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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다르면 전술도 달라야 한다”

국경을 넘는 원정 투쟁
2016년 7월 26일Leave a comment20호, 싸움의 기술By 박다솔 기자

사진 정운

세계화의 영향일까. 외국 기업이 한국에 있는 기업의 대주주가 되고, 한국 기업은 종종 외국으로 도주한다. 불법 해고 등 억울한 일을 당한 노동자는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원정 투쟁을 기획해야 하는 시간이다.

지난해 하이디스 해고 노동자들은 네 차례에 걸쳐 대만을 찾았다. 대주주인 대만 이잉크 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370여 명 중 희망 퇴직과 정리 해고로 332명을 내보낸 직후였다. 경영난을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는 2014년 800억 원 넘는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에 기술 먹튀를 당하고, 대만 기업으로부터 해고까지 당한 노동자들은 짐을 싸 대만으로 향했다.

대만연대전선과의 연대는 하이디스 투쟁에 큰 힘이 됐다. 종일 붙어 다니며 통역을 돕고, 농성을 함께했다. 학교를 마치고 결합하는 학생, 직장이 끝나고 오는 직장인의 모습은 감격스러웠다. 대만 언론도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상목 하이디스 지회장은 “한국과는 다르게 메인 방송사도 우릴 취재하고 바로 방송으로 내보냈다. 재계 순위 안에 드는 그룹에 항의하기 위해 외국에서 노동자들이 왔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전방위 압박을 받았던 탓일까. 5차 원정을 준비하던 중 이잉크 관계자로부터 면담 요청이 왔다. 조건은 ‘대만에 들어오지 말아 달라’였다. 그 면담이 시발점이 돼 2주에 한 번씩 교섭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입장 차는 팽팽하지만.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도 지난해 원정 투쟁단을 꾸렸다. 인천공항에서 5,600킬로미터 떨어진 인도 뭄바이에 가기 위해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기금을 모았다. ‘희망비행기’라 이름 붙인 소셜 펀딩을 이용해 500만 원 넘게 모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했던 투쟁 방식들은 수정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인도인들은 삭발 투쟁을 보고 ‘부모님이 돌아가셨구나’ 생각하지 투쟁으로 이해하지 않는단다. 결국 현지 관습과 문화를 이해하는 코디가 필요했는데 Future’s Ray Nepal(FRN)이라는 한-네팔 이주노동자 권리 센터가 쌍용차 소식을 듣고 적극 지원했다.

FRN 소속으로 쌍용차 원정 투쟁단과 연대 단위 간 소통을 담당한 하상모 씨는 “무작정 본사로 쳐들어가자는 식은 무리가 있다”며 해당국과 사업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인도는 당과 노동조합이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당 소속 ○○노동조합이 있는 식이다.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사를 움직이기 위해 노조의 지지가 필요했고, 노조와의 대화 창구는 정당인을 통해 열렸다.

원정 투쟁단과 연대 단체들이 발품을 팔며 쌍용차 사태를 알린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인도 노조 관계자, 정당 지도자, 언론이 쌍용차 사태를 이해하고 큰 틀에서 연대에 동의했다. 결국 해고자들은 코엔카 쌍용차 이사회 의장과 만나 ‘진정성 있는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도 받아 냈다.

원정 투쟁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는 “상황이 눈에 안 잡혀 불안정해지기 쉽지만 현지 단체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연대는 자연스럽게 생긴다”며 끊임없는 소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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