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솔 기자
5월 9일 조기대선을 치르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마자 ‘파격’ ‘개혁’ ‘소통’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공언하고, 국정 교과서 폐기 등을 주문했다. 지난 정권에서 불이익을 받은 인사들을 등용했다. 대통령의 소탈함을 부각하는 일상 공개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80%를 웃돈다.
노동계는 지금이 적폐청산의 적기라며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가 핵심 요구안이다. 촛불의 요구를 담아낸 총파업이건만 여론은 쌀쌀하다. 이 시기 총파업은 정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문재인 정권을 건드리지 말라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총파업 주체들에 대한 과장과 거짓 선동도 난무하다. “보수 정권 하에선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으면서 정권 길들이기를 위해 시비를 걸고 있다”는 식이다. “가만히 잠자코 있으면 대통령이 알아서 해줄 텐데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고도 한다.
지난 겨울, 촛불 시민의 가장 큰 요구는 ‘박근혜 퇴진’과 ‘적폐 청산’이었다. 어딜 봐도 적폐가 있었다. 비선 실세로 시스템이 무너진 정치, 재벌독식 체제, 블랙리스트로 잘려나간 문화계를 확인하며 국민은 분노했다. 촛불 광장에서 시민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에 복종하지 않겠다며 저항했다. 그런데 그 다짐들을 그새 까먹은 걸까?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사회적 총파업은 동네북마냥 두들겨 맞는다. 총파업 관련 기사와 SNS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몇 가지 비난 근거들을 꼽아 노동계에 직접 물었다.
“이명박근혜 때는 뭐하고 왜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와서야 난리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 유족과 시민사회가 가만히 있었다면 세월호가 올라왔을까 묻고 싶다. 적폐 청산할 적기이기에 국민이 염원하는 적폐를 청산하자고 목소리를 낼 뿐이다. 민주노총이 맡은 역할이다. 그동안 뭘 했냐고 물어본다면 박근혜 정권만 보더라도 민주노총은 3년간 지난한 투쟁을 벌였다. 대표적으로 해고를 쉽게 하고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바꾸려는 노동개악을 막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대선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도 민주노총이 요구한 성과다. 박근혜 3년차에 지속적으로 요구했기에 사회적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 정권이 바뀌어서 총파업을 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논의해 3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다. 개혁을 마음 먹은 정부라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결단할 근거를 주는 힘이 될 것이다. 노동자의 요구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세월호, 국정교과서, 사드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연대도 열심히 했다. 2015년과 2016년에 했던 총궐기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면에서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고, 촛불 항쟁으로 이어졌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노조를, 민주노총을 특정 세력으로 인식하는 부분이 안타깝다. 인식제고를 위해 민주노총은 최선을 다하겠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노동자, 민중을 위해 마음껏 소리 내겠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왜 대화를 거치지 않고 총파업 선언부터 하냐”
민주노총은 고심 끝에 정부의 일자리 위원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고심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정부에 노정 교섭을 요구해 놨다. 노동부 장차관이 확정만 되면 정부와 접촉면을 통해 교섭에 응하려고 한다.
사회적 총파업은 재벌, 수구 정치인 등 한국 사회 적폐에게 외치는 거다. 정부에 개혁을 힘차게 추진하라는 요구다. 정부 지지율이 높을 때가 적폐 청산의 적기다. 어영부영하다간 자본의 방해 때문에 못한다. 대통령 얼굴만 바꾸자고 지난 투쟁들을 해온 게 아니다. 광장에서 함께 외치지 않았나. 하청 노동자가 교각에서 3개월 간 농성 중이고,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대두되는 이 때 마필 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3 실습생은 경쟁하다 죽어나갔다. 노동 현장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이런 적폐를 바꾸자고 이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집단이 어디 있나?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민주노총이 총파업해도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다. 도대체 누굴 위한 파업이냐, 지도부 철밥통 위한 파업이 아닌가”
이번에 파업에 들어가는 비정규 노동자 상당수가 공공부문 소속이다. 학교 비정규직, 지자체, 대학병원, 대학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한다.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화두를 꺼내지 않았나. 박 정권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없애겠다며 당선됐다. 들여다보면 ‘중규직’이라 불리는 차별이 온전히 남아있는 비정규직이었다. 총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차별 없는 온전한 정규직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 일자리 위원회가 6월 말 공공 일자리 로드맵을 내겠다고 계획하고 있는데 시점도 맞아 떨어진다. 당사자들이 직접 원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반영하는 길이다. 정부가 기존 노동 적폐 세력과 다르다면 로드맵에 도움되는 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청소노동자도 파업에 동참한다. 이들은 1년 일하나 30년 일하나 최저임금에 시달린다. 6,470원짜리의 삶이 어떤 건지 알리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사업장 임금단체협상에서도 시급 1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를 갖지 못한 노동자도 그에 맞춰 임금이 오르게 돼 있어서 일정한 영향을 받는다. 지도부 철밥통설에 대해선 올해 말 임원 선거가 있다고 말씀드리겠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
“최저임금 1만 원, 자영업자 다 죽으라는 거냐”
언제까지 영세업체는 노동자 임금을 줄이고, 자기가 몸빵하고, 가족들을 희생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할 건가?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데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면 견디기 어려운 자영업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워낙 대규모 이윤을 수탈해가고 소규모 자영업자도 비싼 임대료 때문에 버틸 수 없는 한계치에 와 있기 때문이다. 본사에 의한 수탈, 높은 임대료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원하는 수준으로 낮춘다고 치자. 가장 밑바닥의 영세 자영업자와 노동자가 서로를 괴롭히며 간신히 버티게 될 뿐이다. 본사는 앉아서 돈 벌고 불구경 하는 거다.
자영업자들이 직면할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해결할 건지 같이 의견을 모아야 한다. 만원행동은 중소 영세업자에 대한 정부의 최저임금 지원과 본사가 일부 책임을 지게 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원청의 수탈 구조,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 중소사업장 사장들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싶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이나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단결해 힘을 모으고, 원청과 교섭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최저임금 1만 원의 목적이다. (김혜진 최저임금 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언론팀장)
“국민 정서와 괴리되는 데 왜 자꾸 총파업이냐? 심지어 평조합원들은 기를 쓰고 반대하는데 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거냐”
대한민국 국민 3분의 2가 노동자고, 노동자의 기본권이 파업권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는 것은 민주노총의 주장이 아니라 한국 사회 노동자의 주장이다. 파업을 사회악처럼 이야기하는 분들은 적폐 세력이 주입한 사고로부터 비롯된 건 아닌지 반성해 봐야하지 않을까?
민주노총이 사회적 총파업 논의를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정책대의원대회 때부터다. 이미 그 전에 16개 시도지역별로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고 하반기 내내 토론해왔다. 외부에서 조합원을 대표해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쉽게 말할 부분은 아니다. 민주노총 조직 내 토론과 의결 과정을 거친 일이다. 사안에 찬반이 있겠지만 민주적 과정을 거친 회의 결론은 존중돼야 한다. 6월 사회적 총파업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건 만원행동이다. 만원행동은 민주노총 뿐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 일반 시민을 모으기 위해 발족한 단체다.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민주주의 사회를 기대한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조합비도, 촛불기부금 사용 내역도 공개 안 한다. 이것부터 공개하라”
민주노총은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금도 받지 않고 조합원이 내는 조합비로 운영한다. 모인 조합비는 노동자를 위한 각종 사업과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사업에 쓰인다. 그 외에 상근 활동가들의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고. 대의원대회를 통해서 지출내역을 공개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엄정한 회계 감사를 받는다.
민주노총이 참가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퇴진행동)의 촛불집회 현장 모금액은 23차례 진행된 대규모 집회에 지출됐고, 부족한 분은 공개적으로 추가 모금했다. 남은 잔액도 백서작업등 기록물 작업에 쓴다고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투명하게 감사까지 진행 중이다. 퇴진행동 실무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건비도 지출된 바 없고 오직 시민들과 함께 한 촛불집회 진행을 위해서 쓰였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매번 뻥파업 아니냐. 실제 하지도 않는 총파업, 용어부터 캠페인으로 바꿔라”
총파업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요구 의제가 전사회적으로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파업권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자는 문제 인식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6월 30일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다. 한 사업장이 아니라 최초로 여러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총파업이란 위상을 갖는다. 그러나 본래적 의미의, 국가 내 내셔널센터로서 총파업을 조직하는 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파업권에 제약을 가하는 많은 제도들이 생겼다. 이제 한국 사회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할 때다. 완성되지 못한 개혁을 위해 열린 공간에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민이 직접 열망을 드러내야 정부의 개혁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박성식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워커스 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