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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의 비극에 눈감고 인도 총리에게 평화상 주는 한국사회

[INTERNATIONAL]1
2019년 3월 14일1 Comment52호, INTERNATIONALBy workers

출처 : @TheVoiceKashmir

카슈미르(Kashmir)는 한국 사회에 매우 낯선 지역이다. 뉴스로 간간히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있지만 그 실상이 제대로 소개된 적은 없다. 한반도의 DMZ보다 더 군사화된 이 지역에선 750킬로미터에 이르는 통제선(Line of Control)을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 수십만의 군대가 밀집해 수시로 무력충돌을 벌이고 있지만 말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과 맞닿아 있는 카슈미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에 각각 분리 점령됐다. 카슈미르 인구의 3분의 2가 무슬림인 것도 사정을 조금 복잡하게 한다. 같은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은 이 지역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국 영토로의 편입을 주장해왔지만, 카슈미르 주민 일부는 인도와 파키스탄 양쪽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70년 넘게 무력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카슈미르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적이 없었고, 인도 정부의 무력통치와 파키스탄 정부의 통제, 각종 무장단체의 투쟁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삶이 극도로 열악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는 이러한 카슈미르 분쟁에 주목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인도 모디 총리가 서울평화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가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한국을 2월 21일부터 22일까지 방문하기 직전, 카슈미르 무장단체가 공격해 인도 경찰 4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즉각 보복을 천명했고, 파키스탄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이 사건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비판 성명을 냈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가 이 사안을 테러리즘으로 정의한 것에 필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 인권이사회가 2018년 6월 발표한 카슈미르 지역 인권실태 보고서1)에 따르면, 인도가 통치하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선 인도 보안군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보안군은 카슈미르 시위대에 산탄총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7월 중순에서 2018년 3월 말 사이에 130~145명의 시민이 군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고서는 기술하고 있다.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뿐 아니라 미성년자까지 포함하는 무차별적인 체포와 구금, 통신 및 의료서비스에 대한 차단이 이뤄지고 있다. 성폭력을 포함해 각종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인도 보안군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폭탄 공격 전인 2월 3일 인도 모디 총리가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을 방문했을 때도, 카슈미르 주민들은 엄중한 보안과 통제를 겪어야 했다. 이렇듯, 탄압과 폭력이 일상화된 지역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인도 군경에 대한 무장단체의 공격은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인도 정부에 저항하는 카슈미르 주민들 [출처: @TheVoiceKashmir]

 

한국 외교정책이 낳은 희대의 해프닝

 

물론, 무장단체에 의한 폭력과 살해 및 파키스탄 정부의 인권침해도 유엔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디 총리가 이 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할 책임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방조해온 모디 정부임을 감안하면 외교부의 성명은 최소한 카슈미르 지역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 인도 정부가 냉정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의 성명 어디에도 70년 동안 짓밟혀온 카슈미르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이 단지 카슈미르 분쟁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뿐 아니라 신남방정책 파트너인 인도에 대한 일방적인 편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 부끄러운 일은 카슈미르 분쟁을 포함해 평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디 총리에게 평화상 수여를 강행한 한국 사회다. 상을 수여한 서울평화문화재단이 민간재단이기는 하지만, 경제협력이란 이름으로 한국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외교정책이 전부인 우리의 모습은 모디 총리에게 평화상을 주는 희대의 해프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카슈미르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토분쟁이나 종교 간의 갈등이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논의가 한국사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  인도 정부에 저항하는 카슈미르 주민들 [출처: @TheVoiceKashmir]

 

1) 보고서 전문 번역은 국제민주연대 웹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사이트 이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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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응답
    2019년 3월 31일 at 20:57
    강철

    + 인도 총리는 인도 마오주의 공산당을 억울하게 학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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