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진
계급적 시각으로 한국 사회 의료․복지․빈곤 문제를 분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현재 빈곤사회연대 정책위원장과 ‘포럼 사회복지와노동’에서 활동하며 <참세상> 주례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과거에 ‘보릿고개’란 말이 있었다. 먹고살 식량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음을 일컫는 말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먹고사는 데에 걱정이 없어지면서 보릿고개란 말은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인생의 보릿고개’란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50대 이후 은퇴해 마땅히 할 일도 없어서 돈 벌 길은 막막한데, 자녀의 학비와 병원비·집세 등 생활비는 점점 늘어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가난’은 여전히 우리가 진 굴레다.
한국인 100명이 사는 마을이 있다. 가장 많이 버는 사람부터 줄을 세워 가운데 50번째 사람의 소득(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그 절반(50%) 이하를 버는 사람들의 비율을 상대적 빈곤율이라고 한다. 일해서 버는 소득만을 따졌을 경우(시장 소득) 100명 중 17명이 중위 소득의 50% 이하(상대적 빈곤)를 번다. 이 마을에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인 최저 생계비 이하를 버는 절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절대적 빈곤)은 12명 정도다.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음에도 가난한 이들의 숫자는 줄지 않고, 거꾸로 늘어나는 추세다. 1995년 상대적 빈곤 인구는 8.3명이었는데, 20년이 지난 2014년엔 16.7명이었다. 빈곤 인구가 20년 사이에 딱 2배 늘었다.
빈곤 인구 17명 중에 거의 절반인 8명이 노인층이고, 여성 가구주는 5명이다. 또한 17명의 절반 정도가 1인 가구인 싱글족이다. 이처럼 빈곤은 노인과 여성의 얼굴로 나타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고독할 뿐만 아니라 가난하다.
참고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2015년 빈곤 통계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