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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에 피폭되는 노동자

2017년 5월 12일Leave a comment30호, 초록은 적색By 용석록 객원기자

3월 23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과 환경운동연합이 ‘원전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위한 대선후보 공동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환경운동연합

최근 한빛1·2호기, 한울1호기, 고리3호기의 핵발전소 격납 건물 철판에서 구멍이 329곳이나 발견됐다. 부식으로 생긴 현상이다. 3월 27일에는 고리4호기에서 냉각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핵발전소 가동에 따른 구체적인 위험 요소를 찾다가 2008년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작성한 ‘원전사고 고장 조사 보고서’를 읽었다.

조사보고서는 2008년 6월 6일 고리3호기 증기발생기 밸브 용접부에서 냉각재가 누설된 사고 내용을 담았다. 핵발전소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찾아볼 목적이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방사선작업관리를 위해 특수방사선작업허가서를 발급하고, 보건무리요원에 의해 해당지역 출입을 통제했음을 확인했다. 또한 동 사건으로 인하여 현장 확인 및 보수 등을 위해 50여명(추정)이 현장을 출입했으며, 이로 인해 개인 최대피폭선량은 6.68밀리시버트(mSv)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원자력법시행령에 명시된 법적선량한도치(연간 50mSv) 이내로 작업자는 적절하게 보호된 것으로 판단된다.”

읽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관심만 높았지, 일상적으로 방사능에 피폭되며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보고서를 확인했던 시기에 지인이 책을 한 권 보내줬다. 그 책은 우연하게도 피폭노동자에 관한 책이었다. 호리에 구니오가 쓴 《원전 집시_피폭하청노동자의 기록》(무명인)이다. 이 책은 프리랜서 기자이자 기록작가인 호리에 구니오가 직접 하청노동자로 일본 핵발전소에서 일했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핵발전소 안에서 철판의 녹을 제거하거나 고체폐기물 처리건물 청소작업, 해수관 청소, 사용후핵연료 피트 제거공사 등에 투입됐다. 클린업실 조정밸브 설치작업에는 5명이 한 조가 돼서 일했다. 한 사람이 피폭선량 허용치까지 피폭돼 개인방사선경보기가 울려대면 다른 사람이 투입되는 식으로 일한다. 책에는 “혼자 작업하면 곧바로 펑크난다. 그래서 인해전술을 써야만 한다”는 내용이 있다.

호리에 구니오와 함께 일했던 동료는 핵발전소에서 일하기 전 백혈구수치가 7천이었는데, 핵발전소 안에서 일한 이후 3천까지 떨어졌다. 그는 더 이상 방사선 관리구역 안에서 일하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하청노동자가 방사능에 얼마만큼 피폭됐는지, 이후 건강상태는 어떠한지 알 수 없다. 글쓴이는 ‘정기점검을 무시한 원전설계’에 관해 “뚜껑을 열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설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몸을 꼬아서 탱크 안으로 들어가는 열악한 노동조건, 원시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검사하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정기점검을 의무화한 것은 국가임에도 노동자가 일하는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핵발전소 설계를 그대로 승인한 것이다.

글쓴이는 1978년 9월 28일부터 1979년 4월 19일까지 약 7개월 동안 미하마 핵발전소,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쓰루가 핵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했다. 글쓴이가 핵발전소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답답함’이었다. 핵발전소의 실체가 안 보여서 그 현장에서 일하면서 눈과 귀로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었다. 방송, 언론, 잡지, 포스터 등은 핵발전소의 ‘안전성’ 또는 ‘필요성’을 주장한다. 반대로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불필요성’도 이야기되지만, 위험성을 암시하는 것은 ‘소문’ 으로 들려왔고 원자력계는 반박했다. 작가는 사실을 알아 내려고 전력회사나 관공서, 원전노동자들을 만났지만 “자료가 없다”거나 “그런 사실이 없다”, “잘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는 정보라는 간접화법보다 ‘직접화법’을 원했다.

현재 우리나라 피폭노동자의 실태를 찾아봤다. 노동자들에 쌓이는 방사능 피폭 문제는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하청노동자들의 피폭량이 두드러졌다. 국내 핵발전소 외주·하청 노동자의 1인당 피폭량이 한수원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최대 18.9배 높다는 내용이 나왔다. 최재천 의원과 에너지정의행동이 2013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압력관 교체 공사 노동자 피폭량이 정규직의 18.9배’였다. 2012년 한 해 동안 한수원 출입 방사선 종사자 1만4715명 가운데 정규직 노동자 5250명의 1인당 피폭선량은 0.14밀리시버트에 그쳤지만 월성 1호기 압력관 교체 공사를 수행한 노동자들(4명)의 수치는 2.65밀리시버트였다. 1970년대 말 일본의 핵발전소 안에서 일했던 노동환경과 현재 국내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작업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4년 최원식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7월 기준 4곳의 핵발전소(울진, 영광, 고리, 월성본부) 노동자는 1만9693명이다. 이중 한수원 정규직이 6771명 (전체의 34%), 비정규직 1114명(6%_직접고용 81명, 간접고용 1033명), 사내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는 1만1808명(60%)이다.

‘탈핵 정책’은 19대 대통령 선거에 중요한 화두가 됐다. 지난해 일어난 5.8 규모의 지진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같은 사고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환경 단체뿐만 아니라 대다수 시민들에게 생겼기 때문이다. 탈핵을 선언한다고 해도 그 시기는 2040년이 될지, 2060년이 될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핵발전소 폐로를 선언한다고 해도 일상적으로 방사능에 피폭되며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또 그 노동자들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 환경단체, 시민사회가 ‘탈핵’과 함께 방사능에 노출된 채 일하는 피폭노동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워커스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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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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