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농성에 기술이 있을까. 절벽에서 등 떠미는 게 되진 않을까 주제를 잡아 놓고도 후회했다. 고공 농성은 올라가 있는 동안에도 고통스럽지만 후유증도 대단했다. 육체적으로는 좁은 공간에서 아무리 운동을 한다고 해도 근육이 퇴화하기 쉽다. 정신적으론 혼자 올라가든 둘이 올라가든 그 위에선 자신과 싸움이 된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거다. 한 고공 농성자는 누군가 고공 농성을 하겠다고 하면 꼭 막을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절박한 상황에 몰린 누군가는 불가피하게 또 고공 농성을 택할 것이다. 앞서 경험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좁은 곳이지만 어떻게든 운동을 해야 한다. 408일, 최장기 고공 농성을 했던 스타케미칼 차광호 씨는 아침 먹기 전, 점심 먹기 전 1시간씩,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했다. 지름 5미터 정도인 굴뚝 난간을 따라 1시간 정도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했다. 대략 6킬로미터 정도 걷는 운동량이란다. 허리가 부쩍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오후엔 윗몸 일으키기, 108배 같은 운동도 했다. 그래도 안 쓰는 근육이 생긴다. 부산시청 광고탑에서 고공 농성을 했던 심정보 한남교통 쟁의부장은 꾸준히 운동했지만, 농성 끝나고 종아리와 허리가 아파 재활 치료를 받았다. 높은 곳에선 지상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회사, 공권력의 침탈에도 대비한다. 차 씨는 오줌 받아 둔 페트병을 모았다. 여차하면 날릴 심산이었다. 고공 농성자들은 입구를 봉쇄하기 위해 절단기, 드라이버, 펜치, 망치 등 연장도 준비했다.
고공 농성자에겐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치명적이다. 우울증과 불면증 등으로 신경이 예민해진다. 화를 잘 내기도 한다. 그래서 고공 농성 중에 정기적으로 심리 치료사나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고공 농성자들은 가끔 이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고 했다. SNS 활동은 기록과 소통의 용도다. 온라인 속 반응은 그 자체로 힘이 되고 그런 여론이 모여 회사를 압박할 수 있으니 SNS를 이용한 선전전은 필수다. 스마트폰을 계속 충전해야 쓸 수 있어 까다롭긴 하다. 100일 넘게 고공 농성 했던 이창근 쌍용차 정책기획실장은 휴대폰 충전용 태양열판까지 미리 챙겨 올랐다.
땅에 남은 사람은 올라간 사람만큼 버거운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하루 세 끼 밥을 올려 주고, 수시로 전화해서 상황을 공유한다. 목소리를 듣고 심리 상태도 체크한다. 고공 농성자 가족을 챙기고, 침탈에 대비하고, 밑에 있는 동료들이 와해되지 않도록 결속을 다져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알리는 역할이다. 여기 위에 사람이 있다고, 우리가 싸우고 있다고. 연대 문화제, 희망 버스 등을 기획하는 것도 땅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회사와 교섭이 이뤄지면 가장 좋겠지만, 대부분 교착 상태에서 고공 농성을 하기에 교섭은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고공 농성자에게 전화를 걸어 ‘싸움의 기술’이란 코너를 설명했을 때 이건 기술이 아니라는 답들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죽기를 각오한 싸움”이기에 “그 누구라도 올라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디 고공 농성, 단식,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없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오길 바랄 뿐이다.
박다솔 기자
사진 정운 기자
(워커스13호 201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