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워커스>는 ‘전국공공운수노조’와 함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스토리펀딩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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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1. 인천공항 정규직 멸종설
“지금 인천공항은 전체 업무의 85%가 외주화돼 있고, 이 역시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국가주요보안시설인 인천공항의 특성을 고려해 간접고용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통 큰 약속의 주인공은 19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이다. 지난 3월, 문 후보는 인천공항지부가 보낸 정책질의서에 답변을 보내왔다. 간접고용 문제의 우선적 해결과 함께 “공공부문에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는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고, 그 가운데 안전 분야만큼은 공공, 민간 가리지 않고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지율 1위 후보의 긍정적 답변에도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큰둥했다. 지난 2월 1,719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5%가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직접 만나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약속을 표를 얻기 위해 으레 하는 말로 이해했다. 특수경비대 A씨는 “공약이 아니고 공갈”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남들은 ‘촛불 혁명’에 한창 들떠 있는데, 왜 인천공항 비정규직들은 ‘혁명’을 체감하지 못할까.
T2 개항하면 정규직 10명 중 1명 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말 제2여객터미널(T2)과 주변 인프라 건설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4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고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다. 사업 기간 8년, 총 5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 대규모 사업이다. 현재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는 6,800여 명. T2가 개항하면 추가로 3,100여 명의 비정규직이 충원된다. 현재 87%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비율은 더욱 증가해 ‘10명 중 9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수치에 다가서게 된다.
공항공사는 단계별 건설 계획과 수용 여객 및 화물, 최첨단 기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인력 계획만큼은 깜깜무소식이다. 제1여객터미널(T1)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차출 등의 방식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 예상만 할 뿐이다. 노조로서는 인천공항공사의 정보 독점 문제가 가장 우려스럽다. 인력배치 규모와 업무, 근로조건, T1노동자의 전보 가능성 등과 관련해 당사자들과 상의해야 하건만, 공사와 노조가 대화할 수 있는 창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길한 기운은 적중했다. T2 개항을 앞두고 인원감축이 단행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새로운 환경미화 용역업체를 선정하면서, 기존 209명이던 계약 인원을 203명으로 축소했다. 이 업체는 1차 면접에서 인천공항공사와 계약한대로 6명을 잘랐다. 노조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업체는 사상 초유로 3차 면접까지 보게 하더니 그제서야 원래 일하던 노동자 전원을 합격시켰다. 뿐만이 아니다. 제1터미널 승강설비 유지관리(5월 1일 이후), 제1터미널 건축유지보수(5월 1일 이후), 제1여객터미널 환경미화 (10월 1일 이후) 등도 계약 인원이 축소됐다.
인천공항공사는 “T2 개항 이후 제1터미널 이용률이 줄어 노동 강도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라며 인력 감축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최근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의 이른바 ‘금한령’을 걱정했지만 전년 대비 같은 기간 이용객은 오히려 11.8% 증가했다”며 “이와 같은 이용객 증가는 빠른 속도로 제2터미널 분산 효과를 상쇄할 것이고 줄어든 인원에 강화된 노동강도만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인천공항 이용률은 이용객, 환승객, 여객수, 화물 운송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만년 신입사원, 처우도 처지도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만년 신입사원으로 산다. 재계약은 되풀이되고 임금은 제자리 걸음이다. 15년차 보안검색요원 B씨는 오는 7월, 다섯 번째 업체 입사를 앞두고 있다.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라 ‘살생부’에 들어있을까 불안하다.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후배와의 월급 차이는 20만원 내외다. 그의 후배는 “지금은 그럭저럭 다니고 있지만 경력도 반영 안 되고, 스트레스도 너무 커서 오래있을 필요는 못 느낀다”며 “언제나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째 탑승교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C씨도 신입과의 월급 차이는 2~30만원 수준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용역회사에 주는 기성금은 매년 물가상승률 정도만 오른다. “누군가 많이 가져가면, 누군가는 조금 가져가게 되는 거죠. 경력 산정이 거의 안 되고 있다고 보면 돼요.” C씨는 공항만큼 전문적인 일이 없다고 했다. “현재 탑승교 유지보수 직원들이 빠지면 하루도 못 버틸 걸요. 비전문적인 일이라고 하지만 공사 관리자에게 기계 설비가 잘 돌아가는지 업무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들어요. 거의 일임하고 있는 상황이죠.”
특수경비대 A씨는 맞벌이로도 네 가족의 생계가 벅차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일해도 역부족일 때가 많죠.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집 한 채 마련 못 했고요. 둘 다 성실 하게 일했는데 노년엔 임대 아파트에나 들어갈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가계 부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교육비 지출은 포기한 지 오래다. “아이들 교육을 포기할 정도예요. 교육비가 들어가면 허리 휘어지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 가지 말고, 곧장 취직하라고 했어요. 죽어라 공부할 필요 없다, 적당하게 졸업해서, 네가 원하는 일 찾아 밥 벌어 먹으면 된다고 했어요.”
인천공항 비정규직 일자리에는 복잡하고 오래된 문제들이 얽혀있다. 대선 후보의 ‘말 한마디’가 아닌 법적 제도적 개선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다. 노조도 대선 후보들에게 구체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3일 문 후보에게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각 기관의 정원과 인건비 예산을 통제하는 정부의 총인건비, 기준인건비 제도 때문”이라며 “이 제도를 개선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질의했다. 1만 비정규직이 그의 답변을 지켜보고 있다.
Epissode 2. 21세기 학교 비정규직 괴담
4월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교육주체 결의대회. 유력 대선 후보들이 연단에 오르자 환호가 쏟아졌다. 하지만 반가움은 잠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선 후보의 발언이 이어질수록 고개를 떨궜다. 환호와 박수소리도 잦아들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의 촛불을 교육개혁으로 꽃피우기 위해 교육 주체 여러분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 가겠다”고 말했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오락가락하는 교육 정책을 일관되게 하는 국가교육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자이면서 노동자 대접도 받지 못하는 전교조, 공무원 노조에 온전한 단결권과 정치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대회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약 1천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선 후보들 입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김선동 민중연합당 대선 후보만이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한 마디를 꺼냈다.
장밋빛 대선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지금. ‘비정규직 학교괴담’은 여전히 학교 담장에 갇혀 배회하고 있다.
김한주 기자
학교괴담 1. 급식실
2014년 5월 27일 급식실 비정규직 노동자 A씨의 장례식. 그녀는 그해 3월 18일, 급식실에서 설거지를 준비하다 펄펄 끓는 물통에 빠졌다. 2도 화상에 폐렴, 패혈증 합병증을 앓다 두 달 만에 숨졌다. 동료들은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 교장이 당연한 듯 말했다. “밥하고 있죠.” 동료들은 밤이 돼서야 조문을 왔다. 어떻게든 740명의 식사를 만들어야 했다. 죽은 동료에 대한 미안함이 삶의 피로와 뒤섞였다.
2015년 2월 3일. 급식실 비정규직 노동자 B씨는 후드를 청소하다 갈비뼈 다섯 대가 부러졌다. 후드를 닦기 위해 대형 솥단지 위에 올랐다가 떨어진 탓이다. 후드는 솥 두 개를 밟고 올라가야 겨우 닿을 수 있었다. B씨는 매번 물기 묻은 장화로 솥에 오르곤 했다. “떨어지고 나서 숨도 안 쉬어졌어요. 그래도 내가 일하지 않으면 동료들이 힘들어지니까 그냥 일했죠. 결국 일을 끝내고 병원에 갔더니 흉부가 엄청 부어 엑스레이로도 뼈가 부러진 게 안 보였어요.”
4월 6일 《워커스》가 만난 S중학교 급식실 노동자 6명은 모두 각막 손상을 앓고 있었다. 머리 위로 후드를 닦다 ‘오븐크리너’가 눈에 들어간 탓이다. 학교 측은 고글을 쓰라고 하지만 이걸 쓰면 앞이 보이질 않는다. 오븐크리너는 강한 산성 때문에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는다.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급식실 노동자들은 안전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조리원 1명이 150명 급식을 담당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노조가 말하는 적정 배치기준은 1명당 70~80명 정도예요. 2명이 해야 할 일을 1명이 하는 거죠. 교육청의 펜대 굴리는 사람들은 문서상으로 숫자놀음만 하지, 살인적인 노동 강도는 고려하지 않아요. 학교의 교사, 행정공무원을 뺀 나머지가 다 비정규직이에요. 여기가 비정규직 종합백화점이죠.”
학교괴담 2. 교실에서 교무실까지
2013년 8월. 충북의 한 과학 실무 비정규직 노동자가 학교 나무에 목을 맸다. 14년간 과학실무사로 일하던 그는 직종 통합으로 행정, 전산 등 업무까지 맡게 돼 지병이 악화됐다. 치료를 받기 위해 사직서를 냈지만, 무급병가를 다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거부당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E씨는 사직 철회를 신청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는 결국 자살을 택했다.
11년간 교무실에서 일한 교무행정 실무사 이은정 씨는 “비정규직이 맡는 교무, 행정, 과학을 다 ‘잡무’ 취급해요. 원래 정규직이 맡았던 업무를 비정규직에게 넘긴 뒤 잡무 취급을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 ‘잡무’가 없으면 학교가 돌아가지 않죠. 우리의 요구는 우리의 노동도 소중한 노동으로 존중해 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엔 초등돌봄전담사와 유치원시간제기간제 교사 비정규직 노동자가 광주 교육청 앞에서 삭발했다. 광주 교육청이 학교 돌봄교실 노동자를 6개월 한시 채용하고, 8월 말 공개채용을 실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광주 교육청은 《워커스》와의 통화에서 “한시채용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며 정리해고 주장에 선을 그었지만, 지금껏 일한 134명 돌봄노동자들은 공개채용이란 문턱에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학교괴담 3. 분노의 표적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위해 2012년부터 매년 파업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엔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 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교사와 교원, 공시생 등의 반발로 맥없이 무너졌다.
누군가는 학교 비정규직을 ‘거저먹기충’이라 했고, 다른 누군가는 교육공무직법을 ‘제2의 정유라 법’이라고 불렀다. 살인적인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분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향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공시생, 취준생의 고통과 불안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비정상적인 먹이사슬을 끊어내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비정규직이라는 괴물에 잡아먹히게 될 테다. 그들이 도무지 싸움을 끝낼 수가 없는 이유다.
배동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기획국장은 “학생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 사회 노동 현실을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학교에 비정규직 차별이 가장 심각하기에, 아이들의 목표는 정규직이 되고 치열한 입시 경쟁에 뛰어들죠. 또 이 사회의 비정규직은 더 늘어만 가고요.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 전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구”라고 전했다.
김한주 기자
Episode 3. 부산 지하철의 위험 구간
“그동안 1, 2번 찍어서 우리 부산지하철 노동자가 살만해 졌나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부산지하철 비정규직을 만나러 오기나 했습니까?”
정치에 통 관심이 없던 부산지하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달라졌다. 최근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 등 비정규직 40명이 진보정당으로 집단 입당했다.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한 부산 지하철 서비스지부 조합원 중 43%가 진보정당 당원이다. 사표(死票)를 각오하면서까지 진보정당을 지지하게 된 것은 이들의 삶이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일 테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월 ‘재창조프로젝트’를 발표하며 10년간 1,016명의 인력감축을 예고했다. 현재까지 약 40명의 비정규직이 빠져 나갔다. 숨 막히는 노동현장에 닥친 구조조정. 이들의 기막힌 삶을 들여다 보자.
극강의 청소시간
부산 신평 차량기지. 전동차가 입고되자 10명의 노동자가 전동차 안으로 투입됐다. 그들은 가장 먼저 전동차 바닥의 기계실 문틈에 물이 새지 않도록 테이프 세 겹을 붙였다. 그리곤 세제를 잔뜩 묻힌 걸레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승객의 발자국으로 얼룩이 많은 의자 밑을 닦을 때는 철 수세미를 꺼내든다. 승강장 문틈이나 의자 바닥 틈새도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야 때가 벗겨진다. 동작은 일사분란 했고 손끝은 노련했다.
한창 청소가 진행 중일 무렵, 이들의 동작을 재촉하는 방송이 울려 퍼진다. “바닥에 비눗물만 걷어내고 중청소 들어가야 합니다. 중청소 차량으로 이동하세요.” 그새 차량 한 대가 또 들어왔나 보다. “아이고 알겠습니다.” 노동자들은 대청소를 미처 끝내지도 못한 채 부랴부랴 차량에 투입돼 중청소를 한다. 전동차 청소 단계는 소청소(반복청소), 중청소, 대청소가 있다. 소청소는 쓰레기 수거, 중청소는 쓸기와 닦기, 대청소는 물청소다. 어떤 청소든 결국 시간 싸움이다.
새로 입고된 전동차는 전등이 모두 꺼져 있다. 청소 노동자들은 어두컴컴한 차량 안에서 중청소를 시작했다. 전동차 하부에서도 청소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기를 함부로 켤 수 없어서다. 이곳 10명의 청소노동자는 전동차 23대의 청소를 맡고 있다. 한 명 당 전동차 2.3대, 18.4칸을 맡고 있는 셈이다. 원래는 20대였으나 최근 3대가 늘었다.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니 시간과의 사투는 더욱 격렬했다. 지하철 운행 시각에 어떻게든 맞춰야 했다. 짧게는 전동차 한 대 당 5분 내로 청소해야 할 때도 있다.
하루 두 번 출근해 임금은?
3월 1일 이전만 해도 자갈치역 청소노동자는 10명이었다. 하지만 용역 업체가 바뀌면서 인력이 8명으로 줄었다. 2명 이었던 심야반 인력도 1명으로 줄었다.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남은 8명의 노동자들은 최근 하루 두 번을 출근한다. 해를 보면서 한 번, 달을 보면서 한 번.
“낮 12시에 출근해서 9시까지 근무해요. 그런데 심야인력이 부족해 밤 11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또 일하고 있어요. 하루 두 번 출근하는 거죠. 부산역 말고도 큰 역은 대부분 그래요.” 하루 18시간의 초 장시간 노동이다. 그렇게 일해서 받는 임금은 얼마나 될까. 그들의 한 달 기본급 112만 5천원. 시급 6,470원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전국 공공기관에서 부산지하철 비정규직 임금이 제일 낮다며 입을 모은다.
4월 20일에는 1호선 지하철 다대선 연장구간이 개통했다. 수많은 언론은 다대선 개통을 두고 ‘바다와 맞닿은 지하철’ 이라고 환호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에게 이곳은 ‘지옥의 다대선’이다. 지하철 개통 후, 다대포해수욕장역 지하 주차장에 청소노동자 침실이 마련됐다. 해수욕장을 방문한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주차장 한쪽 편에 있다. 언제나 매연과 차량과 사람이 들어찬다.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묵는 침실을 향해 있다.
“침실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문 네 개를 통과해야 해요. 침실에서 끈 민소매, 반바지만 입고 있는데 작업복으로 다시 갈아입고 화장실 가기 힘들잖아요. 잠옷 차림으로 나가면 누가 어떻게 덮칠지 몰라 무섭고요. 화장실 가는 게 너무 무서워서 아예 밖에 풀숲에서 볼일을 보곤 해요.”
보수 관변단체의 청소노동자
부산지하철 1호선 청소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평화’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다. 차량기지 건물 외벽에는 ‘평화 용사촌’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평화’, 또는 ‘평화용사촌’ 이라는 용어의 정체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부산광역시지부 평화용사촌특별지회’다. 부산지하철 청소용역을 담당하는 용역단체는 바로 이 관변단체다.
상이군경회 뿐 아니라 고엽제전우회, 애국단체원, 특수 임무유공자회, 노인생활지원단,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등 9개 단체가 부산교통공사와 17건의 청소 용역 계약을 맺고 있다. 공사와 상이군경회의 올해 청소용역 계약 금액은 약 127억 원. 상이군경회 소속 평화용사촌은 약 90억 원의 용역 계약을 독자로 체결했다. 고엽제전우회는 약 72억, 애국단체원은 약 2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현행 법률에는 지자체가 국가유공자 단체나 사회복지법인,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유공자나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산과 대구 지하철엔 보수 정치색이 뚜렷한 관변단체가 용역 업체로 들어와 있다. 서병수 부산 시장, 권영진 대구 시장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박양수 부산지하철노조 비정규부장은 “관변단체가 청소 용역을 맡고 있고,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지자체는 몇 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관변단체에 ‘직접고용’이란 말도 못 꺼낸다. ‘다음 선거 치를래 말래’라는 정치적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산지하철노조는 비정규직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공사는 ‘최저시급 70원 인상’과 ‘재창조프로젝트’라는 구조조정으로 맞섰다. 장미 대선이 한창이지만,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찾는 정치인은 드물다. 서숙자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장은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비정규직 한 번 만나질 않아요”라며 “그동안 우리한테 진짜로 관심을 가졌던 1, 2번은 없었죠. 올해도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을 할 것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워커스 30호]
update: 2017년 4월 23일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