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보수 시민단체가 흥미로운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긴박한 노동현안이었던 갑을 오토텍 직장폐쇄 문제였다. 제목은 ‘속수무책 직장점거 파업,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토론을 위해 경제학 교수, 변호사,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자동차산업 전문기자 등이 모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이 자리에서 임동채 변호사는 “기업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직장 점거는 원칙적으로 위법이라고 판례를 변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에 법 개정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사법부에 판례를 바꾸라는 주문이다.
직장 점거는 노조법상 유효한 쟁의행위다. 대법원도 판례를 통해 “직장 또는 사업장 시설의 점거는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라고 인정했다. 다만 “직장 또는 사업장 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해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 측의 관리 지배를 배제하여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는 불가하다고 제한을 뒀다. 이를 두고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생산 시설이 아닌 공간에서조차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금지한다고 주장하는데, 조합원 전체가 모여 교섭 내용 등을 나누는 공간은 필요하므로 판례에서도 생산시설 이외의 공간은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두환 정권 때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더니 이제 법을 입맛대로 바꿔 쫓아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직장 점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기업들에 징계권 발동이라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징계하고,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형사 고발의 법적 근거로는 퇴거불응죄, 주거침입죄, 업무방해죄 등을 제시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업 중 대체근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쟁의행위 기간에 대체근로나,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말라위뿐”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파업 시 일시적으로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고, 경제적 파업은 파업 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체생산, 대체근로는 노동3권을 무력화하려는 ‘자본의 꿈’이라고들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와 전문가위원회는 “평화롭게 진행되는 한 직장점거나 연좌농성은 적법하다”고 했다. 여기서 ‘평화’는 시설을 부수거나 사람을 폭행하는 등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정도다. 한국 노조는 합법적 쟁의행위를 하고서도 언제까지 난타당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