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주(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동대 학생 A씨가 무기정학을 당한 사연
“예수님이 우릴 용서한다고요? 잘 아세요. 그럼 모든 사람 다 공평하게 다 사랑한다고요? 속지 마세요. 회개하는 사람한테 구원이 임하는 거예요. 사랑은 진리와 함께하는 거예요. 아프게 잘라낸다고? 여기 곰팡이가 슬면, 몸에 암세포들이, 사람이 암하고 같이 있어야 돼? 다 죽는다고.”
이것은 한동대 교목실장의 설교 발언이다. ‘한동대 학생 부당징계 공동대책위원회’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여기 등장하는 곰팡이, 그리고 암이란 몇몇 학생들의 학내 활동을 가리킨다. 이 발언은 지난해 12월 한동대 학내 모임 ‘들꽃’이 주최한 페미니즘 강연 ‘흡혈 사회에서 환대로 – 성 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에 대한 학교의 조치를 해명하며 나온 것이다. 지난 2월 말경 확정된 학교의 ‘조치’는, 다름 아닌 주최자에 대한 무기정학이었다.
차근차근 짚어보자. 지난해 12월 8일이었다. 앞서 언급한 강연이 예정돼 있던 그날 오전, 들꽃 회원들은 갑자기 학교의 호출을 받는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불러 학칙상의 ‘매 학기 기말시험 개시 1주일 전부터 시행 종료 시까지는 각 단체의 행사 및 집회는 허가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강연 불허 의사를 밝혔다. 홍보 게시물 부착 승인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 말이 없던 학교에서, 다른 행사에는 적용하지 않았던 학칙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학생들이 항의하자 학생처장은 한동대의 ‘반동성애 교육이념’을 이유로 들며 재차 불허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긍할 수 없었던 들꽃은 결국 강연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모니터링을 명목 삼아 몇 명의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유 섹스 권장하는 페미니즘 거부하라’ ‘하나님이 세우신 가정 윤리 파괴하는 페미니즘 반대한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사실상 모니터링이 아닌 반대 시위였던 셈이다. 당일 이렇게 행사를 방해한 학교 측은 이윽고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몇 차례의 특별 지도’와 진술서 제출을 진행한 후 학교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강행했다. 학교는 지난 2월 28일 A씨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통보했고, 이외에도 여러 명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A씨가 정학을 통보 받은 표면상의 이유는 교직원에 대한 언행 불손, 허가 없는 집회 주동 등이다. 학칙이 금지한 시기에 강연을 개최했고 그 과정에서 학교와 마찰을 빚으며 교직원에게 불손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그러니까 강연의 내용과는 상관 없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한동대 학내언론 ‹한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학생지도위원회 최정훈 목사는 “우리 한동대 지도층 입장에서 보면 한동대 교육이념에 틀린 강의를 여는 사람이 와서 반대가 옳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말했고, 조원철 학생처장 역시 “다른 대학 같으면 이런 이슈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한동대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와 이념에 다르기 때문에 이걸 문제 삼아 지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페미니즘이라는 강연 내용(그들이 특히 집중하는 것은, 늘 그렇듯 ‘동성애’다)을 문제 삼아 학생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교육의 자유에 혐오의 자유도 포함될까?
한동대학교는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지성·인성·영성 교육을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교육이념을 가진 기독교 대학이다. 지난해에는 교내정보사이트에 동성애 행위는 인간 개인과 공동체에 해와 병을 가져오는 것이며 동성애를 치유하는 것이 참된 인권 회복이라 주장하는 선언문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학교라면, 학교 이념에 반하는 강연을 막을 수도, 강행한 학생을 징계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1998년 대법원은 종교 재단이 설립한 대학에서 종교 교육을 강제하는 것이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인 한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96다37268). 강제로 세례를 받게 하거나 교리에 해당하는 문장을 본인의 의견인 양 진술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면 종교 재단의 대학은 종교 교육을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정규 강의를 통한 것은 아니지만 학내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지도의 측면에서 봤을 때 한동대의 조치를 정당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학생들에게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고, 사상의 자유가 있으며, 학문의 자유가 있다. 대학이 학교의 이념을 명분으로 특정 주제를 다루는 강연을 금지하는 것은 이러한 헌법적 권리에 대한 탄압은 아닐까? 개인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 성적 지향에 대해 과연 반대가 가능한가 하는 원론적 질문까지 갈 것도 없이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다. 의견 표현과 교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교육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한낱 혐오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혐오 — 누군가의 소수자성을 문제 삼아 공적 공간에서 그 표현을 차단하고 지배이념에 맞게 길들이려 드는 행위의 ‘자유’를, 다른 기관도 아닌 대학이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기본법은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교육의 목적이란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이다. 법의 테두리 내에 존재하는 한, 특히나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한, 종교 재단의 대학이라고 해도 ‘혐오의 자유’를 갖지는 않는 것이다.
혐오의 포교를 멈춰라
지난해 말 정부의 양성평등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열었던 기자회견의 제목을 기억한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하자.” 성평등 하나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민주주의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차별과 혐오의 극복을 통해, 성평등을 통해, 민주주의로 조금씩 다가가고자 우리 사회는 움직이고 있다. 종교 재단이 혐오를 포교하는 기관이 아니라 종교의 관점에서 사회를 해석하고 변화시키려는 학문의 기관이 되고자 한다면,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혐오와 민주주의는 함께 갈 수 없다. 혐오의 포교는, 허락된 적이 없다.[워커스 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