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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난민이었다

2016년 5월 9일Leave a comment데스크 칼럼By 김용욱

홍석만 편집장

15년쯤 전, 전남편의 폭행에 시달리던 한국인 여성이 호주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 이 여성은 폭행을 피해 이사를 다니며 가는 곳마다 주민 등록 이전 신고를 했는데 전 남편이 과거 혼인 관계를 이용해 주소를 알아내 쫓아와서는 다시 폭행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가 한국 정부에 도대체 주민등록제도가 어떤 것인지 공식적으로 문의까지 했다. 난민은 그렇게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이 나야지만 난민이 되는 것이 아니고 박해가 있는 그 땅에서 어떤 이유로든 살 수 없을 때 난민이 된다. 사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한때 모두 난민이었다.

최근의 난민 문제는 시리아 내전의 영향이 크다. 중동 지배와 석유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무력 개입을 했고 그 와중에 IS(이슬람국가)까지 생겨나며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은 전쟁으로 초토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수백만의 난민이 발생해 유럽 전역은 물론 전 세계 도처에 난민이 폭증했다.

한국에서도 난민 신청은 2013년부터 매년 두 배씩 증가해 왔다. 2015년에는 난민 신청자가 5711명이었으나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는 105명에 불과했다. 난민 인정률이 채 2%도 되지 않는다. 난민 신청자 중에는 내전을 사유로 신청한 사람이 428명 포함됐다. 대부분 시리아 난민들이다. 시리아 내전의 영향으로 2015년 하반기에 시리아 국적의 난민 신청자가 크게 증가했다.

파리 테러가 발생하고 한국에서 테러방지법이 얘기되기 전까지 시리아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이 아닌 ‘인도적 체류’로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은 없지만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일시적 체류로 어쨌든 한국 땅에 머물 수는 있게 했다. 2015년 이런 인도적 체류자가 194명이었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을 추진하면서 정부는 시리아 난민들을 예비 테러범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인도적 체류는커녕 난민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구금했다. 시리아 난민 28명은 6개월째 인천공항 송환 대기실에서 감금 상태로 지내고 있다.

공항에서 난민 신청은 심사받을지 말지를 먼저 결정한다. 2015년 한 해 동안 인천공항은 393명 중 284명을 난민 신청에 회부했고, 109명의 신청 기회를 박탈했다. 김해공항은 6명 중 2명만, 제주공항은 1명을 회부했다. 회부되지 못한 사람들은 난민 신청조차 못 하고 송환 대기실에 감금되어 있다가 강제 추방된다. 《워커스》의 취재에 따르면, 이들은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잠잘 곳도 제대로 없이 학대에 가까운 처우를 당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모두 난민이었으며,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들도 모두 난민이다. 특히 독립운동가들과 단체는 주변국들로부터 작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난민 문제에 우리는 역사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 테러 전쟁의 동맹국이며 직접 파병까지 하고 있다. 이 전쟁에 한국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난민 문제가 그저 인도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짊어져야 할 정당한 ‘부채’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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