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시리아 난민 잔혹사…반년 가까이 구금
출입국사무소, 난민 인권 침해 논란
정은희 기자
“빈대가 들끓습니다. 소독을 여러 번 했지만 없어지지 않아요. 자주 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샴푸나 비누가 부족해요. 면도기나 손톱깎이도 필요합니다. 옷도 다 해어졌고요. 아파서 약을 달라고 하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해요.”
— 2015년 12월 24일 ‘공익법센터 어필’의 시리아 난민 인터뷰 중
“평생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음식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어쩔 수 없이 먹고 있어요. 한국이 안전한 나라라서 레바논과 두바이를 거쳐서 왔어요. 우리를 난민으로 받아 주세요. 돌아가면 전쟁 때문에 전장으로 가거나 죽을 수 있습니다.”
— 시리아 난민 A 씨
인천공항 내 송환 대기실. 150여 명이 창문 하나 없는 비좁은 공간에 구금돼 있다. 이 중 시리아 출신 28명이 구금된 지는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이나 됐다. 이들에게 지난겨울은 혹독했다. 1인용 플라스틱 의자를 이어 붙이거나 평상 위에서 잠을 잤고, 이마저도 모자라 차가운 바닥에 라면 상자를 깔고 겨울을 났다. 한국에서 얻은 물품이라곤 담요 한 장뿐이다. 샤워 시설이 하나라 모든 사람이 같이 쓴다. 대기실 관리자는 아침에 기상 시간을 정해 두고 얼굴에 물을 뿌리거나 라면 상자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종종 폭언도 한다.
《워커스》는 한국이주인권센터 도움을 받아 시리아 난민 신청자들과 전화·서면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은 6개월 가까이 항공사가 제공하는 햄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때웠다. 송환 대기실을 관리하는 항공사가 음식을 제공하지 않을 때는 굶기도 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비좁은 공간에선 늘 쓰레기 냄새가 난다. 열악한 환경 탓에 난민들은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었다. 한 시리아인의 발은 여러 군데에 곰팡이가 핀 것처럼 곪았다. 6개월간 매일 햄버거를 먹어 소화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다수다. 이들은 “다른 난민 신청자들과 함께 햇빛도 들지 않는 이 시설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5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 유엔(UN)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지난 5년간 약 50만 명이 사망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시리아 국내에서만 650만 명이, 국외로는 470만 명이 고향을 등지고 피난했다. 국외 난민의 95%인 400만 명이 피신한 곳은 터키와 레바논, 요르단 등 5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 5%는 독일, 미국 등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수천 마일을 날아 한국에도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들을 교도소 수감자처럼 대했다.
김세진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시설 자체가 교도소보다 열악하다. 범죄자가 아닌데 교도소 수감자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은 “국내 난민 제도는 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리아 출신뿐 아니라 난민 신청자들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람으로서 살 수 없는 시설에 갇힌다”며 “정부는 난민 신청자들이 충분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이해할 만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국정원은 〈테러방지법〉 국회 심의를 앞두고 “시리아 난민 200명이 항공편으로 국내 유입했다”며 이들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처럼 지목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뒤 〈테러방지법〉은 통과됐다. 그러나 시리아 난민 신청자 다수는 이례적으로 차례로 난민 지위 인정 심사가 불허된 채 아직 구금돼 있다.
– 송환대기실 관리자가 바닥에 깐 종이 박스에 물을 뿌리고 있다. 출처: 한국이주인권센터
출입국사무소의 자의적 난민 신청 거부
시리아 난민 신청자 인권 침해 문제는 ‘어필’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어필은 시리아 난민 신청자 지인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처음 이들을 접견했다. 그러나 다양한 노력에도 구금은 중단되지 않았다. 결국 어필은 지난 2월 11일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의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에 대해 행정 소송을 냈다. 첫 재판은 그러고도 2개월 이상 지난 4월 28일에야 진행됐다.
인천공항 3층에 있는 송환 대기실은 인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AOC)와 계약을 맺은 외주 용역 업체가 관리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난민이 심사를 받으려면 우선 출입국사무소로부터 난민 인정 심사 회부에 관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당국이 난민 심사를 허락하지 않은 신청자에 송환을 지시하면 송환 대기실에 억류된다. 법무부는 이 대기실을 ‘개방형 송환 대기실’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단 억류되면 신체 및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모든 절차가 끝날 때까지 송환될 수 없으므로 사실상 구금이다. 그런데 지난 11월부터 출입국사무소가 난민 심사 회부를 잇달아 허락하지 않으면서 시리아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집단 구금이 장기화하고 있다. 특히 내전으로 인해 시리아 공항으로 송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강제 송환할 경우 국제적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제3국에서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강제 송환이 집행될 수 없다. 구금 기간이 계속 길어지는 이유다.
어필은 출입국사무소가 재량을 남용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봤다. 애초 출입국사무소는 〈난민법〉에 따라 다섯 가지 난민 인정 사유인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으로 박해받는 요건에 해당하는지만 판단해야 한다. 이들이 돌아갔을 때 실제 박해를 당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진위는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일종의 사전 심사제로 진정한 난민이 공정한 심사를 받지 못하고 송환되는 일을 막고자 마련한 제도다. 그래서 진위는 난민 인정 심사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출입국사무소가 재량으로 이 기회를 봉쇄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출입국사무소는 재량을 남용했다는 논란 외에도 법적 근거 없이 난민 신청 사유를 판단했는 비판을 받고 있다. 4월 28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출입국사무소는 시리아 난민 신청자들이 안전한 제3국을 거쳤거나 체류했었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난민법〉 시행령이 ‘박해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 난민 신청을 인정하지 않도록 한다는 데서 따온 해석이다. 하지만 어필 쪽은 제3국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난민 협약의 본질적 취지에 맞지도 않고, 법적 근거도 없이 협소하게 해석해 난민 보호를 어렵게 한다고 본다. 또 해당 제3국이 안전하다는 점과 송환 후 입국 가능성까지 입증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 난민 신청자들이 거친 레바논과 터키, 카타르, 중국 등이 난민 신청자에게 안전한 국가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레바논은 100만 명이 넘는 시리아인이 체류하고 있지만 난민 협약 비준국이 아니라 단 한 명도 〈난민법〉으로 보호되고 있지 않다. 체류 중인 시리아인들은 유엔 난민 기구에 등록돼 있으나 일할 권리가 없고 불법으로 노동할 경우 강제 퇴거당한다. 이 때문에 시리아인들은 단체 지원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이들 중 70%가 빈곤 상태에 있다. 더구나 레바논 정부는 시리아인 유입이 증가하자 지난해 1월부터 입국 자격 요건과 200불에 달하는 체류 심사비를 도입해 추가 유입을 제한하고 있다. 유엔 난민 기구도 지난해 5월 이후로는 난민 신청 접수를 중단해 이후 난민 신청자들은 강제 퇴거 위기에 있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국경에서 난민 입국을 통제하고 강제 송환하기도 해 역시 안전한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터키에는 280만 명에 가까운 시리아인이 체류하고 있지만 난민 캠프 수용 가능 인원은 20만 명에 불과하다. 중국의 경우, 국내에 자주 보도되는 것처럼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정부는 다른 국가 출신 난민들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 소수의 난민 인정자에만 임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데 대부분 일할 권리가 없어 유엔 난민 기구의 지원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출입국사무소는 징집 거부도 난민 신청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 난민 신청자 중 남성 다수는 현역병 또는 예비군으로서 징집을 거부했고 이를 이유로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하지만 출입국사무소는 난민 편람 등을 인용해 탈영에 따른 처벌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고 일반적으로 박해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징집은 국가의 권리이므로 징집 거부를 난민 신청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어필 쪽은 출입국 사무소가 난민 제도를 전체 맥락과 상관없이 왜곡해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리아 난민 다수가 내전 속에서 징집을 거부했고 이에 따른 박해로 난민 길에 올랐기 때문에 돌아갈 경우 죽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다수의 언론 보도는 어필 쪽 주장을 뒷받침한다. 중동 전문 언론 〈미들이스트모니터〉와 스위스 난민 지원 단체 SF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는 젊은 남성뿐 아니라 예비군도 마구잡이로 체포해 강제 징집하고 있다. 이전에 징집된 병사도 현재까지 소집 해제하지 않았다.
인종이나 종교, 미성년자 여부도 가리지 않는다. 자칭 이슬람국가(IS)도 강제 징집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정부군에 강제 징집되면 체계적인 군사 훈련도 없이 최전방에 배치되는데 인간 방패와 다르지 않다. 인터넷 매체 〈시리아 다이렉트〉는 지난해 6월 “젊은 남성들이 강제 입대해 위험한 전선에 배치됐으며 1~2주 만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유엔감시위원회 보고서는 2014년 전투 지역 아동들이 저격수나 첩자로 일했으며 자살 폭탄 공격에 동원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 및 국제 정치 문제 연구 기구인 외교협회(CFR)도 “그들이 시리아로 돌아갈 경우 최소 수감되고, 사형이나 죽음에 이르는 고문을 받거나 군에 송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어필 쪽은 참혹한 내전 상황에서 징집 거부는 〈난민법〉이 난민 신청 사유로 인정하는 ‘정치적 견해’라고 강조한다. 한국 대법원이 박해의 원인으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이미 국내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시리아 난민 세 명 중 두 명의 박해 사유가 탈영이나 경찰 복무 명령을 피해 도주한 것이기도 했다.
“국내 난민 제도는 난민 신청자에 대한 인권 침해로 시작돼”
구금 자체도 논란이 크다. 애초 난민 신청자가 입국하면 〈난민법〉상 당국은 7일 이내 신청자에게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야 한다. 하지만 어필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 다수는 1~2주 동안이나 심사 신청도 하지 못한 채 불안한 상태로 송환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불허 통지 또한 문서가 아닌 구두나 문자로 전달됐다.
어필은 지난 2월 12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시리아 난민 신청자 강제 구금과 인권 침해 사실을 알리고 진정을 내 임시 처분을 받았다. 유엔은 이례적으로 1주일 만에 한국 정부에 “이 사건이 위원회에서 검토되는 동안 강제 송환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강제 송환 대기실에 억류된 동안 인간적이고 존중적인 처우(최소한 의료 조치를 온전히 허용해야 하며 적절한 음식물을 보장해야 함)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다음 재판은 5월 19일에 열리고, 6월 9일이 선고 기일이다. 7개월 만에 나오는 이날 선고에서 시리아 난민 신청자 28명이 밖으로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 수는 2013년부터 매년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지만 난민 인정자 수는 후퇴했다. 2015년 5711명이 난민 신청을 했으나 인정된 이는 105명이었다. 이 중 가족 결합 43명과 재정착으로 인정받은 22명을 제외하면 실제 난민 인정자 수는 40명에 불과하다. 시리아 출신의 경우 1994년부터 현재까지 1052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했지만, 단 3명만 인정됐다. 김세진 변호사는 “한국의 외국인 정책은 인종 차별 정책이다. 소위 선진국 출신자는 장기 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동남아에서 오는 이들의 비자 기한은 대부분 짧다. 동남아 이주노동자를 쓰고 버리는 형태”라며 “난민 정책도 마찬가지다.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난민을 인권적 관점에서 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커스 9호, 2016.5.11)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모습. 출처: (위)한국이주인권센터, (아래)공익법센터 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