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요? 그 국가가 세월호에 구멍을 130개도 더 뚫었어요. 배를 부수며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거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강제종료도 마찬가지잖아요. 여소야대인데도 특별법은 제정되지 않고 있어요. 정권이 바뀐다고 진상이 규명될까요? 그리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철학이 다른 정당, 정부가 필요해요. 믿을 수 있는 건 국민뿐이에요. 지금도 평일에만 최소 600명, 주말에는 수천 명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조문하러 옵니다.”
3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 상황실에서 김용택 씨가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이 다가오는 광화문.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와 마주한 희생자 영정의 모습은 3년 전 어느 날인가에 멈춰져 있다.
박근혜 정부가 삶을 앗아간 건 세월호 희생자들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1년 만에 숨을 거뒀고 정부의 사과 대신 부검 영장이 날아들었다. 당시 민중 총궐기 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5명의 구속자와 함께 1년 가까이 철창에 갇혀 있다. 사용자 측의 노조 파괴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한광호 열사가 숨을 거둔 지도 200일이 넘었지만 역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콜트콜텍, 유성, 갑을오토텍, 골든브릿지, 아사히글라스, 동양시멘트, 하이텍RCD코리아 노동자들의 싸움도 하루하루 힘겹게 지속한다. 강남 삼성 본관 앞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농성도 1년이 됐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은 1,500일이 넘었다.
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국가는 또 다른 희생자를 찾고 있다. 조선과 해운은 구조조정이 한창이고 철강과 석유화학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책임져야 할 공공기관은 성과퇴출제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포화를 받고 있다. 화학단지와 원전을 넘보며 잇따른 지진은 뿌리째 흔들리는 한국 사회 모습 그대로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정부는 사드 부지를 다시 결정하고 한반도 위기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지금 한국이라는 국가는 과연 국가의 모습일까? 거리의 민심은 어떨까? 《워커스》가 민중 총궐기를 앞두고 네 개 현장의 민심을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