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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기… “광화문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2016년 4월 13일Leave a comment5호, 참세상 이야기By 박다솔 기자

다시 4월이다. 세월호와 수습되지 못한 아홉 명은 아직 바다에 있다. ‘예은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4월을 갈가리 찢어 11월로, 12월로 버리고 싶다. 꽃이란 꽃은 모조리 꺾어 갈아 마시고 싶다. 4월을 다 부숴 버리고 싶다”고 했다. 어디 ‘예은 아빠’만 그럴까. 4월은 국민에게도 잔인한 달이다. 참사에 책임 있는 사람들 대신 일반 시민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힘이 못 돼 미안하고 가끔 잊게 돼 미안하다며.

 

하루에 서너 번까지 기자 회견이 열리는 곳이 있다. 광화문이다. 억울한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단식을 시작하고, 밤샘 농성을 하기도 한다. 2014년 7월 14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터를 잡았다. 유가족과 시민이 단식 농성을 하고 저녁엔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이들과 뜻을 같이한 사람들만 모인 것은 아니었다. 단식으로 앙상해져 가는 유가족 옆에서 어떤 이들은 ‘폭식 투쟁’을 전개했다. 그보다 연배가 있는 어느 단체 회원들은 ‘의사자 지정 반대’, ‘특례 입학 반대’ 등을 외치며 또 한번 속을 뒤집었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을 세월호 관련자들이 독차지하고 있다며 시민에게 돌려줄 것을 주장했다. 이들의 원성이 심해지자 광화문 광장 사용 허가권이 있는 서울시는 “유가족이 스스로 떠나기 전까지는 농성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년이 다 돼 가는 요즘도 유가족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돌아가며 광화문을 지킨다. 매일 새벽 안산에서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온다. 서울에 와서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건 쉽지 않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피케팅, 간담회 참석, 온전한 인양을 요구하는 1인 시위, 각종 집회에 참석한다. 그사이 보상을 받은 가족들이 떠났다. 남은 가족들은 보상을 거부하고 국가 상대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세월호 농성장은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상이 내려다보는 곳에 있다. 가운데 길을 남겨 두고 양쪽에 있는 14개 천막엔 분향소, 참사 이후 활동이 담긴 전시관, 노란 리본을 만드는 공작소, 상황실 등이 있다. ‘노란리본 공작소’는 일반 시민의 발걸음이 가장 많다. 10명 정도 들어가면 꽉 차는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 노란 리본을 만든다. 누구는 오리고, 누구는 붙이고, 누구는 줄을 단다. 4월 목표는 10만 개다. 리본이 필요한 사람이 소속과 이름을 밝히면 원하는 만큼 준다. 처음엔 어색하게 문을 열지만 갑자기 익숙해지는 곳이다. 이름을 몰라도, 나이를 몰라도 조용한 수다를 이어 나가며 각자의 미안함을 덜고 온다.

횡단보도와 가장 가까이 있는 ‘진실마중대’에선 서명을 받는다. 그때그때 집중하는 사안이 다른데 최근엔 세 개의 서명을 받고 있다. 전교조가 참사 2주기 공동 수업을 위해 만든 ‘416 교과서’를 지지하는 서명을 받는다. 교육부는 부정적 국가관 조장 등을 이유로 ‘416 교과서’를 금지하고, 사용하는 교사는 징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기간제 교사였던 김초원, 이지혜, 두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서명도 받는다. 세월호 문제는 무엇 하나 쉽게 되는 게 없다. 전국에서 650만 명이 서명해 만들어진 특별조사위원회는 예산 삭감 등 온갖 방해 속에서 2차 청문회까지 치렀다.

‘기억하라0416’ 전시관을 찾은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을 넘겨 봤다. ‘이름도 다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아. 너희를 몰라도 내가 너흴 사랑해. 오늘도 인사 남기고 가. 안 잊어.’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이었다. 대부분은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고, 자꾸 잊어버려 미안하고, 아무런 힘이 없어 미안하다는 내용이다.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한 유가족은 “정작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왜 시민이 무거운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분이 그저 리본 하나 달아 주시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4일, 대학생들이 광화문 농성장에 모였다. 2주기를 준비하기 위해 스스로 모인 그들의 목소리는 크고 진지했다. 기자 회견 발언자로 나선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2014년 여름, 한 달 내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을 받은 기억이 있다. 최 씨는 “그때만 해도 특별법이 무력화되고 정부가 방해할 줄은 시민으로서 꿈도 못 꿨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준영 엄마’ 임영애 씨는 담담하게 발언을 시작했다. “저희 부모에게 4월은 아픈 4월만은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4월이다.” 이제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나 곧 임영애 씨는 울컥했고 서둘러 발언을 끝냈다. 지난 2년간 많은 말을 해 왔고 이런 자리가 익숙한 임 씨에겐 생소한 일이었다. 임 씨는 살아 있었다면 대학생이 됐을 아들 준영이 생각났다고 했다. 항상 생각나지만 더 또렷하게 생각이 났다고 했다. 준영은 한때 사회 교사가 꿈이었을 정도로 사회에 관심이 많았고 위안부 문제가 가장 안타깝다며 위안부 팔찌를 사던 학생이었다. 준영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기자 회견을 했을 것이란 생각에 감정이 복받쳤다고 했다.

올해 4월 16일은 토요일이다. 이날 오전 안산 합동 분향소에선 참사 2년을 되새기는 ‘기억식’과 ‘진실을 향한 걸음’이라는 걷기 대회가 진행된다.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 범국민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지난해 1주기 범국민 대회에서 청와대로 향하던 유가족과 시민들은 경찰의 폭력 진압을 경험했다. 캡사이신, 차벽, 최루액이 총동원됐다. 2주기 문화제는 부끄러운 도구 없이 온전한 추모가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워커스5호 201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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