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이 필요해
박다솔 기자/사진 정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침해하는 게 부당 노동 행위다. 노조를 때리고 부숴 무력화시키는 불법 행위다. 부당 노동 행위로 간주하는 불법의 범위는 생각보다 협소하다. 노동 3권을 보호하는 것이라 노조 조합원 아닌 비노조원이 당한 불법 행위는 부당 노동 행위에 속하지 않는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는 부당 노동 행위를 이렇게 정의한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 △특정 노조에 가입, 탈퇴할 것을 고용 조건으로 하는 행위 △단체 교섭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는 행위 등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다.
노조 파괴를 결심한 사측은 용역 회사, 노조 파괴 전문 컨설팅 업체를 동원한다. 용역이 조합원을 폭행하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그들은 노조 간부 테러도 서슴지 않는다. 용역이 활개 치고 컨설팅 업체 전략이 고도화할수록 노조 활동은 위축된다. 이때 사측은 어용 노조를 만들어 가입을 종용하는데 이 역시 부당 노동 행위로 불법이다. 복수 노조가 허용된 후부터는 어용 노조 활용이 기승을 부린다. 최근엔 페이퍼 노조(유령 노조)를 이용해 교섭을 방해하는 신종 부당 노동 행위까지 등장했다.
부당 노동 행위는 피해 노동자나 노조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직접 폭력이 있더라도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당 노동 행위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사측의 검은 속내를 까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재광 노무법인 필 노무사는 법보다 집행 기관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부, 노동위원회, 검찰, 심지어 재판부까지 부당 노동 행위를 처벌하려는 의지가 없다. 심지어 부당 노동 행위 건은 공안 검사에게 배당되는데 거의 무혐의 처분으로 의견이 모인다. 공공의 안전이 아닌 그들만의 안전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꾸준히 증거를 모으고 항의하는 대자보를 붙여야 한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액션을 보여 줘야 사측도 주춤한다. 조합원에 대한 물리적 폭행, 협박, 감시 등이 벌어지면 증거물을 만들어야 한다. 권동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는 꼼꼼하게, 전략적으로 증거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꼼꼼한 문서는 탄탄한 증거가 된다
부당 노동 행위가 발생하면 즉시 문서로 만든다. 사측 관리자가 노조 활동하는 노동자를 폭행했을 때, 진술서를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노조 임원이 결재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을 추천한다. 공식화한 문서는 증거의 신빙성을 높여 준다. 육하원칙에 따라 쓰는 것은 기본이다. 주위에 누가 있었는지, 분위기, 당사자 옷차림, 자세 등을 그림 그리듯이 묘사한다. 역시 구체적일수록 신빙성이 높아진다.
사진, 영상 전략적으로 찍기
사진이나 영상은 전략적으로 찍어야 한다. 업무 방해 고소를 피하기 위해 노조 활동이 업무에 방해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한다. 점거 천막이나 현수막은 최대한 작게 찍는다. 많이 찍는 것보다 각도를 잘 잡아 찍는 게 중요하다. 사진보단 영상이 증거로서 유용하다.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 채증 담당자는 카메라를 보호하며 뒤에서 찍는다. 구사대, 용역은 카메라도 부순다. 멀리서 찍을 상황에 대비해 초점 잘 잡히는 망원렌즈 사용을 권한다. 여력이 안 돼 찍어만 놓고 분류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정작 증거가 필요할 땐 분량이 방대해 필요한 자료를 못 찾으니 미리 분류해 둬야 한다.
녹음의 일상화
사진, 영상이 좋지만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부당 노동 행위를 카메라로 포착하긴 어렵다. 자주 부당 노동 행위가 있다면 녹음기를 켜놓고 다니자. 사측과의 통화는 무조건 녹음, 관리자와 하는 대화도 녹음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 대화 녹음을 금지할 뿐, 당사자가 녹음하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중요한 대화는 녹취록 형태로 보관한다. 법원 앞 속기사무소에 가면 보다 싼 가격에 녹취록을 만들 수 있다.
(워커스14호 201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