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휴대폰이 애플 아이폰에 필적할 정도로 한국의 기술력이 높은데 미사일 방어 체계도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게 어떠냐.”
지난 6월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한 우려의 표현이다.
“나는 군인이기 때문에 사드 시스템을 잘 안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전개하는 건 그들이 가진 방어망을 훨씬 능가하는 필요 이상의 조치다.”
지난 6월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쑨젠궈는 한국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보냈다.
2014년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에 의해 촉발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뜨겁게 진행 중이다. 이제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의가 잘못된 인식과 비합리적 판단 그리고 비생산적 논의와 무관하게 일상화되면서 한국 배치의 프로세스로 읽히고 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당분간 어렵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당분간이다. 지난 1월의 북 핵실험은 사드 배치의 유예 기간을 앞당겨 버렸기 때문이다.
사드는 ‘종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사드는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 밀집 지역, 핵심 시설 등을 방어하는 데 사용된다. 1987년에 개발을 결정하고 1991년부터 25년 동안 개발하고 있는 무기 체계이다.
사드의 원리는 간단하다. 적국이 핵이나 화학탄을 탑재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기권을 넘어 우주로 날아가게 되고 목표 지점이 다가오면 하강을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종말 단계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탄도 미사일은 초속 2.5킬로미터로 날아오는데, 사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서 격추하는 것이다. 이때의 고도는 40~150킬로미터인데, 그것은 사드 요격 미사일의 최대 고도가 150킬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요격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8 이상으로 알려졌다.
만약 요격 미사일이 실패하면 지상 40킬로미터 이내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발사해서 탄도 미사일을 격추한다. 그래서 사드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함께 다닌다.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과연 한국의 사드 배치가 합리적이고 적절한가이다. 그것은 북한 공격으로부터의 방어에 대한 효용성과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사드 배치의 명분은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로부터 방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군과 미군이 가진 미사일 방어 능력은 패트리엇 미사일 Pac-2와 Pac-3다. 패트리엇의 고도는 15~20킬로미터 정도다. 최고 250킬로미터의 고도로 날아오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은 종말 하층 단계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고도 40~150킬로미터인 사드로 방어 체계를 구축해 적 미사일 요격의 기회를 한 번 더 갖추자는 것이다. 언뜻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일국의 국방 정책이 이토록 단순하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북한이 어떻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 예단하는 것 자체가 사드의 허점을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북한은 사정거리 200킬로미터 방사포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초토화할 수 있고, 30년 전 개발한 재래식 스커드 미사일로도 충분히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의 핵 공격이 재래식 탄두의 다발성 공격으로 이어질 경우 방어는 불가능하다. 또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에 대해서도 사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드는 발사대 6기(1기당 8개 미사일 탑재)와 레이더 및 통제, 통신 장비 등으로 1개 포대가 구성된다. 현재 미국은 3개 포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7개 포대를 보유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대량 생산이 아닌 시제품을 출시한 상태로 지속적으로 검증하고는 있지만, 그 능력을 신뢰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1개 포대가 1조 원에 육박한다. 비용도 문제지만 미국에서는 팔 물건이 없다.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견제와 중국의 대응
미국 국방 전략의 핵심은 대중국 견제와 아시아 재균형이다. 그 핵심은 미국의 군사력과 동맹국과의 결속이다. 호주, 일본, 인도 등과 동맹 체계를 구축해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인데, 이 힘은 MD에서 나온다. 미사일 방어 무기를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주한 미군 기지에 배치한다는 것은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패권 정책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이후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견제는 상당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오바마가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 금수 조치 해제를 약속했다. 그 직후 일본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일본과 동맹을 강화했다. 그리고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일 3국 해상 군사 훈련 실시와 다국적 군사 훈련인 림팩에 사상 최대인 총 27개국이 참여하기로 했다는 합의도 이루어졌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이 노골적이라서 한반도 사드 배치는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중국도 한국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대응책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군사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유사시 중국의 미사일이 한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사드는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발언하는 아젠다가 되었다. 그래서 주석 이하 전 관리가 일체감을 형성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당히 무게감이 있다. 그런데 중국은 자신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언급할 때는 사드를 거론한 적이 없다. 일종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지금도 늦지 않은 한국의 선택은?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는 내부에서 제대로 논의를 하지 못했는데, 사드 배치가 거의 끝나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미 양 국방 당국은 북한 미사일 방어 대책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지난 5년간 한미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에서 사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그런데 주한 미군 사령관의 한마디 때문에 사드를 들여오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것처럼 되어 버렸다.
사드는 너무 중요한 전략 무기라서 미 국방부의 결정 사항이 아니라 백악관 결정 사항이다. 그리고 한미 동맹 때문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과 러시아의 양해 문제가 핵심이다. 미국이 유럽에서 MD를 추진하다 러시아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2014년 5월 중국과 러시아를 만나서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당분간 언급을 안 하기로 하고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2014년 6월 3일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미국 정부에 건의했다고 언급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사드 배치 건의는 주한 미군 사령부가 국방부나 태평양 사령부 등 여기저기서 홀대받다 보니 개인의 욕망에 의한 경쟁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야전 사령관은 서로 자기 부대를 강화하려고 경쟁을 한다.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부대 중에 아파치 헬기가 없는 부대는 한국밖에 없다. 주한 미군에서 빼가기만 하고 사령부에서 보내 주는 것이 없다 보니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략 무기 하나라도 끌어오겠다는 욕심으로 이어졌다. 그의 욕망이 절대적인 원인 제공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논쟁이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나 합리적 접근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에 기반한 집단 사고를 촉발시킨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사드 배치는 시간문제다. 빠르면 내년에 도입하기로 결정될 수도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적 보수 대연합이 심각한 수준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타국(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위해 자국의 평화에 새로운 위협을 가한다는 데 있다. 한반도에 사드가 전개되면 북한과 중국에서 MD망을 교란하는 미사일 개발, 여러 핵탄두가 분리되어 폭발하는 다탄두 개발, 미국의 인공위성을 요격하는 무기 개발 등 신무기 개발 역시 시간문제다. 이는 동북아의 군비 경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것이 사드의 역설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남북 대화를 재개하고 북-미 대화를 촉진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건설하는 안전한 해결책은 아직 살아 있다.
(워커스 15호 201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