회원들이 게시 글을 쓸 때마다 잘 못된 것은 적극 지적하고 좋은 것은 칭찬하며 가열 차게 글을 쓰자”고 해 많은 회원의 지지를 받았다. 동시에 언론과 야당의 여론선동으로부터 박 대통령과 보수를 지키기 위해 12월 3일 집회를 준비하며 커뮤니티 안팎을 챙긴다.
회원 수 7만 6,000명에, 정오가 지나면 방문 수 6만 명에 달하는 박사모 커뮤니티. 일상에서 좌파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생활의 팁부터 야당 대표의 기자회견이나 여당 인사의 말이 기사화되자마자 실시간으로 의견을 모으고 활동방향을 정하는 공간. 여론에 휩쓸리지 않으려 분주하고 민첩하게 의견을 모으고 다음 행동을 논의하는 공간. 동시에 맥락이 삭제된 주장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 믿고 싶은 주장이 사실로 둔갑하는 공간. ‘누구든 죄가 없는 자 박 대통령에게 돌을 던지라’ 외치는 박사모의 절개는 꼿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