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전체를 변혁하자

출처/marx200.org

가브리엘 윙커/번역 정은희

[편집자 말]

《워커스》는 창간 2주년을 기념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카를 마르크스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며 젠더와 계급 그리고 변혁을 고민하는 세계 페미니스트들의 주요 연구를 연재합니다. 이 글들은 독일 로자룩셈부르크재단이 지난 1월 발행한 ‘다시 마르크스하자?!(Marxte noch mal?!)라는 기념출판물 중에서 페미니즘 이슈를 선별한 것입니다. 페미니즘 리부트와 미투 운동 속에서 젠더와 계급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여러분의 관심을 바랍니다.

[차례]

① 주변적 중심 : 젠더관계는 생산관계이다(프리카 하우크)

② 마르크스를 넘어 :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와 재생산 문제(실비아 페데리치)

❸노동 전체를 변혁하자!1)(가브리엘 윙커)2)

카를 마르크스에 페미니스트들의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이 마르크스와 함께 무급 재생산노동을 좀 더 고민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역으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오늘날까지도 재생산노동을 분석하는 데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무급 재생산노동이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에 통합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인 갈등이 페미니즘적으로 첨예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동 전체를 목표로 하는 연대적이며 필요지향적인 사회를 향한 구체적인 유토피아가 앞당겨질 수 있다.

자본주의 필수 부문으로서의 재생산노동

카를 마르크스가 재생산노동이라는 개념 자체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금과 재생산노동의 복잡한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선 그의 노동가치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력의 가치는 특정 상품의 생산 또는 재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노동시간으로 결정되는 어떤 재화의 가치와 동일하다. 이 가치에는 임금노동자의 노동력 유지비뿐 아니라 새로운 세대를 재생산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노동력의 가치와 평균 임금 또한 노동자가 그들 자신의 재생산과 가족구성원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에 달려 있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노동력 가치결정이 역사적이며 도덕주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즉, 이는 사회적으로 인정된 재생산 수준을 결정하고 이로써 노동력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른 어떤 상품과는 달리,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재생산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 즉 잉여가치는 생산수단 소유자가 가로챈다. 따라서 그들은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노동력 가치결정에 대해 상품 생산 영역만을 고려해 분석했다. 그는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무급 노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금노동자는 그들의 임금으로 상품을 사고 소비하는 것뿐 아니라, 가정에서 무급으로 수행되는 가사, 돌봄 노동을 통해서 재생산된다. 마르크스는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이 노동을 분석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물론적으로 사고하는 2차 여성운동의 선각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 재생산노동을 1970~80년대 마르크스주의와 씨름하며 이론적으로 파악했고 성별 간 불평등한 분배에 분노했다. 그들은 가사노동이 자본가치 증식과정에 필수적이며 이로써 자본주의 체제의 체계적인 요소를 구성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베로니카 벤홀트-톰센3)에 따르면, 그것은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에 종속된다. 살아있는 노동력의 생산은 언제나 동시에 자본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재생산노동은 또한 “가치증식과정에 유입되는, 무급 노동시간”이며 이로써 “다른 생산방식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얽혀 있는, 오히려 통합적인 구성요소”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론적 입장은 마르크스주의 좌파 혹은 페미니즘에서도 뒷전에 머물러 있다.

잉여가치에 대한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영향

우리는 또 카를 마르크스를 통해 재생산 수단 소유자들이 임금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사용해 잉여가치를 취득하고 이윤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여성들이 가정에서 노동력의 생산과 재생산을 무보수로 대신 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이 활동들은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이 아니기는 하다. 가족 관계에서의 노동력은 상품형태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산노동의 정도는 평균 재생산 비용과 이를 통한 노동력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재생산노동이 무급으로 수행될수록 노동력의 가치는 적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생산노동은 잉여가치의 크기를 결정한다.

출처/fightfor15homecare.org

이러한 인식에 근거해 자본은 수십 년 동안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오늘날까지, 남성 부양자와 생업에 종사하지 않는 주부로 구성된 가족모델을 통해 이윤을 취하고 있다. 분명히 이러한 포드주의적 재생산모델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경제 상황과 잘 들어맞았다. 그러나 이는 대도시 국가에서 역사적으로 제한된 단계에서만 유효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심화된 경제위기로 가족수당과 이와 결합된, 가족구성원에 대한 사회보험수당이 기업에 상당히 비싸졌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 부양모델은 자본의 착취로 가속화하는 지구적 경쟁으로 인해 매력이 없어졌고 더구나 페미니즘 운동으로부터 점점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다. 특히 독일 인구 다수는 2000년과 2009년 사이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기존 부양모델의 물질적 토대를 잃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 뒤에 숨은 경제적 맥락은 마르크스에서 읽을 수 있다. 마르크스는 여성의 생계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임금이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가족수당이 더 이상이 필요하지 않고 생계에 가족구성원 2명이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 가정이 무급 재생산노동에 들이는 시간이 줄고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사야하며 이전보다 더 많은 임금이 지불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본의 착취조건을 개선한다. 2명의 임금노동자가 분명히 더 많은 잉여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마르크스는 노동자 가족의 비용은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의 특정 기능이, 예를 들면 아이 돌봄과 부양 같은 것들은 완전히 억압될 수 없고 자본이 가족의 어머니들을 빼앗아간다면 대체로 대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느질, 수선과 같은 노동들은 완성품 구입을 통해 대체해야 한다. 가사 노동을 줄이는 과제는 지출 증가와 상응한다.”

이 같은 인식은 지금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오늘날 교육, 건강, 부양 또는 신체와 심리적 건강 등 재생산에 필요한 요건이 더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여성들의 고용이 증가함에 따라 모든 가족구성원의 추가 임금도 상승했다. 가사노동자가 고용되고 더 많은 상품이 구입된다. 모두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이 모델은 자본에도 이득이 된다. 가족수당을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사람들이 가능한 많은 재생산노동을 추가적인 임금노동을 위해 수행할 때 더욱 그러하다. 이는 노동력의 가치를 낮추고 잉여가치를 증가시킨다. 반면, 모든 재생산노동들이 유급 돌봄 서비스를 통해 수행된다면,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은 분명히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건강과 교육 및 가정 정책은 그러한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이를테면 병원이 간호 인력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자의 임금은 더 열악해지며 여성들의 돌봄노동은 언제나처럼 무급이 당연한 듯 취급된다.

즉 자본의 착취가 노동력 재생산 뿐 아니라 이를 가능한 저렴하게 수행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즉 핵가족이든 공동육아 형태든 아니면 불안정 가사노동자의 지원에 의한 것이든 이 논리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첫째, 가능한 많은 고용가능 인구가 그들의 노력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 자신의 재생산비용을 무보수 재생산노동에 의해 낮추어야 하고, 셋째, 자신의 노동력과 심리적, 신체적 그리고 질적 능력을 생산과정에서 실행 가능한 방식으로 유지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미래의 노동력으로써 양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열화에 의한 임금노동자의 분열

자본주의 경제는 이 까다로운 균형 속에 위치한다. 한편에선 재생산비용을 낮게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질 좋고 유연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임금 수준을 차별화한다면 이 모순을 처리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임금노동자들의 그러한 분열은 특히 고전주의적이며 이성애적이고 인종주의적인 권력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특정 인간그룹이 적은 물질 자원을 배분하도록 하고 그런 식으로 노동력 재생산비용을 낮추도록 한다. 상호교차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니나 델겔레4)와 나는 이 차별화된 위치 짓기를 임금 그리고 재생산노동과 관련해 분석했다. 출신, 교육과 직업이라는 기준에 따라 임금의 등급이 매겨지고 저소득층 그룹에서 이는 더욱 심각했다. 많은 사람들은 평균보다 더 열악한 재생산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그들을 빈곤과 실존적 불안정으로 이끌고 있다. 그러나 주류 사회는 이 같은 사회적 불평등을 자칭 능력 차이의 문제로 정당화한다. 예를 들어, 신체적으로 차별화된 개인들은 그들의 육체적인 수행능력을 이유로, 그들이 자신의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추가적인 자원을 필요로 함에도, 명백히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 여성 또는 이주민에 대한 임금 차별은 자연적 그리고 문화적 차이로 정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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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비용을 적게 유지하는 또 하나의 전략은, 사회복지비 축소를 통해 임금노동자에게 재생산노동을 더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은 스스로 일할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가부장적 권력 관계 속에서 여성은 재생산노동과 아이와 가족구성원에 대한 돌봄 책임을 맡는다. 인종주의적인 지구적 노동 분할을 배경으로 이 노동들은 불안정한 고용 관계 속의 여성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실존과 과부하, 소진의 문제들로 고투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심화하는 노동유연화 속에서 가사 노동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더 이상 알지 못한다. 이는 개인의 실패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나타낸다. 기업들은 그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고도로 숙련되고 열정적인 노동자가 가능한 적은 임금으로 일하게 하고자 한다. 잉여가치 창출에 필요한 노동력은 단지 살아있는 인간으로만 존재하며 그들의 재생산은 성공적인 양육관계에 의존한다. 이러한 모순의 심화는 노동력의 양적이며 질적인 가용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늘어난 돌봄노동 부담은 이로써 자본 착취에 문제가 된다. 현재 기업 및 국가의 정책은 임금노동자들의 무급 재생산노동의 정도를 증가시키고 늘어나는 임금격차를 통해 상이한 재생산수준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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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본 착취의 조건은 이미 불안한 상태다. 숙련되고 적합하며 동기 부여된 노동력은 더 이상 충분히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가 자본주의 위기 분석에 더 많이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한 위기는 현재 무엇보다 해외에서 특히 간호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을 모집하고 다시금 그들 출신국에 위기를 야기하는 시도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이리하여 신자유주의 정책은 많은 사람들의 생활조건에 문제를 제기할 뿐 아니라 자본의 착취 문제도 심화한다. 이에 따라 다시금 존재 기반을 걱정하는 사회적 다툼이 심화한다. 바로 여기에 정치적 행동을 위한 개입점들이 있다.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존재하고 그들 노동과 삶의 경험을 주조하기 때문이다. 이 위기의 효과를 정치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저항이 조직될 수 있다. 그것은 사회적인 변화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후략).

1) [원문] https://www.zeitschrift-luxemburg.de/das-ganze-der-arbeit/

2) 독일 사회학자로 함부르크공과대학에서 노동과 젠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3) 독일 생태여성주의 사상가

4) 젠더 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독일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