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이 살아나야 회사도,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지난 25일 갑을오토텍 사측 관리직들이 주도한 서대문구 경찰청 앞 공권력 투입 촉구 집회 당시 플랜카드에 적혀 있던 문구다. 어느 은행의 광고 카피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와 비슷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공권력 작동에 대한 부담’이라는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히며 공권력 투입 요청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갑을오토텍 ‘Q-P 전략 시나리오(노조 파괴 시나리오)’는 현재 진행 중이다. 사측의 공권력 투입 요청은 Q-P시나리오 중 일부다. 시나리오는 지난해 4월 노조 파괴를 위한 경찰과 특전사 출신의 위장 채용이 발각되며 중단된 듯했다. 하지만 시간만 지연됐을 뿐, 상황은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 시나리오는 ‘1단계 비상 경영 선포 (2015.10.28), 2단계 경비 외주화 (2016.01.03), 3단계 대체 인력 (2015.10 ~ 현재), 4단계 대체 생산 (2015.10 ~ 현재), 5단계 직장 폐쇄 및 용역 투입 (2016.07.26), 6단계 공권력 투입(2016.08), 7단계 선별 복귀 (2016.08), 8단계 2노조 확대 (2016.08)’로 구성된다. 사측이 공권력을 요청하는 지금은 6단계다.
사측은 2014년 11월 18일 노조 파업 유발 전략으로 ①조합 간부 징계 ②식당·운전·경비 외주 ③제품 외주 ④중국 합작 법인 설립 ⑤복지 후생 축소 또는 지급 중단을 순위 별로 설정했다. 파업 유발에 성공하자 사측은 곧바로 직장폐쇄를 하고 경영 악화를 선전했다. 공권력 투입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앞서 2014년 3월에는 <비상경영계획>이란 이름으로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2년 전부터 노조 파업을 기획한 셈이다.
보수 언론을 보면 갑을오토텍은 파업 때문에 도산 직전이었지만, 공장은 ‘밖에서’ 잘 돌아갔다. 회사는 부품 생산을 외주로 운용하는 꼼수를 부렸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는 사측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불법 대체 생산을 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지회는 삼성공조, 일진열기, 대진, 코리아오토텍, 두원냉기 등 불법 대체 생산 업체를 확인했다. 지회는 “2015년 6월 1일 회사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사측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당해 사업장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하)도급해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 차질이 전혀 없었다. 이 같은 사측의 불법 대체 생산은 노조법 제43조, 제81조 위반이다. 심지어 분산 대체 생산으로 관리력 저하, 품질까지 떨어져 소비자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갑을 자본, 김앤장·고용노동부·검찰·경찰과 손 잡았나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갑을오토텍 노조 파괴에 가담한 의혹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작년 4월 23일 갑을오토텍을 압수해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4월 14일 박효상 전 대표이사는 노무부문장에게 “모든 카톡 및 문자는 지우세요. 전화로 합시다”라고 했다. 이에 노무부문장은 “예. 다 정리하고 있습니다. 김앤장하고 지시하신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노무부문장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김앤장 변호사 2명, 위원 1명과 통화했다.
하지만 압수 수색한 문건엔 갑을오토텍이 김앤장과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이 빠져있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상은 변호사는 《워커스》와의 통화에서 “2015년 4월 14일 박 전 대표이사와 노무부문장이 김앤장과의 증거를 인멸하려한 시점의 기록만 빠져있다. 통화 기록 자료 페이지 숫자로 봐도 이 부분만 비어있다”며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는 갑을오토텍의 직장폐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8월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1만 3,000명의 갑을오토텍 협력 근로자들도 있다. 생산이 안 됨으로써 벌써 8월만 해도 4분의 1로 생산이 줄었다”고 했다. 또한 이 장관은 직장 폐쇄에 관해 “파업 이후에 (직장 폐쇄를) 해서 외형적으로는 방어적으로(방어적 직장 폐쇄로) 보이기는 한데”라며 사측을 두둔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검찰도 노조보단 사측 입장에 가까웠다. 노조에 따르면 담당 검사는 8월 16일 갑을오토텍 노동자 가족 면담에서 가족들에게 “(Q-P시나리오는 계획 일정 상) 다 끝난 거다. 증거를 대라”고 말했다. 지회는 검찰과 갑을오토텍의 사전 자문 의혹을 제기했다. 지회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2014년 9월 2일 당시 김을주 전무가 박효상 전 대표이사에게 “권 부장(노무부문장)이 자문 결과를 드리려합니다”라고 말한다. 박 전 대표이사는 “내일 오전에 합시다”라며 “검찰 의견이 늦추랍니다. 참고하세요”라고 답했다. 지회는 이에 대해 “단순한 문자 하나로 검찰의 노조 파괴 공모 혐의를 규정지을 수 없지만, 회사 측이 검찰에 자문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직 검찰 관계자와 소통하고 있던 것이며, 검찰이 ‘늦춰라, 말아라’하는 것 자체가 문제된다”고 지적했다.
손찬희 갑을오토텍지회 사무장은 경찰의 사측에 협조적인 태도도 꼬집었다. 손찬희 사무장은 “7월 22일, 24일 수사과장이 현장에 찾아와 노조에 ‘업무방해’, ‘현행범 체포’를 언급했다. 당시 우리는 불법 대체 인력을 막고 있었다. 법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노조를 압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아산경찰서는 용역 1차 투입 예정일이었던 7월 29일 지회 확대간부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실제 투입일인 8월 1일에도 간부들에게 출석을 통보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고용노동부, 검찰, 경찰 그리고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까지 한통속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만하다. 갑을오토텍지회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갑을오토텍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또 갑을오토텍은 비정규직이 없는 사업장이다. 회사는 노동자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를 망친 누군가의 탐욕이 있었다. 2년 전 박효상 전 대표이사는 노무부문장에게 노조 파괴 시나리오 성공 시 얼마를 절감할 수 있는지 묻는다. 노무부문장은 연간 127억 4천만 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올 7월 15일 법정 구속된 박효상 갑을오토텍 전 대표이사는 2015년 4월 18일 문자로 사측 관계자에게 “기업노조 만들었는데 법원에서 무효 판정. 이건 정말 쒸x지. 우리나라는 거의 사회주의 다 된 겨”라고 했다. 하지만 완성된 것은 노조파괴주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