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진행 중인 네오파시즘(트럼프), 쇠퇴하고 있는 신자유주의(클린턴), 부상하고 있는 신민중주의(샌더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붕괴하고 있다. 오바마는 카터 아래 1970년대 중반 세계 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거대한 응답으로 부상한 신자유주의의 마지막 대리인이다. 경제, 교육, 안보와 통신부터 깊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방식을 금융화, 사유화, 군사화한 이 시도는 광대한 부의 불평등, 얄팍한 스펙터클의 문화와 모든 영역에 깊이 밴 부패를 양산했다. 양당 모두가 공모하고 있다. 샌더스 캠페인이 7월 어떻게 간주되는지 그리고 우리 비판적인 샌더스 지지자들이 7월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 코넬 웨스트, 13일 미국 진보 언론 <오픈데모크라시>와 인터뷰 중
“샌더스의 입장은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에겐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사실 아이젠하워는 미국 정치에 뉴딜 정책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1) 이것이 지금 매우 급진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샌더스는 다수의 젊은 사람을 활동하게 했다. 이 흐름이 지속되고, 조직화된다면 이 젊은이들이 장기적으로 이 나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 노엄 촘스키, 4월 미국 독립 방송 <데모크라시나우>와 인터뷰 중
미국 대선 민주당 지역 경선이 14일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워싱턴DC 프라이머리 승리로 막을 내렸다. 클린턴은 이제 필라델피아에서 7월 25일부터 3일간 열리는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슈퍼 대의원의 투표로 대선 주자로 최종 결정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미국 정치 풍향계는 여전히 미국 민주당의 한계치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에 맞춰져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 의원. 그가 지난해 4월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민주적 사회주의’나 ‘정치 혁명’의 구호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그는 22개 주에서 승리했으며 전체 대의원 4,765명 중 39.5%의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 경선 초반 샌더스 전국 지지율이 3%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다.
억만장자에 맞선 샌더스의 정치 혁명은 경제 위기와 역사상 최악의 불평등 속에서 분노한 사람들을 대변하며 이루어졌다. 그의 구호는 1%에 맞선 99%의 월가 점령 운동과 15달러 운동, 부채 폐지, 기후 정의 운동 등 미국 기층 운동과 맞물렸고, 자연스럽게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 기관 개혁, 보편적 의료 보험 제도 도입, 대학 등록금 무상화, 최저임금 두 배 인상, 100% 재생 에너지 사용 등 경제 불평등 해소와 사회 정의를 위한 공약이 전면에 등장했다. 빈곤 확대와 중산층 몰락 등 경제적 양극화에 절망해 온 유권자들은 “필 더 번(Feel the Bern, 버니를 느껴요)”이라며 열광했다. 선거 캠페인을 위한 다양한 풀뿌리 조직이 만들어졌고 전국 자원 활동가만 50만 명에 달했다. 1인 평균 27달러의 풀뿌리 소액 기부금은 힐러리의 선거 자금 모금액을 넘기도 했다. 정치 유세는 콘서트와 축제 같았다. 마지막 경선을 앞둔 워싱턴DC 유세장에도 3,000명의 지지자가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였다. 민주당 기축 세력과 <뉴욕타임스>, <CNN> 등 주류 언론의 방해도 샌더스 돌풍을 잠재우지 못했다.
억만장자에 맞선 정치 혁명의 미래는
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확정됐지만 샌더스의 정치 혁명은 이제야 1막을 끝낸 셈이다. 샌더스 지지층 내외 진보/좌파 세력은 민주당 전당 대회를 앞두고 분주하게 정치 혁명의 미래를 논하고 있다.
우선 샌더스는 경선을 완주해 민주당을 최대한 개혁해 낸다는 계획이다. 그는 14일 기자 회견을 열고 데비 와저맨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 해임 요구를 시작으로 민주당 개혁을 천명했다. 샌더스는 기자 회견에서 “때가 왔다. 사실 민주당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오래 지체됐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를 장악하고 해악을 끼치는 강력한 특수 이해 집단의 탐욕을 제어할 준비가 된 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샌더스 경선 운동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용에 따르면, 그는 DNC 지도부 교체, 슈퍼 대의원 제도 폐지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는 16일 온라인 비디오 연설을 통해 그의 지지자들에게 이에 관한 향후 계획을 밝히고 토론할 계획이다. 샌더스는 이 행사 홍보 메일에서 “우리가 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 여러분에게 내가 어떤 남성 또는 여성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새롭고 원대한 정치를 제의하기 위해 출마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14개월 동안 전 경선 과정을 통해 기축 세력에게 ‘우리가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금일(14일) 이후, 투표는 끝나지만 우리의 정치 혁명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클린턴이 지역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샌더스의 모든 공약을 제압하지도 조기 사퇴시키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기축 세력에 큰 타격이 됐다. 대표적인 반세계화 활동가 나오미 클라인은 14일 “좌파가 정말 승리했다. 클린턴과 그가 대표한 40년 동안의 이데올로기는 사상의 전투에서 패배했다. 신자유주의의 철자는 부서졌고 이를 살아 낸 경험의 무게와 엄청난 기록 아래 으깨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샌더스를 둘러싸고 크게 네 가지의 제안 또는 압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우파는 힐러리를 중심으로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며 조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상원에서 유일하게 샌더스를 지지했던 제프 머클리 오리건주 상원 의원도 샌더스에게 “이제 그만 내려올 때”라고 지적한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당내 개혁 세력인 ‘민주당을 점령하라(Occupy Democrats)’는 DNC와 슈퍼 팩 등 민주당 경선 규칙과 정책 개혁을 주장한다. 스스로 샌더니스타(Sandernista, 샌더스주의자)라고 부르는 일반 열성 지지자들은 새 정당 창당과 독자 출마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 녹색당 등 민주당 외 일부 좌파 정당도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며 민주당 탈퇴와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제안하고 있다. 미국 진보 정당인 녹색당 대선 후보 질 스타인은 지난 4월 버니 샌더스에 연대를 제안했고, 샌더스를 비판적으로 지지해 왔던 사회주의대안 출신 시애틀 시의원 크샤마 샤완트도 지난 4월 샌더스에게 99%의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회주의 담론 공간의 확장
샌더스 정치 혁명의 미래에 대한 토론은 민주당 전당 대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돌풍의 영향도 선거를 넘어 미국 정치와 사회 운동에 계속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좌파 정치 조직인 ‘솔리대러티(Solidarity, 연대)’ 그룹의 로버트 콜드웰은 11일 “샌더스 캠페인은 민주당의 한계를 드러내는 한편 좌파 정책과 사회주의 담론에 관한 공간을 넓히면서 미국 좌파에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 인종 등 민주당을 지지해 온 진보 세력 내에서도 토론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노동조합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노동조합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주류를 지지해 왔다. 이번에도 미국연방공무원노동조합(AFGE), 북미서비스노조(SEIU) 등 주요 노총은 힐러리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지난해 5월 소규모 자원 활동 노동조합원으로 구성된 ‘버니를 지지하는 노동자들(Labor for Bernie)’이 발족한 이래 미국통신노조(CWU), 미국우체국직원노조(APWU), 미국간호사노조(NNU)를 포함해 4개의 전국적 수준의 노조와 미국 노총(AFL-CIO) 남캘리포니아지부 등 수백 개의 지역 및 지부 노동조합이 샌더스 캠페인 지지를 밝히고 있다. 힐러리 지지 때문에 미국연방공무원노동조합, 미국교원노조 지도부는 일반 조합원들의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노조 운동가 조 번스는 15일 미국 사회주의 잡지 <자코뱅>에 “버니 샌더스 캠페인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주류 담론에 사회주의를 쏘아 올렸다. 민주적 사회주의와 정치 혁명의 언명은 오늘날 노동운동에 부재하지만 성공적인 노조 운동을 위해 중요한 사회주의 사상에 관한 토론의 문을 열어젖혔다”고 평했다.
샌더스 캠페인 내외부 사회주의와 사회 운동 세력은 샌더스 열풍이 사실상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로 귀결되는 과거의 행태를 경계하는 한편 독자적 좌파 정치를 위한 보다 급진적인 정치 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 범좌파 사회 운동은 샌더스 지지자와 함께 DNC 대회 전날인 7월 24일 필라델피아에 모여 민주당을 비롯한 미국 주류 정치 체제에 맞선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DNC 개막일에는 샌더스 캠페인 지지자들의 행진과 함께 미국 사회 운동 단체의 ‘우리 삶을 위한 행진’이 진행된다. 이 행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 인권(Poor Peoples’ Economic Human Rights)’ 등의 단체가 제안했다. 행진 후엔 녹색당의 ‘민중에게 권력을’ 집회가 이어진다. 필라델리피아 거리에선 샌더스 지지뿐 아니라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15달러 투쟁, 기후 정의 등 사회 운동 지지 시위도 열릴 예정이다. 미국 사회 운동과 사회주의자들은 24일부터 4일 내내 진행하는 ‘사회주의자 모여라(Socialist Convergence)’라는 토론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 토론은 필리 소셜리스트, 실제의 정의를 위한 필리 연합(‘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그룹의 지역 단체), 필라델피아 녹색당, 사회주의 대안, 국제사회주의 조직 등 다양한 사회주의 단체가 함께한다. ‘좌파 선거(LeftElect)’라는 제3의 독립 좌파/진보 정당들의 연합도 참가해 독자적 정치 세력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좌파 선거’는 좌파/진보 정당의 연대와 지역 차원의 선거 연합을 위해 지난해 5월 시카고에서 수백 명의 좌파, 독립 후보의 지지 속에서 발족했다. 19세 자원 활동가 웨슬리 스튜어트는 11일 샌프란시스코 버니 샌더스 지지 집회에서 <가디언>에 “(힐러리와 트럼프) 둘 중 누가 더 작은 악마인지 보고 뽑아서는 안 된다. 이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버니는 무언가에 불을 붙였다. 4년 동안 타 버리지 않을 것이다. 계속 퍼져 갈 수밖에 없다. 캠페인이 만들어 낸 좌파의 기세가 지역과 전국 선거에서 승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샌더스 정책이 1차 세계 대전 후 뉴딜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고, 1950년대 말 임기 중 뉴딜 정책을 옹호했던 공화당 출신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도 지지했다는 점에서 크게 급진적이지 않지만, 자본주의 모순이 심각한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
(워커스 15호 2016.06.22)
저는 민주적 방법으로는 사회주의에 도달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레닌도 과도기적 수단으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사용하여 사회주의 정권인 소련을
수립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설사 민주적 방법으로 사회주의에 도달하게 되더라도 이미
그 사회주의 정권은 부르주아화 되어있는 게 태반일 겁니다.
왜냐하면 부르주아 방식으로 부르주아 정치를 하면서 부르주아화 되기 때문이죠.
그러기 때문에 민주적 방식으론 사회주의에 도달하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민주사회주의는 현실성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