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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2016년 10월 4일Leave a comment22호, INTERNATIONALBy workers

레이버넷 일본

“오키나와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뜨거워지는 오키나와 투쟁(2)

야스다 유키히로(레이버넷 일본)


[편집자주] 일본 아베 정부가 최근 참의원 선거에 승리하면서 오키나와 미군기지 재배치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찰 기동대 500명을 오키나와 타카에 지역에 배치하고 농성 중인 주민과 시민단체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반발도 더욱 격렬하게 고조되고 있다. 뜨거워지는 오키나와 반(反)기지 투쟁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야스다 유키히로 레이버넷 일본 공동대표의 글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후텐마 기지 문제

오키나와 주민의 분노는 미군뿐 아니라 오키나와 피해를 계속 방치한 일본 정부를 향하는 게 당연했다. 일본에는 미국의 해군과 육군, 공군,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다. 해군은 규슈 사세보와 요코스카 기지, 육군은 가나가와 현 자마 기지, 공군은 도쿄 요코타 기지와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를 주된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오키나와 미군의 핵심인 해병대는 오키나와 중앙부 후텐마 기지를 거점으로 한다.
2000년대 초 미군이 재편될 당시 해병대도 그 대상이라 일부는 괌 등으로 이전하고,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는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해병대 철수로 인한 일미 안보 약화를 걱정한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중부 후텐마 기지를 사용하고 있는 해병대를 오키나와 북동쪽 헤노코로 이전하기로 미군과 합의했다. 미군이 오키나와 북부의 광대한 해병대 연습장 일부를 반환하는 대신, 연습장에 있던 비행장(연습용 헬리콥터 이착륙장)을 오키나와 헤노코 해안 북쪽의 밀림 지역인 타카에 지구 주변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미 해병대 철수를 바라던 오키나와 주민들이 이 합의에 강하게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타카에 지역 주변은 ‘얀바르’라 불리는 생태자원의 보고가 있는 삼림 지역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북부 연습장에서는 타카에 마을을 베트남 농촌으로 간주해 (정글전을 위한) 전투 훈련을 한 적도 있다. 연습을 위해 대량의 고엽제를 살포해, 유해 물질이 타카에 댐에 유입된 일도 있었다.

연습장에서는 지금도 오스프리(미 해병대가 보유한 단거리 수직이착륙기, Osprey)가 연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오스프리는 재래식 헬기보다 소음도 크고, 사고 발생률이 높은 데다 고온의 엔진 배기열에 의한 환경 파괴 우려 때문에 타카에 주민들은 오스프리 배치를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오스프리가 배치돼 훈련하고 있다.

이곳의 아름다운 바다를 매립해 오스프리 활주로를 만드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이 해역에는 귀중한 산호를 비롯해 멸종위기에 처한 듀공(커다란 해양 포유류 동물)도 서식하고 있다. 활주로 건설은 이런 생물의 서식을 위해 꼭 필요한 자연을 완전히 파괴해버릴 것이다.

타카에 주민들은 오랫동안 비행장 건설 부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면서, 공사 자재 반입을 막는 투쟁을 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 이전 논의 당시 하토야마 민주당 정부가 일단 ‘오키나와 현 밖으로의 이전(현외 이전)’ 방침을 내걸었지만, 대미 관계를 우선하는 관료들의 저항으로 현외 이전 계획은 좌초됐고, 헤노코 이전을 결정해버렸다. 이나미네 전 오키나와 현 지사는 헤노코 앞바다 매립승인 권한을 무기로 헤노코 이전에 반대했지만, 임기 말 돌연 태도를 바꿔 공사에 필요한 매립을 승인해버렸다. 이후, 헤노코 앞바다에서 측량저지를 위한 해상투쟁, 매립 자재 반입을 저지하기 위한 게이트 앞 농성 등의 투쟁이 벌어졌다.

이러한 주민들의 투쟁이 큰 전기를 맞이한 것은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오나가 다케시 현 지사가 선거에 이겼을 때부터다. 오나가 지사는 자민당 현(縣) 연합회 간사장을 역임한 유력 보수 정치인으로, 지사 당선 전인 나하 시장 시기에는 헤노코 이전 찬성파로 간주됐다. 그러나 현 지사 선거에서 오나가 후보는 헤노코 이전 반대를 내걸고, 공산당, 사회민주당, 생활의당, 오키나와사회대중당 등 야당과 함께 ‘올 오키나와’를 내걸고 당선됐다. 오나가 지사는 모든 권한을 동원해 헤노코 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이나미네 전 지사가 허가해준 매립 승인권을 직권취소했다. 이 때문에 헤노코 기지 건설에 급제동이 걸렸다. 헤노코 기지 건설 추진 방침을 고수하는 중앙정부는 오나가 지사의 승인취소는 위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왜 보수정치인인 오나가 지사가 중앙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는? 물론, 오키나와 유권자들 민심에 따라 움직였다는 측면은 있다. 오나가 지사는 “기지 건설은 오키나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과거 이렇다 할 산업도 없고, 가난한 지역이었던 오키나와에 기지는 중요한 산업이었다. 지금까지 오키나와의 보수정치인들이 오키나와 현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지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지에서 나오는 수입이 오키나와 현의 재정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은 오키나와의 풍부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관광과 리조트 산업이 급성장해 기지 수입보다 관광 수입이 더 많아졌다. 오키나와의 귀한 ‘관광 자원’인 헤노코 바다를 매립해 잃게 되는 관광 수입원과, 얼마 되지도 않는 해병대 기지 건설을 통한 수입을 비교하면 오키나와 현 재정에 어느 쪽이 좋은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사고와 범죄를 무서워하며 계속 살 것인가? 리조트 중심의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오키나와로 동아시아 경제 중심 목표를 다시 세울 것인가? 오나가 지사는 기지에 의존하지 않는 오키나와 발전을 선택한 셈이다.

중앙정부는 헤노코 이전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미 동맹에 있어 오키나와 기지는 불가결하고, 인구 밀집지에 있는 후텐마 기지의 위험을 제거하는 데는 기지 이전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오나가 지사는 일미 동맹을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미 동맹 강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해병대 시설을 오키나와에 남길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규슈나 시코쿠, 혹은 괌 또는 얼마든지 다른 이전 후보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해병대는 수송선이나 수송기가 없으면 대규모의 부대를 멀리 보낼 수 없다. 그런데 해군 군함은 규슈 사세보 항 또는 가나가와 현 요코스카 항에 있고, 공군 대형 수송기도 도쿄 요코타 기지에 있다. 그렇다면 해병대 주력 부대가 꼭 오키나와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더 힘이 있지 않을까? 중앙정부는 입만 열면 ‘오키나와를 위해’라고 말하지만, 왜 주일 미군 지위협정을 개정해서 오키나와 경찰이 미군 범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것일까?

“오키나와 투쟁 반드시 승리해야”

오키나와 역사를 알면, 현재 타카에와 헤노코의 투쟁이 왜 오키나와 진보-보수 모두의 지지를 받으며 강력한 투쟁 동력을 얻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타카에와 헤노코 반대 투쟁은 단지 기존 미군 시설 일부를 이전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오키나와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중앙 정부가 새로운 고통을 오키나와에 전가하기로 한 것에 대한 분노다. 오키나와 사람이라면, 보수도 진보도 가릴 것 없이 모두 같은 분노를 느끼고 있다. 오키나와에 사는 모든 사람은 “더 이상 오키나와를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올 오키나와’의 마음이 타카에와 헤노코 투쟁의 동력이 되고, 기지를 반대하는 국회의원이나 지사를 당선시켰다. 또 오키나와 반기지 투쟁을 ‘일부 활동가의 운동’으로 무시해온 중앙 언론들도, 조금씩 오키나와 반기지 투쟁 소식을 전해 일본 전국에서 지지와 지원도 얻을 수 있게 됐다.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 단체들도, 오키나와 투쟁에 연대하는 단위가 많아지고 있다.

오키나와 투쟁 현장에 가면, 한국에서 온 평화활동가들도 연대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도 오키나와와 비슷하게 미군 기지에 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오키나와와 비슷한 식민 지배의 아픔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본인에게 오키나와의 투쟁은 일본과 미국의 군국주의, 식민지주의의 책임을 묻는 것일 수도 있다. 오키나와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워커스 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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