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연 기자 / 사진 정운
빡센 투쟁 현장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용역’이라 부르기엔 뭔가 심심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 그래서 ‘용역 깡패’라는 명칭이 더욱 친숙한 이들이다. 원래는 ‘용역과 싸워서 이기는 기술’을 알아보고 싶었다. 덩치도 산만 하고, 왠지 주먹도 커 보이고, 기가 막히게 상스러운 욕을 해 대는 사람들이라 똥배짱만으로는 승산이 없으니.
하지만 덩치 중에서도 덩치만 모인 사람들과 누군들 싸워 이길 수 있겠나. 그래서 용역과 오랜 시간 전쟁을 벌여 왔던 사람들조차 ‘이기는 법’에는 까막눈이다. 대신 맞거나 괴롭힘을 당한 경험은 풍부하다. 철거민 단체의 A 씨는 용역에 대해’사람에게 가장 치욕스러움을 주는 방법을 교육받은 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말싸움을 하면 할수록 점점 기분이 더러워지고 영혼이 갈려 나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다수의 욕설이 여성의 몸과 연관돼 있고, 수위 높은 성희롱 발언이 부지기수기 때문. 그러므로 말싸움을 할 때는 되도록 귀마개를 끼는 것이 좋다. 힘으로는 어떻게 안 될까. A 씨는 “운동(스포츠)을 했던 사람들이 많아 사람 목을 얼마나 조이면 숨이 넘어가는지 너무 잘 안다”며 “초를 재면서 목을 조르기도 한다. 너무 공포스러워 그대로 소변을 보고 기절한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거의 100일간 노숙 농성을 하며 현대차 용역 깡패와 싸웠던 B 씨. 왠지 체격도 좋고 싸움도 잘할 것만 같고 실제 싸우는 모습도 봤고 해서 연락을 해 봤다. 농성 기간 그가 겪었던 용역 폭력은 비열하기 짝이 없었다. 밤새 물을 뿌리고, 스타렉스 배기구를 들이밀어 매연을 먹이고, 밤에 잠이 들면 귀에다 포르노를 틀어 대는 등. 하다못해 폭력이라도 제지할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아무리 남성 노동자들이라 해도, 조폭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구들에게 힘으로 대항하기는 어려워요. 그냥 악다구니 쓰고 하는 거죠.” 그래도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방송국 카메라나 기자들이 오는 날에는 나름 잠잠해진다고 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파출소 순경 정도는 용역들이 충분히 무시한다는 것. 경찰에 신고를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사실. 그럼 용역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욕은 뭘까? 곰곰이 생각을 하던 B 씨는 ‘양아치?’라는 답변을 해 줬다. 그래도 듣기에 양아치보다는 깡패가 낫나 보다. 아, 마지막으로 용역들이 직접 주먹을 휘두르며 폭행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폭력. 예를 들어 무릎으로 다리를 툭툭 차는 식의. 그러니 용역과 싸울 때는 보호대를 준비하는 것을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워커스 12호 201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