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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을 국회로 떠나보낸 우리들의 마음

2016년 5월 11일Leave a comment이슈By 박다솔 기자

[이슈]

박다솔, 윤지연 기자/사진 정운 기자

사장님은 갔습니다. 20대 국회의원 배지 달고, 국회 향해 난 길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날카롭던 노사 관계로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국회로 사라졌습니다. 정치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 보겠다는데, 이는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떠날 때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지만 정치란 자고로 나라를 다스리는 일. 아아, 사장님은 갔지마는 우리 곁을 완전히 떠나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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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정치를 한다니 그저 웃기죠”

최연혜 전 철도공사 사장을 국회로 보내는 철도 노동자 A 씨의 마음

“기분 더럽죠. 낙하산으로 철도공사 사장 해 먹고. 철도 민영화랑 노동자 탄압을 발판 삼아 보수 정치로 진출했으니까. 근데 생각해 보면 최연혜가 한 건 딱히 없습니다. 원래 공기업 사장 정도면 자율성이란 게 있거든요. 이명박 때도 정창영 사장이 낙하산으로 왔어요. 그래도 그 사람은 ‘철도 민영화는 옳지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활동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최연혜는 전혀 자율성이 없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인 거죠.

자기 정치적 신념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정치를 한다니까 그저 웃기죠. 하다못해 보수도 정치 이념이나 이런 게 있을 것 아닙니까. 최연혜는 민주당 정권 시절에 철도공사 부사장으로 와서 버티다가, 정권이 바뀌니 새누리당 선을 탄 거예요. 하긴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거기서 거기이긴 하지.

철도공사에 있을 때 노동자들한테 엄청 욕을 먹었죠. 공기업 운영은 빵점짜리 사장이었으니까. 공기업이 왜 있습니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존재하는 거 아닙니까. 근데 그런 기초적인 것도 인지를 못 하고 곧 죽어도 구조조정, 분할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는 거죠. 그냥 박근혜 아류가 될 것 같아요. 겉으로는 화려해도 속은 텅텅 빈.”

 

“또 속은 거예요. 실체를 알려야 해”

원혜영(풀무원 공동 창업주) 의원의 5선을 바라보는 노동자 B 씨의 마음

“5선 됐다는 얘기 듣고 허탈했어요. 저런 놈들은 정치하지 말아야 하는데. 주민들이 또 속았어요. 실체를 알려야 해. 그 사람은 표면적인 이미지만 좋은 사람이죠. 민주화 운동 했고 왠지 노동자 편에 서 있는 사람 같고.

지난해 9월 (풀무원)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고 원혜영 의원한테 도와 달라 했거든요. 처음 만날 땐 희망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실망스러운 거예요. 중재 좀 붙여 달라는,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는데 남 사장(남승우 풀무원 대표) 설득을 못 하겠대요. 친구로서 힘들면 국회의원으로서 문제를 해결했어야지. 자기는 오래 전에 그만둔 사람이니까 이래라저래라 못 한다는 거예요. 일각에서는 20대 국회를 기대하는 눈친데 내가 보기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겉으로는 아주 인자하게 보이지만 여러 흉악스러운 짓을 하고 다녔거든요.

2004년 한창 풀무원 노조가 탄압받을 때, 원혜영이 창원을 두 번 세 번 왔다 갔다 하면서 파업을 정리하려고 했었어요. 그때가 노무현 대통령 때니까 실세였죠. 그 파업을 정리한다는 건, 학연 혈연 지연 같은 인맥을 통해 노조가 주장하는 걸 자기네들 뜻대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거든요. 2010년에도 제가 이 내용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원혜영 의원이 그런 적 없다고 반론을 했어요. 나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든가 말든가, 나는 분명히 들었다’ 이렇게 나갔죠.”

 

“의미 없는 사람이라 기대도 없어요”

공항공사에서 정치인의 꿈을 키운 박완수 사장을 보내는 하청 노동자 C 씨의 심경

“꿈을 이룬 사람이죠. 박완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재직 당시 쓴 판공비를 보니, 다 국회 쪽에다 쓴 것뿐이더군요. 보좌관 결혼 부조 같은 걸로요. 국회 가려고 여기서 돈도 벌고 경력도 쌓은 사람이에요. 그도 도지사 경선 떨어진 후 정권에서 보은 차원으로 내리꽂은 한 명이에요. 낙하산 인사들이 그렇잖아요. 잘 알지 못하니까 여기서 뭘 성취해 나가겠다는 게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박 전 사장에 대해 ‘웬만하면 대충 넘어가는 사람’, ‘무색무취’라고들 얘기했어요. 여기서 큰 문제 생기면 안 되니까 몸조심할 거라고 생각했죠. 목표가 국회 진출인 사람이니까. 그래서 우리한테 별 의미가 없는 사람이에요.

인천공항에서 물류 대란 터졌을 때 이 사람 탓하고 싶지 않은 건, 있으나 마나 했던 사람이니까. 그 전부터 쌓인 시스템상 문제가 터진 거였죠.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수익성 높이려고 꼭 필요한 데서 돈 아끼고. 박 전 사장이 밖에 나가서 본인 재직 시절에 최대 순이익 냈다 이런 얘길 하고 다닌다던데, 사장이 누구였든 여기 돌아가는 시스템상 수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항공 수요는 늘어나고, 사람 쥐어짜서 수익 높였다고 했잖아요. 그 사람이 잘했기 때문은 아니죠. 의정 활동에 대한 기대요? 자기 소신으로 뭔가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 크게 기대하는 게 없어요.”

 

“존재 자체가 잘못이에요”

회사 오너의 오른팔 안효대를 정치권에 내준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D 씨의 마음

“기분이 어땠냐고요? 전혀 신경을 안 써서 특별한 기분을 못 느꼈는데요. 뭐 이런 생각은 들었죠. 노동자들 힘이 부족하니까 소위 정몽준 가방 모찌가 울산 동구를 장악해 버렸구나, 하는. 그 인간이 국회의원 할 때,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면담 요구하면 거의 다 쌩까 버렸어요. 보통 노동자들이 투쟁하면 지역구 의원 사무실 찾아가서 항의 집회도 하고 그러잖아요. 근데 우리 지역은 안효대(18, 19대 울산 동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안 가요. 존재감도 없고 효과도 없으니까요.

능력이요? 에이, 능력이 있어서 정몽준 오른팔이 된 게 아니라니까요. 정몽준 입장에서 권력욕이 있는 사람이면 국회의원 자리 안 내줬죠. 자기가 얼마든지 뺏을 수 있으니까 앉혀 놓은 거예요. 너 이제 물러나, 이러면 순순히 물러날 수 있는. 그냥 가방 모찌이자 종이에요.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람이죠.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아직까지 노동 3권도 보장을 못 받고 있어요. 그래 놓고 무슨 정치를 한다고….

뭐, 직접 대면한 적은 없는데 시위하다 잠깐 만난 적은 있어요. 개X, XXX 욕을 했는데 들은 척도 안 하고 가대요. 의정 활동 중 가장 잘못한 일이요? 그냥, 존재 자체가 잘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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