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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수집하는 당신의 얼굴 재료

2018년 5월 22일Leave a comment42호, 기술비평By 김상민

사계

김상민(문화연구자)


페이스북은 애초에 대학 캠퍼스 내에서 동료 학생들의 얼굴을 평가하려고 만든 장난 같은 웹사이트에서 시작했다. 저커버그가 학교 정보망을 해킹해서 학생들의 프로필 정보를 추출해, 화면마다 두 명의 여학생 사진을 띄워놓고 누가 더 핫(hot)한지 계속 클릭하도록 만든 그런 사이트였다. 지금 생각해도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방식이지만, 타인의 얼굴을 평가하는 저급한 쾌감을 주는 동시에 자신의 얼굴을 올리면서 그 네트워크에서 인정받거나 소속되는 기분을 느끼도록 만드는 메커니즘. 그것이 바로 페이스북이 지구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될 수 있게 한 가장 근원적인 요인이다.

얼굴은 개개인이 가진 유일하고 가장 개별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SNS도 그 얼굴에 관심이 많다. SNS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포함된 사진을 공유하고 또 찾아본다. 또 온라인에 존재하는 특정 프로필의 사용자가 실재하는 사람인지 혹은 그가 자신이 아는 바로 그 사람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니까 네트워크상에 아이디나 프로필로 존재하는 이들을 친구로 삼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바로 내가 아는 현실의 그 사람인가를 확인하는 작업, 즉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내가 아는 이의 이름과 얼굴이 일치하면 바로 그 사람임을 대체로 인정하게 된다.

물론 상대방이 현실에서 알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또한 우리가 알다시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혹은 인스타그램에는 다른 사람의 얼굴(프로필)을 하거나 다른 이의 정체성을 가장해 활동하는 사용자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거나 무의미해 보이는 수많은 유령 계정을 만들어 정치 공작에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 사용자들은 스스럼없이 자신의 얼굴 사진을 프로필에 걸고 일상, 여행, 친구, 음식, 반려동물, 심지어 셀카 사진도 공유한다. 그런데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활동 데이터, 사진을 바탕으로 그 사용자의 데이터 프로필을 만들고 그것을 광고 중개업이나 마케팅회사에 판매해 주 수익을 올린다. 따라서 대부분의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온갖 유용한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사용자들 스스로 광고의 정밀한 타깃이 되도록 부추기는 섬세한 인터페이스와 알고리즘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제 또 다른 플레이어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이다. 예컨대 수집 가능한 수십억 명의 얼굴 사진을 분석하고, 그것으로부터 얻어낸 다양한 정보를 매우 특수한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즉 얼굴 사진을 통해 특정인의 생김새와 특징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저장해 추후에 그 얼굴을 공공장소나 범죄 현장의 감시카메라(CCTV)에서 찾아낸다면, 혹은 수많은 얼굴의 요소를 분석해 기계학습을 시키고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특정한 표정, 나아가 감정을 읽어내도록 한다면 어떻겠는가? 아직 인공지능에 의한 사진 인식 기술이 완벽하지 않고 사소한 노이즈에도 다른 사물 혹은 인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딥러닝의 학습방법을 적용하면 머지않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게 사물과 인간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셀카가 나를 바라보는 세상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수집된 얼굴들은 애초의 목적과 상관없이 인공지능을 교육·훈련하기 위한 원재료로 사용된다. 그 인공지능은 인간의 얼굴과 표정을 인식하고 배움으로써 인간을 더 잘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다시 이용될 것이다. 셀카가 일상이 된 문화적 현상은 결과적으로 얼굴 인식 알고리즘의 발전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다양한 표정을 배우고 세부적인 감정 표현을 해석해낼 수 있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나아가 일상의 곳곳에 위치한 감시카메라 또한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기록하는데,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얼굴 인식 알고리즘에 활용하게 되면 공공장소에서의 일상적 활동이 모조리 기록되고 관리되며 제어될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선 얼굴 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수만 명이 모인 공연장에서 수배 중이던 한 경제사범을 체포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과정은 인공지능에 의한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사용될 수많은 방법 중 단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와 얼굴 데이터의 범람으로 기술적 감시의 체계가 심화하고 인간의 자유가 제한되는 사회가 온다는 점, 그 너머에 있다. 이제 더는 사람의 이미지를 인식하고 확인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시각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해진다는 뜻이다. 이제 기계를 위해 기계가 인간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그 자체의 메커니즘을 통해 할당된 목적을 수행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지도 않을, 바라볼 필요도 없는 엄청난 이미지 데이터들이 지구 곳곳에서 생성되고 어딘가에 쌓이는 기묘한 상황. 그 이미지들이 이제 우리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뒤집힌 현실이 도래하고 있다.[워커스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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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김상민
workers0901@jinbo.net

문화연구자, 서울대 강사, 문화과학 편집위원. 미디어 문화와 기술미학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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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18년 5월 22일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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