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런 식상한 제목은 쓰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거창한 듯 얘기를 꺼낼 때, 이런 식의 제목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한 달을 휴간하고 복간 호를 내면서 편집장이 반성한다는 글의 제목이 바로 그 거창한 듯 식상한 얘기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든(Waiting for godot), 슈가맨을 찾든(Searching for sugar man) 《워커스》는 창간 이후 지금까지 찾고 기다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론이 뻔한 B급 영화처럼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는 이 시간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슈가맨을 찾아내거나 고도가 나타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슈가맨을 찾는 행운은 우리에게 없었고, 언제나 내일 나타날 거라 기다려 봐도 고도는 오지 않았습니다.
8월 한 달간 《워커스》는 휴간했습니다. 재정 때문입니다. 창간할 때, 어느 교육감께서 “주간지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많이 모았나 모르겠네”하며 걱정해 주셨습니다. 일본 주간지 ‘금요일’ 기자는 《워커스》 창간호를 보더니 “거기 돈이 많아요”라고 되물을 정도였습니다. 무모하고 무리한 시도라며 모두가 창간을 말렸지만, 내일이면 정기구독자라는 고도가 올테니 걱정 말라며 큰소리를 쳐 댔습니다. 하지만 고도는 오지 않았고 돈 문제다 보니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기자들과 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더 큰 희생만 또 강요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번 호부터는 격주간으로 발행합니다. 주간으로 버틸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지난 5월 구독자 설문조사에서 80% 가까이 격주간 또는 월간으로 발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여러 독자께서 ‘이번 호 다 읽기도 전에 다음 호가 또 배달돼서 너무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하셨습니다. 격주간인 만큼 더 충실한 기획과 내용으로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비난받는 언론이 되겠다고 창간한 지 이제 불과 6개월 남짓 됐습니다. 그동안 돈 많은 자본과 힘센 권력으로부터 비난받기보다는 《워커스》가 성역으로 삼았던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질책과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디자인이나 글자 폰트, 사진과 기사 내용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속출했습니다. 채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휴간에다 격주간으로 바꾸기까지 한다고 책망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일이 다 해명하고 설명하지 못한 점, 비판을 받고 즉시 수정하지 못한 점 지면을 통해 사과드립니다.
격주간지로 개편하면서 한 가지 말씀을 더 드리고자 합니다. 《워커스》의 기사를 보려면 《워커스》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보면 됩니다. 워커스 기사나 디자인 등에 대한 논쟁도 《워커스》 홈페이지 기사를 링크 걸고 SNS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사를 읽고, 정보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은 지면보다는 인터넷 네트워크입니다. 지금도 독자 여러분이 책을 받아보기에 앞서 단 1시간이라도 더 빨리 워커스의 모든 글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워커스는 앞으로 편집디자인 된 PDF 버전도 인터넷과 온라인에 공개하겠습니다. 정보의 소통과 교류, 기사 내용을 알고 싶다면 굳이 《워커스》를 사보지 않아도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신, 독자 여러분들이 돈을 주고 사서 보는 종이 잡지로서 《워커스》는 읽고 정보를 소통하는 역할과는 또 다른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가는 데 노력하고자 합니다. 거칠게 말하면, 종이 잡지 《워커스》는 읽으라고 펴낸 잡지라기보단, 동시대인들이 느끼는 최소한의 계급적인 고민과 세상을 바꿀 최대한의 상상력을 공유하고, 서로 자랑할 수 있는 잡지가 되고자 합니다. 《워커스》의 독자로서 공감하고 동류의식을 갖고 서로 자랑할 수 있는 잡지. 그러기 위해서 요즘 흔한 말로 새로운 가치창조를 위해 ‘종이로 된’ 《워커스》를 내려고 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정보의 홍수로 가득한 인터넷 공간이 감히 담을 수 없는 ‘가치’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 가치를 위해 오늘 책 펴낼 돈조차 넉넉지 않은 것들이, 내일 올 우리의 고도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