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 발언이라 함은 대중의 감정을 자극해 행동에 참여하도록 고무하거나 격려하는 행위라고 한다. 직업 특성상 현장에서 선동 발언을 꽤 귀 기울여 듣는 편이다. 노트북으로 타이핑을 하기도 하고, 수첩에 일일이 적기도 한다. 선동 발언을 받아 적다 보면, 어느새 영혼은 텅 비어 버리고, 손가락만 의미 없게 움직일 때가 부지기수다. 청중도 마찬가지다. 집회, 시위 현장에서 발언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대개는 초등학교 운동장 조회 시간마냥 딴짓을 하기 일쑤.
그렇다 해도, 간간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선동 발언이 터져 나오는 법. 수첩에 열심히 발언을 받아 적다가, 한 문장도 놓치기가 아까워 결국 녹음기를 켜게 되는 발언이 있다. 그럴 땐 청중들의 집중도나 반응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동 발언에 마음과 귀를 열게 되는 걸까.
집회에 자주 참여하는 활동가와 노조 간부 등에게 물었다. 어떤 선동 발언에 가장 마음을 열게 되느냐고. 대개는 발언자의 실명을 언급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발언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었다는 활동가 A 씨. “전형적인 발언처럼 스스로 단정 짓고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일상적인 언어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화법을 구사한다. 그래서 공감이나 설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간부 B 씨는 “예전에는 선동이 일방향의 폭로였다면, 이제는 양방향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영국 변호사를 ‘좋은 예’로 꼽았다. “장소만 바뀌었지, 비슷비슷한 말을 리바이벌하는 발언자들이 있다. 권영국 변호사의 경우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조문을 인용해 문제를 제기하고, 또 이를 통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질문을 받자마자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 활동가와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등이 퍼뜩 떠올랐다는 활동가 C 씨. 그는 “어렵거나 딱딱한 언어를 안 쓰고 대중을 고무하고 감동을 주는 호소력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고(故) 정광훈 농민회 의장,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이종화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 배태선 민주노총 조직실장,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 등의 이름이 나왔다. 공통점을 들여다보니 하나같이 ‘쉽고 친숙한 언어’로 ‘자신이나 주변의 신상이나 사례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동 발언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까? A 씨가 말했다.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데 혼자 화나 있는 사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