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누구에게 스마트한가?
박다솔 기자, 김정윤 객원기자
여름 내내 폭염에 시달린 사람들. 전기요금 폭탄 걱정 때문에 마음 편히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덥고도 무거운 아침을 맞았다. 지하 단칸방 거주자는 위층 에어컨 실외기 바람에 창문도 못 열고 여름을 지냈다.
정부는 급히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소비자의 요금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11월까지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은 단일 요금제를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A타입, B타입의 요금표를 만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방안(선택 요금제)까지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선 요금제를 다양화해야 한다는데, 마침 언론 곳곳에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라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스마트한 계량기를 달아 놓고 실시간으로 요금을 확인하면서 요금이 비싼 시간대에는 적게 쓰고 나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해서 쓰라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요금제’,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전기요금 선택제’는 이동전화요금제와 사실상 같다. 하지만 이 둘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이동전화서비스는 몇몇 민간 대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지만, 전기 판매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재벌 언론은 “짜증 지수 높인 전기요금 문제의 뿌리”가 한전의 전기 판매 시장 독점에 있다며 이참에 판매 시장도 개방하라면서 성패는 스마트그리드에 있다고 여론몰이를 한다. 전기요금 선택권을 이유로 스마트그리드를, 다시 스마트그리드 성공을 위해 전기 판매 시장 민영화까지. 이는 하나의 패키지처럼, 줄줄이 비엔나처럼 엮여져 있다.
성장을 멈춘 나라에서 IT 신기술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캐시카우(Cash Cow)가 되어 일자리도 창출하고, 수출도 늘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군가 그런 ‘느낌’을 이용한다. “미래를 책임질 기술입니다.” 듣는 사람으로선 그 달콤한 말을 한번 믿어보고 싶다.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30조 원이라는 혈세가 들어가면 일단 시작하기 전에 의심해야 한다. 잘못되면 언제나 독박을 쓰는 건 노동자와 서민이니까.
이미 7년째 정부가 추진해온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국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워커스》가 21호 이슈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과연 누구에게 ‘스마트’한지 추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