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 출입국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출입국공무원은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 Y씨를 보자마자 집단 구타했다. Y씨의 얼굴을 주먹과 발로 가격하고 삼단봉으로 다리를 내려쳤다. 이틀 뒤, Y씨는 온몸에 피멍이 든 채 화성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됐다.
이번 출입국 관리 당국의 단속 과정이 보도되며 폭력 단속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속 후 이주민들이 갇히는 곳, 《워커스》가 찾은 화성 외국인보호소는 ‘보호소’가 아닌 ‘교도소’에 가까웠다.
난민인 죄
“나가고 싶어요.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못 해요. 저 사람(보호소 공무원)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요. 우린 말할 곳도 없어요.”
화성 외국인보호소 면회실. A씨는 철창 사이를 두고 이렇게 호소했다. 소수종파 소속인 그는 자국에서 종교 박해로 한국에 온 난민이다. 다수종파 중심인 본국에서 각종 차별, 탄압을 넘어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그의 가족도 현재 친척들의 보호 아래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가족들은 전화로 그에게 본국으로 돌아오면 위험하다고 했다.
A씨는 한국에서 가구, 식품, 자동차 공장을 전전했다. 그러다 경기도의 한 숙소에 출입국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공무원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표적 수사였다. 그렇게 A씨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A씨는 뒤늦게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해만 1,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난민 인정률은 4.5%에 불과했다. 그 역시 유엔난민지원센터를 통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왜 외국인보호소에 와서야 난민 신청을 했냐는 이유에서다. 그는 수감되기 전 출입국관리소가 난민 신청을 하러 온 이주민을 미등록 체류(불법 체류)로 잡았다는 소식을 종종 들어 신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 다른 장기구금인 B씨는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 그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1년 넘게 지내고 있다. 형사사건에 휘말려 보호소로 오기 전 1년간 구치소에 있었다. 이 구치소에서 다른 외국인에게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B씨가 잘 때 창틀을 뽑아 얼굴을 가격했다.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했다. 형사사건은 대법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구치소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 소송 때문에 그는 아직 외국인보호소에 있다. 피해자임에도 미등록 신분이기 때문이었다.
B씨는 현재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입에선 피가 계속 난다. 그는 10일 《워커스》와의 통화에서 “귀에서 피가 자주 나고, 턱이 아파서 음식도 못 씹어요. 몇 달 전엔 CT, MRI까지 찍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검진 결과를 몰라요. 보호소에서 안 알려줘요. 보호소 직원에게 결과를 알려 달라, 소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말해도 ‘왜 알려고 하느냐’면서 무시해요.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B씨는 치료를 목적으로 보호일시 해제를 청구했지만 거부됐다. 오랜 미등록 체류 기간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는 법무부의 판단이다. 90년대 한국에 와서 성실히 일했던 그다. 그는 구치소에 오기 전 의류 회사에서 일했다. 12시간이 넘는 노동 시간을 견뎌내며 자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냈다. 그런데 형사사건으로 이런 처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구치소보다 못한 보호소에서 4년 넘게 생활했던 C씨.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본국에서도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을 받아 2012년에 한국으로 왔다. 난민이었던 그는 버스 터미널에서 미등록 체류로 붙잡혔다. 그는 《워커스》와의 통화에서 “붙잡히기 전에 난민 신청하러 출입국사무소도 갔어요. 그런데 공무원들이 내가 난민이란 걸 안 믿고 잡아갔어요. 그렇게 외국인보호소에서 4년을 넘게 기다렸어요. 나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 죄도 없어요. 죽을 것 같아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억울함뿐이었을까. 그는 긴 시간을 지옥 같은 보호소에서 지냈다. 누우면 공간이 꽉 차는 비좁은 방에서 18명이 같이 지낸다. 그는 “보호소 안에서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곤 해요. 매일 우는 사람, 아픈 사람도 많았어요. 우울증 때문에 다들 예민해서 많이 싸웠어요”라고 전했다.
화성 외국인보호소 관계자는 11일 《워커스》와의 통화에서 보호소 내 인권 탄압에 대해 “보호소에서 말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대답을 피했다.
교도소 같은 외국인보호소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도 미등록 체류 혐의로 덴마크 올보르 구금 시설에서 150일을 지냈다. 정 씨는 이곳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다양한 활동을 했다. 체육관과 탁구장 사용도 가능했다. 일주일에 두 번 피자를 시킬 수 있고, TV 게임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정 씨는 1월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구치소 생활에 대해 “덴마크 경찰이나 다른 덴마크 분들이 굉장히 잘 해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의제 근간을 흔든 사건에 연루된 정 씨는 덴마크에서 미등록 체류 혐의로 이 정도 생활을 했다.
한국 외국인보호소는 어떨까. D씨는 “한국은 경제 규모 10위에 들면서도 인권 수준은 너무 낮다”며 “어떤 직원은 우리에게 욕하고 때린다. 직원의 폭행에 항의하면 독방에 가기도 한다. 또 한국어를 잘 몰라 반말을 하면, 화를 내는 직원도 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수감인에게 반말한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멸시는 기본이었다. 쇠창살에 둘러싸인 방엔 햇빛조차 들지 않았다. 수감인들의 증언과 대한변호사협회의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에 따르면, 화성 외국인보호소 독방과 혼거실 대부분은 창문이 없다. D씨는 방엔 창이 있어도 테이프를 붙여놔 지하에서 사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또 B씨는 “나무를 보고 싶어 창문이 있는 2층 복도를 기회가 되면 일부러 간다”며 “운동시간이 되면 다들 자연을 느끼려 신발을 벗고 운동장 흙을 밟는다”고 전했다. 운동시간은 1주일에 세 번, 30분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화성 외국인보호소는 약 350명을 수용하고 있다. 1인이 평균 1.77평을 사용한다. 10평 남짓한 방에 16~18명 정도가 생활한다. 교도소 등 교정기관의 1인 평균 사용 면적 0.75평과 비슷한 수치다. 각자가 누우면 사실상 공간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청주 외국인보호소는 청주여자교도소 일부를 개조한 시설이다.
화장실에 수세식 변기가 설치돼 있으나, 문은 없다. 변기 칸막이도 허리 높이여서 용변을 보는 사람이 노출된다. 청주 외국인보호소엔 환기 장치가 있지만, 화성엔 없어 악취도 빠지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이용하는 수감인의 모습을 같은 방 다른 이들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거실 내 설치된 CCTV로 이를 모니터링하는 직원에게까지 노출되고 있어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했다.
난민에게 책임 떠넘기는 한국 정부
《워커스》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1년 넘게 구금된 장기 수감인이다. 단속을 거쳐 열악한 보호소 환경에서 수년을 지낸 이들의 인권 문제는 심각하다. 이들 구금이 장기화된 이유는 대부분 난민 신청 때문이었다. 출입국관리 당국의 난민 심사 기간만 6개월에서 1년, 소송은 2년이 더 걸린다. 이 기간에 ‘난민’이 아닌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갇혀 있는 것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63조는 외국인의 보호 기간이 3개월을 넘는 경우 이후 3개월마다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1년이 넘는 장기 구금자가 설명해주듯, 구금 연장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금 기간의 상한도 없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2013년 기준 2개월 넘게 구금된 이주민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191명,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57명,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 60명이 있다.
아시아의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구금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장기 구금자 중엔 난민 신청자가 대다수다. 이들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한국에 왔고, 보호소에 갇힌 사람들이다. 정부가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력과 재원을 들여 난민 심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난민 문제를 풀어야지, 이주민들에게 보호소에서 그냥 대기하라는 방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교정기관보다 못한 보호시설도 작은 방에 철창으로 가두는 게 아닌, 밖에서 생활했던 것들을 대부분 보장하는 출국준비장소 수준의 시설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모든 외국인 문제를 출입국관리 문제로 환원시킨다”며 “출입국관리법 상 미등록 체류 문제를 우선시 해 장기 구금 문제는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도록 속박해 제도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한다는 문제도 있다”며 “이들이 사장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이탈하는 등 ‘불법노동자’가 되면 당국은 이들을 검거해 보호소에 구금하고 마는 것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사업장 변경으로 미등록 체류자가 된 이주민 수만 약 4만3000명에 달할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이주 아동의 구금을 금지하고, 구금 기간을 6개월, 최대 12개월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지난 29일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정치권의 관심에서 점점 뒤로 밀리고 있고,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장기 구금을 가능케 하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에 대한 위헌 심판에서 각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시민단체들이 보낸 외국인보호소 위헌성에 대한 질의서에 긍정적인 답변만 내놨을 뿐, 당선 이후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2004년 당시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이주노동자의 ‘사장님’을 ‘주인님’으로 바꿔놨다. 2007년에는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불이 났는데도 도주 우려로 철창문을 열지 않아 10명의 외국인이 사망했다. 정권에 상관없이 이주 노동자는 갖은 차별에 시달려 왔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들. 과연 문재인 정부는 이주민을 향한 공권력의 상징인 보호소 담을 허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