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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속 태국 학생운동가가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2017년 6월 2일1 Comment31호, INTERNATIONALBy workers

나현필(국제민주연대)


올해 5·18기념재단은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태국 학생운동가 ‘짜투팟 분팟타라락사(Jatupat Boonpattararaksa)’ 씨를 선정했다. 5·18재단은 왜 26살 태국 학생운동가에게 큰상을 주기로 했을까?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인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부 독재 때문이다.

쿠데타 이후 선거 없는 태국…무차별적인 왕실모독죄 적용

태국은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끊임없이 정치에 개입했다. 태국 군부는 국민에게 인기가 많은 전 푸미폰 국왕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탁신과 잉락*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이 같은 쿠데타에도 국민이 선거를 통해 탁신이 세운 정당을 계속 지지하자, 지난해에는 아예 군부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를 지명하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250명의 상원의원 전부를 군부가 지명하고 총리 선출권을 가지게 됐다. 야당이 500명의 하원의석을 전부 가져간다 해도 총리를 선출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사실상 민주주의라는 표피만 쓴 채 군부의 영구집권이 가능해졌다.

2014년 이후 계속되는 태국의 군정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차기 총선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16년 10월 태국 전 푸미폰 국왕의 서거와 현 라마 10세의 즉위라는 중대 일정이 있긴 했지만, 헌법을 바꾸고 왕실에 충성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철저하게 장기집권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선거를 치르지 않고 있다. 이렇게 태국의 민주주의가 급격히 후퇴하면서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자행되고 있다.

태국형법 112조인 ‘왕실모독죄’는 왕과 왕비를 포함한 왕실 구성원들은 물론 왕가를 모독할 경우 최고 15년형에 처할 수 있는 악법이다. 이 법이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가 하면 외국인들과 외국 언론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심지어 2015년엔 태국의 한 노동자가 자신의 SNS에 국왕이 키우는 개를 비꼬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체포돼 군사법정에까지 세워졌다. 태국 내의 외국 언론에 대해서도 감시와 통제를 지속하고 있다. 그 의미는 《워커스》에 실리는 이 기사도 주한 태국대사관이 읽고 필자와 《워커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오지 못하는 짜투팟 씨

별명인 파이 다오 딘(Pai Dao Din)으로 알려진 짜투팟 씨는 태국 콘캔대학교 법학부 학생이다. 그는 태국의 민주화 학생운동 단체 다오딘(Dao Din)과 NDM(New Democracy Movement) 회원으로 2015년부터 반군부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특히 영화 <헝거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태국의 군사쿠데타 지도자에게 세 손가락 경례하는 항의 운동을 벌였고, 2016년 8월 군부가 주도한 개헌안 반대 당시 유인물을 살포해 투옥된 전력이 있다.

그는 2016년 12월 4일에도 다시 체포됐다. 그 이유는 12월 4일 새벽 5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태국의 새 국왕 라마 10세 프로필 기사에 관한 BBC Thai**의 기사를 공유했다는 것이었다. 2,600여 명의 사람들이 같은 기사를 공유했음에도 짜투팟 씨만 체포돼 2017년 2월에 구속 기소됐다.

짜투팟 씨가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된 후, 5·18 재단을 비롯해 한국 시민사회는 짜투팟 씨가 인권상 수상을 위해 광주를 방문할 수 있도록 태국 정부에 보석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한 태국 대사관은 짜투팟 씨가 태국의 형법을 위반한 범죄자이며, 태국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이는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동안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한국의 인권단체가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개정을 권고했을 때, 한국 정부가 항상 말해왔던 논리와 놀랍도록 닮았다.

결국 짜투팟 씨 석방을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아바즈)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에는 짜투팟 씨의 부모님과 여동생이 대신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태국은 언제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가 있을지, 설사 선거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민주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상황이다. 태국의 노동운동을 비롯한 민중운동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태국어로 번안돼 선호하는 투쟁가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노래를 소개한 태국 노동운동가 소묫 씨도 6년째 왕실모독죄로 수감 중이다. 왕실모독죄로 갇힌 태국 활동가 모두가 하루빨리 석방되어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도록 태국의 저항 운동에 한국 사회가 많은 연대를 해야 할 때이다.[워커스 31호]

* 탁신은 태국 굴지의 재벌 출신이었으나 포퓰리즘 정책으로 빈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집권했다. 그러나 2006년 9월 쿠데타로 실각한 후 그의 여동생인 잉락이 2011년에 재집권했다. 그러나 동생 역시 2014년 쿠데타로 다시 실각했다.
** 언론보도에 따르면, BBC 태국지국이 새 국왕 즉위식 다음 날 국왕에 대한 기사에 대해 사복경찰 10명을 지국 사무실로 보내어 체포를 시도하였고 왕실모독죄 적용을 검토하였다. 해당 기사는 차단 조치 됐다(http://www.bbc.com/news/world-asia-38126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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