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① [누가 나의 노동을 쓸모없게 만드는가] 순서
도비라. 누가 나의 노동을 쓸모없게 만드는가
1.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에서의 20년
2. 합법화된 가난, 장애인 노동
3. ‘헬스키퍼’로 일하는 시각장애인 노동자입니다
4. “장애인 노동의 가치,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동”
– 일하고 싶은 장애인,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회
5. 비혼여성이자 장애여성의 홀로서기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5세 이상 장애인 인구는 약 249만 명. 그 중 취업자 수는 86만 명으로, 취업률은 34.5%에 불과하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 대비 취업률(61.3%)의 절반 정도다. 통계층이 밝힌 장애인 실업률은 6.6%(6만1천 명). 이 또한 전체 인구 실업률인 4%보다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15세 이상 장애인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제외한 157만2146명(63%)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통계층이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시킨 이들은, 구직을 하고 싶어도 일을 구할 수 없는 다수의 장애인들이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장애인 실업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장애인일반노조(준) 관계자는 “실업률에 잡히는 장애인 노동자는 구인·구직 활동을 하는 등 일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장애인들”이라며 “대부분 장애인은 노동 시장 진입에 실패를 거듭하며 좌절을 겪는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이력서를 내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장애인을 실업자로 잡지 않는 실업률 통계는 장애인 노동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 단념자’는 3.2%(51만 명)였다. 반면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 단념자는 0.5%(8천 명)에 불과하다.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의 99.5%가 구직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설령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대부분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현재 장애인 임금노동자 10명 중 6명은 비정규직 신분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취업자 81.3%가 ‘(현재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정부의 졸속적인 정책으로 질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장애인 10명 이상, 상시근로자 중 장애인 30% 이상 고용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장을 ‘표준사업장’으로 인증하고, 최대 10억 원까지 무상지원금을 제공한다. 때문에 사업주들이 지원금을 목적으로 무늬만 표준사업장인 시설을 설립하기도 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근무했던 장애인 B씨는 “10억 원의 지원금을 목적으로 우선 건물부터 지었고 장애인들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 것인지 계획하지 않았다”며 “나를 포함해 30명 정도의 장애인 노동자들은 일거리가 없어 하루 종일 그저 앉아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장애인 C씨 역시 사업자가 표준사업장 인가를 받으려고 무리하게 장애인들을 고용한 까닭에 상시적인 임금체불에 시달려야 했다. 장애인표준사업장 지원금은 지난해 11억9000만 원에서 올해 171억400만 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증 받은 업체는 335곳이다.
한편에선 기업들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거부하며 고용부담금 납부로 ‘버티기’하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 및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4%, 민간업체(상시 50인 이상 규모)는 3.1%다. 이를 지키기 않을 시, 해당사업장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고용공단에 납부된 고용부담금은 천문학적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공단에 누적된 부담금 신고액은 6285억95000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부담금의 경우 전년 대비 12.2%가 증가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간이 《워커스》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30대 기업이 납부한 부담금 규모는 약 896억 원에 달했다. 1위 기업은 141억 원, 2위 기업이 56억 원, 3위 기업이 49억 원, 4위 기업이 39억 원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공개한 2016년 기준 자산총액 상위 30대 기업 의무고용률 현황에 따르면, 삼성은 1.89%, 현대자동차는 2.69%, SK는 1.31%, LG는 2%, 롯데는 2.49%로 당시 의무고용률을 위반하고 있었다.
때문에 정부는 대기업을 상대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유도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감면하고 고용장려금 및 다양한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일반노조(준) 관계자는 “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만 바라보며 장애인 고용을 거부해왔다”라며 “하지만 장애인은 의지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노동, 직종을 찾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각 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고 개발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의무고용률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워커스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