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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되는 사람

2016년 6월 8일Leave a comment13호, 데스크 칼럼By workers

6월 1일 오전,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가스 폭발로 붕괴 사고가 나면서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는 17명으로 모두 비정규직이다. 이 중에서 하청 업체 직원이 3명이고 나머지 14명은 일용직 신분이었다. 계속 현장에서 일해 왔지만, 하청 업체 소속도 아닌 일당 받는 일용직 신분으로 일했다. 이 일용직 14명만이 이번 사고로 죽거나 다쳤고, 이 중 10명은 15미터 지하에서 가스 작업을 하다 폭발 사고를 맞았다.

5월 28일 오후, 구의역 안전문(스크린 도어)을 정비하던 열아홉 살 하청 업체 노동자가 들어오는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졌다.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에서 똑같은 사고로 2명이 숨졌다. 이들은 모두 하청 업체 직원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유지 보수 업무의 직영 운영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인건비 절감과 관리 운영의 편리함을 앞세워 두 군데 하청 업체에 업무를 맡겼다. 이 하청 업체들은 그나마 중간착취를 더 늘리기 위해 고등학생을 실습생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 당사자인 김 모 씨도 지난해 고교 실습생으로 시작해서 올해 졸업 후 하청 업체에 채용됐다. 이번 사고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담당 본부장을 경질하고 외주 업체 점검에 나섰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일 뿐이다. 서울메트로가 이 사건에 대해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직영도 아닌 자회사 설립에 2인 1조 점검이다. 그나마 2013년부터 계속 재탕이며 지켜지지도 않는 대책이다.

위험하고 어렵고 힘든 업무는 죄다 외주, 하청 업체로 돌렸다. 위험하고 어렵고 힘든 업무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외주, 하청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지만, 안전 교육은 소홀히 하고, 사용할 장비나 안전 장구 없이 일하고, 업무 지시나 감독 라인이 끊겨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죽어 가고 있다. 이 정도면 ‘산재의 비정규직화’라고 부를 만하다.

2015년, 형광등 생산 업체 설비 해체 작업을 하는 20명의 노동자와 시민을 포함한 80여 명이 수은 중독 피해자가 됐다. 그 악명 높은 ‘미나마타병’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4단계에 걸친 하도급 때문에 일하던 하청 노동자들은 아무런 정보 없이 일했고, 아파서 병원을 전전하다 나중에야 수은 중독으로 판명됐다. 2016년 초, 삼성과 LG 등 대기업 3차 하청 업체에서 핸드폰 부품 작업을 하던 20대 청년 노동자 5명이 메탄올 중독 사고로 실명 위기와 정신 장애를 겪었다. 대기업의 다단계 하청인 사업주들은 에탄올이 아니라 단가가 3분의 1 정도 되는 메탄올을 썼다. 사업주의 불법 파견 고용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신이 쓰던 것이 메탄올인지도 전혀 몰랐고, 현장에는 보호 장비도 배기나 환기 장치도 없었다.

이 사고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안산 시화 공단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파견 확대 입법을 추진하라”고 역설했다. 노동부 장관은 눈물을 훔치며 국회에서 파견 확대 입법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사고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즉시 처벌을 시정 조치로 완화하는 규제 완화였다. 이런 정부의 대책을 요약하면, 비정규직더러 더 많이 나가 죽으라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비정규직화이기는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최소한 생명과 안전에 관한 업무만큼은 외주나 하청이 아닌 직영 업무로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조차도 언감생심이다. 산재 사망과 시민 재해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 외주화를 막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법, 노후 차량과 1인 승무제를 금지하는 법, 화학 사고에 대해 주민의 알 권리와 참여를 보장하는 법, 규제 완화에서 최소한 생명과 안전 분야를 제외하기 위한 법 등은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 되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규제 완화와 파견 확대를 중단하고 이 법들을 다시 처리하라.

 

홍석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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