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최경환 경제팀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내수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비정규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4년 12월 23일 ‘노동 시장 구조 개선의 원칙과 방향’을 내놓고, 12월 29일 ‘비정규직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이때에는 ‘내수 활성화’가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불평등 개선’이 핵심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18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6년 하반기 주요 고용 노동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이것은 2014년부터 추진해 온 정책의 복사판이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이제는 이 대책이 ‘청년 일자리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즉 정부는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를 ‘내수 활성화’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불평등 개선’으로, 다시 ‘청년 일자리’로 바꿔서 제시하는데, 이 현실에 효과가 좋다고 주장하는 방안은 일관되다. 결국, 지금 정부의 정책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셈인데, 모든 만병통치약을 신뢰할 수 없듯이 정부의 고용 노동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내수에 대한 걱정이나 정규직-비정규직 불평등 개선 문제의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고용노동부는 일단 ‘청년들의 일자리 사정이 심각하다’는 주장으로부터 시작한다. 맞다. 청년 실업률은 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이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매몰되어 있다. 정부는 그동안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해 왔는가? 통계청의 ‘임금 근로 일자리 행정 통계’ 자료를 보면, 공공 부문의 청년층 신규 채용은 2012년 13만 2천 명에서 2014년 14만 6천 명으로 1만 4천 명이 늘었다. 하지만 근속 기간 1년이 넘는 ‘지속 일자리’는 2012년 29만 8천 개에서 2014년 29만 5천 개로 오히려 3천 개나 줄었다. 결국, 시간제나 인턴만 잔뜩 늘린 것이다. 이래 놓고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노력했다는 말은 다 거짓이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매몰되어 있다. 정부는 그동안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해 왔는가? 통계청의 ‘임금 근로 일자리 행정 통계’ 자료를 보면, 공공 부문의 청년층 신규 채용은 2012년 13만 2천 명에서 2014년 14만 6천 명으로 1만 4천 명이 늘었다. 하지만 근속 기간 1년이 넘는 ‘지속 일자리’는 2012년 29만 8천 개에서 2014년 29만 5천 개로 오히려 3천 개나 줄었다. 결국, 시간제나 인턴만 잔뜩 늘린 것이다. 이래 놓고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노력했다는 말은 다 거짓이다.
이런 현실을 반성하지 않고 정부는 청년 일자리 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에서 찾는다. 대기업만 가려고 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중소기업에 안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격차를 줄이는 게 핵심이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 노동자의 권리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지금 청년 일자리의 문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든 데에 있다.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다 보니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대기업 일자리도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려 하니, 결국 ‘교통사고를 없애려면 차를 모두 없애면 된다’는 식의 대응을 세우는 셈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는데 첫 번째는 격차 해소와 상생 촉진이라는 이름 아래 정규직의 임금 인상 자제, 노사 간 ‘사회적 책임 실천 선언’으로 하청 협력 업체를 위한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다. 하청 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수탈을 제재하고 통제해야 할 때 ‘상생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의 시혜에 기대고, 노동자들을 향해서만 임금 인상 자제를 외치니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 리 없다. 두 번째 방안은 ‘노동 시장 관행과 제도의 개선’인데, 정부가 강압적으로 시행하는 저성과자 해고와 직무 성과급제를 중소기업에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합리적 노사 관계를 구축한다면서 고용 세습 등 위법 불합리한 단체 협상을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정리 해고에 대한 합의 조항’ 등 고용을 지키는 단체 협상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어떻게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지는 설명이 없다. 재벌의 이익을 위해 추진해 온 정책에 ‘청년 일자리’라는 명분을 붙인 것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세 번째 방향이다. ‘고용 서비스를 확산’하겠다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 이후 추진해 온 ‘고용 서비스 시장화’의 일환이다. 일자리를 알선하고 교육·훈련하는 것은 정부가 담당해야 할 공적 기능이다. 이것을 잘하라고 노동자들이 고용 보험료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할을 시장에 내맡겨 돈벌이하게 한다는 것이며, ‘파견 허용 대상 확대’도 이런 구상의 일환이다. 워크넷(고용노동부 고용 정보 시스템)을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하고,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촉진법’으로 개정하는 등 고용 서비스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정책을 부끄러움 없이 내놓는다. 불안정한 노동 시장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일자리 알선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사고파는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 이 정책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등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내밀었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명확하게 이 대책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투쟁하고자 했다. 그러자 정부는 똑같은 대책을 ‘청년을 위해서’라고 이름을 붙여 추진한다. 청년들이 아직 세력화되지 않아 문제 제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정말로 청년들의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다면 공공 부문 신규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그리고 민간에도 청년 고용 할당제를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서 저임금 일자리를 없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명분으로 440원만 올리고, 공공 부문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신규 일자리를 축소하고, 민간 기업에는 일자리를 강제할 수 없다면서 ‘권고’로 대신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는 이유이다.
만병통치약을 선전하는 약장수의 약이 병을 낫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별 부작용이 없으면 ‘돈만 버렸다’고 툴툴거리면서 털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아픈 이들을 속일 목적으로 독이 잔뜩 든 약을 파는 것이라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정부가 재벌을 위해서 노동자 전체에게 독을 먹이는 짓을 하고 있다면, 그러면서도 이 약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이고 강제로 이것을 먹이고 있다면, 이 만행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이 정부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