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테러, 실패한 ‘테러와의 전쟁’의 후과
무력 증대하고 무슬림 악마화하는 대테러 정책 변화해야
폴 고팅어(PAUL GOTTINGER)
서구는 또 다시 분노로 동요하고 있다. 3월 22일 북적거리는 벨기에 브뤼셀 자벤텀 공항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브뤼셀 매트로 1호선 말베이크 역 전동차에서도 폭탄이 터졌다. 이제 우리는 벨기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PrayForBelgium).
이 공격은 비극적이다. 그러나 놀라지 말라. 서구가 보기 드물게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한 사례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부정확하다. 엄밀히 말해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를 가속했다.
사실 (2001년 9.11 테러 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난 14년 동안 서구는 단 한 개의 테러 조직도 제거하지 못했다. ISIS(이라크시라아이슬람국가) 같은 조직은 여전히 서구가 대테러 정책으로 쌓아 올린 잿더미 속에서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자료를 보면, 테러 공격은 9.11 테러 뒤 65배나 증가했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이라크에서 미국이 전쟁을 벌이는 동안 테러 공격은 급증했다. 영국 정보 기관은 이를 ‘이라크 효과’라고 불렀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2003년에 전 세계에서 208번의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하지만 2년 후엔 1만 1000건으로 늘어났다. 이제 테러 횟수는 대체로 1만 건을 넘고 있다.
브뤼셀 테러가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지 13주년 되는 날, 그 이틀 후에 일어났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적이다.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이었던 이라크 전쟁은 ISIS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 이 테러 조직은 브뤼셀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대테러 정책의 실패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잉태됐다. 거대한 재앙 속에서 ISIS는 파괴와 전쟁의 불안을 이용해 외국 지하디스트를 끌어들였고 지역의 지지를 얻었으며 조직을 깊이 뿌리내렸다.
사로잡힌 무장 세력 인터뷰에 따르면, 사람들이 ISIS에 합류한 공통된 동기는 미국 전쟁에 대한 분노였다. (2015년 10월 미국 종합 주간지 《네이션》이 인터뷰한 전 ISIS 전투원은, 사람들이 ISIS에 가담한 이유가 이슬람 극단주의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살해당한 아버지, 아무런 희망 없는 땅, 미국의 점령과 시아파 정부의 종파적 국정 운영 같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의 폐해를 말했다.)
ISIS 지도부는 대부분 이라크인이다. 이 조직은 이라크와 시리아 정권의 정치적 실패를 반영한다. 전쟁 뒤 이라크 정부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은 수니파 지역을 차별하고 폭력적으로억압했다. 수니파 주민이 ISIS로 국가 구조를 대체한 것은 선호할 만한 선택지였다.
ISIS가 부상하자 서구는 늘 선호했던 방식으로 다시 무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가 연합은 약 1만1000건의 공격을 감행해 ISIS 전투원 10만 명을 살해했다. CIA는 공식적으로 3만 명이라고 추정하지만, 상당히 과소평가된 듯하다.
무력 사용은 예상대로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 사실 지역 주민은 ISIS의 가혹한 법규와 서구의 무분별한 폭력에 사로잡혀 지역을 떠나야 했다. 주민의 분노는 더해만 갔다. 서구는 정치적 해결은 도외시한 채 군사적 파괴를 일삼으며 위기를 심화했고 이는 ISIS의 신병 모집을 도울 뿐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이란과의 경쟁 역시 심각한 문제였다. 그것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테러리즘에 맞선 전투를 분열시켰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ISIS에 맞서 싸울 가장 효과적인 파트너인 러시아와 이란에 자신의 등을 돌리고 있다.
무력 증대하고 무슬림 악마화하는 대테러 정책 변화해야
서구 대테러 당국자들은 이번에도 실망스러운 대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발빠르게 ISIS에 대한 공습 예산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조차 미국에서도 테러 공격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은 “고비용의 거대한 중동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이 브뤼셀 사건을 두고 한 말은 해외 전쟁 확대뿐만이 아니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고, 같은 당 경선 후보 테드 크루즈는 무슬림 지역에 경찰 순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치인만이 아니라 보통 시민들도 트위터에서 증오스러운 해시 태그(#StopIslam, 이슬람을 멈추라)로 ‘서구 문명’을 세계에 과시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이 행동에 가담했다. 그는 인터넷 검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슬림이 주변의 ‘극단주의자’를 알게 된다면, 친구와 가족도 밀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는 이런 대응으로는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테러의 조수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훨씬 나쁜 건 무엇이 ‘지하디즘’으로 사람들을 몰아가는지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서구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두 가지 주요 측면은, 엄청난 양의 폭력과 무슬림 악마화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테러를 증가시킬 것이 분명하다.
서구의 대테러 정책에서 주요한 변화가 없다면, 벨기에 공격은 유럽과 미국 모두에 도래할 재앙의 맛보기일 것이다.<워커스 4호(2016.4.6)>
* 폴 고팅어(PAUL GOTTINGER)는 미국 언론인으로 중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 글은 3월 26일 미국 정치 웹진 <카운터펀치>에 실렸다.
* 번역 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