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스》는 지난 11호 ‘위클리매드코리아(위매코)’ 코너에서 일베 오프 모임을 진행했다. 오프 모임을 통해 기자는 일베 유저들과 남성 일반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그보다는 남성 일반에게 ‘일베와 같은 성향’이 있음을 발견했고 그 남성 일반엔 기자 본인 역시 포함된다고 고백했다. 그건 ‘우리 안의 일베’에 대한 경계이기도 했고 일베라는 악마화, 대상화된 집단을 통해 ‘알리바이’를 만드는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기사가 나가고 다양한 반응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역시 일게이(일베 사용자)들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송고된 기사에 수백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포털에선 기사 자체에 대한 악플보다는 기사를 빌미로 온라인 곳곳에서 ‘여성 혐오’를 두고 벌이는 그 다툼이 벌어졌다. 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과 분석이 나온 곳은 생각하지 못한 일베 게시판이었다. 일베에선 ‘우리 안의 일베’라는 기사의 주제 의식을 두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사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여성들로부터는 오히려 많은 질타를 받았다. 기사가 남성 일반을 일베와 동일시하면서 일베의 비정상성과 문제를 오히려 은폐하게 한다는 지적이었다. 취재 과정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말도 많았다. 신분을 숨긴 채 일베 유저들을 만났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고, 고작 3명을 만나고 일베 전체를 일반화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베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간단한 기획은 생각보다 여파가 컸다. 그건 ‘일베’라는 사회 현상이 일으키는 파장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고 한 번의 기사로는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래서 위매코는 일베를 다시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지난번보다 더 다양한 일게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일게이들에게도 더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주 위매코는 ‘일베 바로 알기, 일베와 함께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방송 준비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고민한 건 일베 유저들을 불러 모아 놓고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였다. 그동안 기성 언론과 방송에는 식자들이 나와 일베를 사회학적으로 병리학적으로 분석하고 결론 내린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위매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당위적인 것은 아니었다. 현실을 사는 일베와 일베 바깥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일베에 대한 분석보다는 일베에 대한 감정, 일베를 조롱하기보다 일베의 변명을 듣고 싶었다. 지난 기사에서 그랬듯이 기자는 생각하지도 못한 지적과 관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대 중반의 여성과 30대 초반의 남성을 출연자로 섭외했다. 여성 출연자는 한 시민 단체 활동가다. 일베에 대한 여성의 감정과 두려움을 이야기해 주기를 기대했다. 남성 출연자는 남중과 남고, 대학도 공대를 나온 평범한 직장인이다. 사회 운동과는 큰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았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남성의 입장과 시각을 기대했다.
출연자를 섭외하고 나니 당장 실무의 문제가 닥쳐왔다. 기자는 인터넷 방송이라는 세계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방송을 하기는커녕 본 적도 없는 문외한이다. 가장 유명한 인터넷 방송 업체에 회원 가입부터 했다. 회원 가입부터 시험 방송에 성공하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다. ‘컴맹’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코덱이니 해상도니 하는 말들, 옮겨 적기도 어려운 전문 용어들이 난무할 때 차라리 이 기획을 포기할까도 싶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비롯한 장비도 구해야 했다. 노트북에 내장된 마이크로는 3명의 이야기가 정확히 수음되지 않는다는 것, 마이크를 연결하기 위해 수많은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그 장치들이 대단히 비싸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평소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큰돈을 번다는 인기 BJ들을 ‘날로 먹는다’며 무시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뭣이 중한지도 모름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일게이들이 방송을 보게 하는 일’이었다. 일베에 글을 올리고 일게이들이 이 방송에 관심을 갖게 해야 했다. “《워커스》의 성지훈 기자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번 오프 모임 기사를 쓴 기자임을 밝히고 방송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방송에 참여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수분도 지나지 않아 댓글 십수 개가 달렸다. “존댓말 쓰지 마라”, “안 읽고 민주화”, “이 글 곧 삭제된다” 같은 댓글이 십수 개 달리고 몇 분 만에 예고대로 글이 삭제됐다. 같은 내용의 글을 몇 차례 더 올렸고 그때마다 글은 계속 삭제됐다. 작성과 삭제가 반복되던 중에 눈에 띄는 댓글을 봤다. “인증을 해라”. 지난번 기사에서도 오프 모임을 인증하는 사진이 없다며 ‘주작(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전화기를 꺼내 명함을 찍었다. 이름과 메일 주소가 나올 수 있도록. 전화번호는 일부를 가렸다. ‘인증 샷’을 포함한 글을 올리자 댓글이 좀 더 늘어났다. “명함으로 부족하니 닉네임과 얼굴이 나온 사진을 올려라”라는 주문도 있었다. 아쉬운 입장이라 얼굴이 보이는 사진도 올렸다. 수차례 같은 글을 반복하고 있는 꼴이 안타까웠는지 욕설과 조롱만 있던 댓글들 틈에 몇 가지 조언도 올라왔다. 글을 올리는 게시판을 바꿔 보라거나 어투를 바꿔 보라는 등의. 반복해 같은 글을 올리며 아이디가 차단당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또 같은 글을 올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동안 “일게이들은 그거 일부러라도 안 본다”는 댓글이 달렸다.
기사를 처음 기획할 때 “정작 방송을 보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사실 그 점은 별로 우려하지 않았다. 일베는 어떤 글을 올려도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사람이 많은 커뮤니티고 그들을 대상으로 생방송을 한다는 이야기는 그들을 적지 않게 자극할 수 있는 소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차례 글을 올릴 때마다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방송 직전까지 거듭해서 글을 올리고 그들을 자극하면 궁금해서라도 방송을 클릭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부러라도 방송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일베가 지키려는 것은 커뮤니티의 ‘공고함’이다. 지난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도 기사에 대한 비판보다 오프라인에 나와 ‘친목질’을 한 유저들 비판이 더 많았다. 그들을 이해하려는 의도나 그들 안에서 그들을 만나려는 시도 모두 ‘외부인’에 의한 것이고 그들이 지켜 내려는 ‘공고함’에 균열을 내는 일이다. 댓글을 달며 반응을 보이는 유저들이 있는 것처럼 집요하게 글을 찾아내고 운영자에게 신고를 해서 글을 삭제하는 유저들도 있다. 기자가 쓴 글을 계속 따라다니며 찾아내고 신고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꾸준히 해내는 그 열의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단순한 호기심이나 자극적인 말 몇 마디에 발끈해 기자의 의도에 ‘낚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너무 순진했다. 그들에게 뭣이 중한지도 모름서.
방송
뭣이 중한지도 몰랐던 기자의 실수와는 상관없이 방송 시간은 다가왔다. 지난 15일 수요일 저녁 9시. 아프리카TV를 통해 일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을 시작했다. 금색 가면을 쓴 20대 여성 활동가 김 씨와 은색 가면을 쓴 공대 남자 이 씨가 카메라 앞에 앉았다. 결국 방송 시작 시간까지 시청자는 1명도 없었지만 사람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방송을 시작했다.
김 씨와 이 씨 모두 이런 대화나 방송이 필요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 이유가 달랐는데 이 씨는 ‘일베’가 그렇게 위협적이고 의미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표현대로 ‘화력’이 그렇게 대단한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몇 되지도 않는 사람이 모여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지질한 이야기나 나누는 곳’이라는 게 일베에 대한 이 씨의 평가였다. 그들의 ‘먹이’는 관심이니 관심을 주지 않으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김 씨가 이 방송이나 기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혐오를 부추기는 일베에 대해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분석 이전에 그들에게 명확히 대응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맥락에서 김 씨는 메갈리아를 필두로 한 온라인에서의 ‘미러링’이 일베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일베에 대한 대응 방식, 일베가 현재 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 등을 이야기하며 1시간 반에 가까운 시간이 흐를 동안 동시 접속한 시청자 수가 가장 많았던 건 8명이었다. 그 중에는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워커스》 기자들이 포함됐을 테니 정말 방송을 보려고 찾아온 일게이들은 후하게 헤아려 봐야 고작 서너 명에 불과했다. 채팅 창을 통해 일게이들의 이야기를 출연자들에게 전하고 그에 대한 출연자들의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채팅창에 올라온 글이라곤 김 씨의 손목에 있는 세월호 팔찌에 대한 언급뿐이었다. 방송은 출연진들과의 대화로만 채워졌다. 애초의 기획 의도였던 ‘더 많은 일베를 만난다’는 목적은 완전히 실패했다.
그래서 결국 뭣이 중한가
뭣이 중한지 몰라서 일베를 낚는 데 실패한 것일까. 생방송 참여자 8명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방송을 마쳤다. 방송을 마치고 출연자들과 뒤풀이를 하면서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했으면 방송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래도 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온갖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도 지켜 가고 있는 일베 커뮤니티의 공고함이 그렇게 쉽게 균열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었다. 안일했던 건 준비 과정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들의 속성에 대한 몰이해가 더 큰 문제 아니었을까. 방송 중에 김 씨는 기자에게 “마치 아이들을 계몽하려는 선생님 같은 마음가짐으로 일베를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건 일베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인 듯도 들렸고, 일베를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래서 잘 길들이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우습게 보고 있다는 지적으로도 들렸다.
이번 방송 과정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은 방송을 홍보하는 글을 올리고 그 글이 삭제되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수십 분이 지나서야 글이 삭제됐지만 같은 일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글을 올리고 삭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차 짧아졌다. 방송 당일에는 글을 올리고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글이 삭제됐다. 누군가 꾸준히 내 아이디를 쫓으며 계속해 신고하고 글을 삭제한 것이라고 보는 게 옳겠다. 홍보 글을 올리는 동안 달린 댓글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터뷰에 응한 일게이가 진성인지 아닌지를 우선 구분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지난 기사 이후에 받은 지적처럼 어쩌면 일베를 너무 단순히 일반화하는 오류를 저질렀는지도 모르겠다. 별로 대단할 것 없는 ‘동네 찌질이들’이라는 이미지로. 서로 완전히 다르게 내린 김 씨와 이 씨의 일베에 대한 평가는 모두 옳은 것 같다. 일베에는 ‘동네 찌질이’들도 있고 커뮤니티의 존속을 위해 귀찮은 일도 감수하는 ‘진성’도 있다. 그들 중 어느 쪽만을 일베라고 일반화하긴 어렵겠다. 사람이 모인 모든 곳이 그렇듯 일베라는 커뮤니티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성이 있는 것. 이번 방송이 실패한 건 그 복잡성을 간과한 탓이겠다. 그들 모두에게 중한 것은 다 다르다.
(워커스15호 2016.06.21)
박근혜 빨아대는 일베충은 킬링필드에 처넣고 학살해야 한다.
동접 하루 100만 넘은지 오래이고 평균 조회수도 100만 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