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돈을 주면서 몸을 만졌던 사람은 아빠의 직장 상사였습니다. 1~2만 원을 주면서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아빠의 직업은 경찰이었습니다. 아빠의 승진 기념식에 참여했다가 가해자를 알게 됐습니다. 원조교제가 뭔지 모를 때였습니다. 종일 전단지를 붙이고, 피아노학원에서 애들 가르치고, 베이비시터까지 해봤지만, 그것보다 많은 돈을 줘서 폭력인지 몰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50대 여성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내가 태어난 시대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원생 시절, 지도교수가 논문을 봐준다고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부인이 외국으로 여행 갔다며 집에 혼자라고 했습니다. 제가 거절하니 집에 데려다준다며 차에 태웠습니다. 차에서도 잘 나가는 의사, 변호사들은 ‘부부 스와핑’을 한다며 언어폭력을 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한번은 뒤집어져야 합니다.”
“관리자들은 자회사 소속 열차 승무원들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생각했습니다. 블루스 추고 껴안아도 승무원들은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1~2년 지나면 직접고용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승무원들은 철도청 관리자의 자녀 졸업식에 동원돼 꽃다발까지 갖다 바쳤습니다. 파업 이후 (코레일)관광개발 회사에 위탁됐는데 강간까지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잘리지 않고 다른 곳으로 잠깐 배치됐을 뿐입니다.”
“대학생 때 심야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어떤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몸으로 비밀번호를 가리고 들어오려는 찰나, 남자가 ‘잠깐만요’라면서 손을 문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문을 재빨리 닫았지만, 남자는 욕을 하며 도어락 비밀번호를 마구잡이로 눌러댔습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공기처럼 벌어지는 일들에 살아남아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최고 연극학교에 연출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학교 OT에 ‘강간 몰래카메라’ 관습이 있었습니다. 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하얀 가루를 흡입하고 다른 여자 선배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안에서 비명이 들렸습니다. 다른 남자 선배가 후배들에게 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남자 두 명이 ‘칼부림’을 하는 ‘서프라이즈 파티’였습니다. 관습을 통해 배운 건 강간을 당하는 사람을 봐도 옆 사람과 똑같이 눈을 감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 학기 만에 자퇴했습니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가해자는 인권위 조정 절차에 나와 ‘딸 같아 그랬다’고 했습니다. 남성 변호사가 ‘그런 상황 만든 것 자체가 성희롱이고 핑계다’라고 말하자 금세 꼬리를 내렸습니다. 제게 사과 한 번 않던 그였습니다. 권력을 가진 남성에 의해 사과를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위 내용은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2018분 동안의 이어 말하기’에 나온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